Joan Marcus ⓒDisney. 막이 오르면 광활한 사바나 초원이 펼쳐진다. 곧이어 치타, 영양, 얼룩말, 기린 등 야생동물이 모여들어 왕 무파사의 아들인 아기 사자 심바의 탄생을 축하한다. 붉게 이글거리는 태양이 조명에 따라 오묘하게 빛깔을 바꾼다. 오프닝곡 '생명의 순환'(Circle of life) 선율이 잦아들 때쯤이면 관객은 왠지 모르게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을 느낀다. 뮤지컬 '라이온 킹' 인터내셔널투어 내한공연(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은 첫 장면부터 관객을 압도한다.
'라이온 킹'은 1997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후 21개국, 100개 이상 도시에서 1억 1천만명이 관람한 스테디셀러다. 1998년 토니어워즈 6개 부문(최우수 뮤지컬상·무대·의상·조명·안무·안무) 수상작이다. 내한공연은 2018년 이후 4년 만이다. 3개 도시(서울·부산·대구)에서 공연하며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던 '라이온 킹'은 올해 서울과 부산에서 관객을 만난다.
개막하기까지 난관의 연속이었다. 코로나19로 항공 수급에 문제가 생겨 개막을 한 차례 연기한데 이어 지난달 25일에는 스태프 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개막 공연을 두 차례 취소해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관객을 만난 '라이온 킹'은 공연예술의 정점을 보여줬다.
Joan Marcus ⓒDisney연출가 줄리 테이머가 무대 위에 구현한 야생동물의 세계는 독특하다. 배우들이 동물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거나 동물 의상을 전신에 덮어쓰지 않는다. 대신 가면을 머리 위에 얹거나 퍼펫(인형)을 직접 조종하며 동물을 연기하는 배우의 얼굴과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가면과 퍼펫이 인간과 혼연일체가 되어 하나의 캐릭터를 만드는 '더블 이벤트' 콘셉트다. 동물과 인간의 공존을 표현하고,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기 위한 의도다. 200여 개의 퍼펫과 가면은 크리에이터들이 1만 7천 시간의 수작업으로 완성했다.
조명과 무대 디자인 역시 작품의 메시지인 생명의 순환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700개의 조명장치를 통해 아프리카 대자연의 색감을 그럴듯하게 재현하고, 프라이드록, 코끼리 무덤 등 무대세트를 회전형 계단으로 디자인해 삶과 죽음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표현한다.
음악 역시 관객을 아프리카 밀림으로 안내한다. 엘튼 존과 팀 라이스(작사가) 콤비가 만든 팝 넘버와 아프리카 소울이 가득한 넘버가 사바나 초원을 뛰노는 야생동물의 모습과 어우러진다. 남아공 출신 레보 엠과 마크 맨시나, 제이 리프킨, 한스 짐머 등 세계적 음악가가 참여했다. 오프닝곡 '생명의 순환'은 물론 '캔 유 필 더 러브 투나잇'(Can You Feel the Love Tonight), '킹 오브 프라이드 록'(King of Pride Rock) 등 명곡을 라이브로 듣는 건 또다른 묘미다.
주인공 심바가 왕권을 탐내는 삼촌 스카의 악행에 굴하지 않고 진정한 왕으로 우뚝 서는 모습은 '그럼에도 삶은 계속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19 시대, 심바가 지난한 여정 끝에 제자리를 찾는 모습이 그래서 더 와 닿는지도 모른다. 개코원숭이, 코뿔새, 하이에나 등 알록달록하게 꾸민 동물과 곳곳의 웃음 코드 덕분에 가족 관객도 부담없이 볼 수 있다. 이날 공연도 어린이 관객의 만족도가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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