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인도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경기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최민정, 이유빈, 김아랑, 서휘민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 베이징(중국)=CBS노컷뉴스 박종민 기자여자 쇼트트랙은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심하게 흔들렸다.
한창 구슬땀을 흘릴 시기에 심석희(서울시청) 사건이 발생했다. 2014년 소치 올림픽과 2018년 평창 올림픽에서 활약했던 심석희는 대표팀 동료들에 대한 욕설과 비하 파문으로 인한 징계로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다. 특히 에이스 최민정(성남)은 평창 올림픽 1000m 결승에서 심석희의 고의 충돌 의혹까지 나와 마음에 상처가 컸다.
단순한 전력 약화를 떠나 한솥밥을 먹었던 동료들에게는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여기에 국가대표 선발전 3위 김지유(경기 일반)도 부상으로 빠졌다. 부상으로 인한 교체였지만, 김지유가 SNS를 통해 "출전권을 박탈당해 억울하다"고 말하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3회 연속 올림픽에 나서는 베테랑 김아랑(고양시청)의 어깨는 무거웠다. 맏언니로서 동생들을 다독여 베이징 올림픽을 준비해야 했다. 세계 최강 한국 쇼트트랙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팀의 중심을 잡았다.
결과는 3000m 계주 은메달이었다. 시련을 이겨내고 딴 값진 은메달이었다.
김아랑과 최민정, 이유빈(연세대), 서휘민(고려대)이 함께 달린 여자 대표팀은 13일 열린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에서 4분03초627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아랑은 공식 기자회견에서 "복잡한 감정 속에서도 잘 해낸 것 같다. 올림픽을 준비하는 동안 많은 시련이 있었다. 운동선수로서 꼭 경험하지 않아도 되는 많은 것을 경험해야 했다. 너무 힘들었다"면서 "내가 흔들리면 팀 전체가 흔들릴 거라 생각했다. 팀의 든든한 닻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동생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우리는 한 팀이었고, 지금 이 은메달이 나에게 매우 소중하다"고 덧붙였다.
김아랑이 9일 중국 캐피털 인도어 스타디움에서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 예선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베이징(중국)=박종민 기자여자 3000m 계주는 전통의 금메달 밭이었다. 8번의 올림픽에서 6번 금메달을 땄고, 2014년 소치 올림픽과 2018년 평창 올림픽에서 2연패를 기록했다. 비록 3연패는 놓쳤지만, 베이징에서 금메달 만큼 소중한 은메달을 추가했다.
김아랑은 "많은 사람들이 계주 3연패를 원했다. 부담스러울 수도 있었지만, 압박감을 잊으려고 노력했다"면서 "우리는 한 팀이다. 처음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도 1명(서휘민) 있었기에 색깔에 상관없이 메달을 따서 시상대에 함께 서고 싶었다.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보여줬으니 후회하지 말자고 했다. 최선을 다했으니 메달 색깔은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아랑은 2014년 소치 올림픽(금), 2018년 평창 올림픽(금)에 이어 3회 연속 계주 메달을 획득했다.
김아랑은 "첫 번째 올림픽은 흥분되고, 또 긴장됐다. 두 번째 올림픽이 더 즐거웠다. 이번 올림픽은 특히 선배들이 많이 없어서 부담이 됐다"면서 "실수하지 않기를 기도했는데 긴장이 됐다. 최선을 다했고, 내 모든 것을 쏟았다. 내 자신이 자랑스럽다"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