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 국회사진취재단악재가 겹쳐 선거운동을 중단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상대로 국민의힘이 '신중한 배려 속 야권단일화'를 얘기하고 있다. 후보 지지율은 물론 야권 단일후보와 관련해서도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유리한 결과가 속속 나오는 17일 국민의힘의 '진짜 표정'을 내부 발언들을 토대로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해봤다.
① 박빙선거에서 야권 단일화는 당위다
정권교체를 이번 대선의 핵심 키워드로 삼고 있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야권 단일화는 이를 받쳐줄 주요 동력이자 최고 명분이다. 야권이 단일대오를 꾸렸다는 것 자체만으로 선거의 구도가 명확해진다. 무엇보다 이슈가 터질 때마다 지지율이 출렁이며 막판까지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이번 대선에서 "조그마한 돌멩이 하나라도 우리 편으로 끌어내야(원희룡 선대본 정책총괄본부장)"한다는 데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일찍이 선거 막판 "결국 이 시점에 단일화 이슈가 있을 것이라 예견했다(선대본 관계자)"는 사전 준비 속에서, 국민의힘은 단일화를 위한 다양한 조건을 아이디어 차원에서 내놓고 있다. 당장 윤석열 후보가 에둘러 밝힌 '공동정부론'이 대표적이다. "
현찰은 없고 어음을 끊어줘야 하는 상황(안철수 측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에서 단일화 논의가 진행될 수밖에 없는데, 당장 선거일을 앞두고 주고받기식 거래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안 후보가 정권교체라는 큰 틀에 뜻을 모으는 선언을 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총리든 뭐든 5년 뒤에 기회를 노릴 수 있다(당 관계자)"는 말이 나온다.
② 그럼에도 '담판 단일화' 안되면 집착할 필요 없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여기까지 진전된 얘기들의 대전제는 안 후보가 제안한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가 아니라, 후보끼리 만나 안 후보가 단일후보직을 양보하는 '담판 단일화'다. 따라서 안 후보가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 방식을 고집할 경우 야권 단일화도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일단 안 후보의 제안은 국민의힘이 보기에 "배수의 진(선대본 고위 관계자)"이다. 때문에 여기에 "일일이 대응한다고 진전될 것도 없다"고 한다.
무엇보다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순간 "대선은 끝나는 것이고 우리 당은 해체다(선대본 실무자)"라고 본다. 희미한 가능성이라도, 제 1야당으로서 후보를 배출하지 못할 수도 있는 안에 동의하는 것은 국민의힘 입장에서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서울시장 경선 때처럼 양 후보의 지지율이 비슷한 것도 아니고, 민주당 쪽에서 역선택을 100% 할 것(같은 실무자)"이라는 우려도 작용한다.
무엇보다 윤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세인 현 상황에서 "단일화 하면 이긴다지만 안 한다고 우리가 질 선거는 아니다. 우리 지지율이 떨어지면 압박이 거세질 테지만, 지금 상황 구도에서 굳이 무리한 조건을 받을 이유가 없다(초선 의원)"는 의견이 상당하다. "국민의힘 주도로도 이번 선거를 충분히 이길 수 있으므로
단일화는 추후에 우리 지지율이 생각만큼 안 나올 때 우리가 꺼낼 카드다. 여지만 남겨놓을 뿐(당 관계자)"이라는 것이다. 자강론의 뼈대다.
윤 후보를 야권 단일후보로 지지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최근 추세처럼 계속 이어진다면, 윤 후보가 주도하는 '담판 단일화'의 이유도 커진다는 게 국민의힘의 생각이다. 안 후보 본인의 정치 미래를 고려했을 때 국민의힘을 상대로 조건을 아예 걸어선 안된다는 주장도 여기서 나온다. "안 후보가 콘텐츠는 좋지만 행정경험을 쌓는 시간을 보내고 추후 대권을 노려야 한다.
윤 후보 지지선언까지도 필요 없고 정권교체를 위한 대의를 언급하며 자연스럽게 후보직을 내려놓는 것만으로도 기여가 충분하며, 재기를 노릴 수 있을 것(초선의원)"이라는 것이다.
③ 결단과 협상주체는 결국 '단일화 의지가 있는' 후보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공식 선거운동 하루 전날인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자리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준석 대표와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 윤창원 기자국민의힘 내부에서는 '공동정부론'을 비롯해 어떤 조건을 들고 안 후보 측을 상대하느냐, 혹은 안 후보가 자신의 정치 미래를 위해 '조건 없이' 야권 단일화에 호응하도록 해야 한다는 등 다양한 의견들이 존재하지만 키는 결국 윤 후보 자신이 쥐고 있다.
윤 후보와 가까운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가 안 후보 측과 접촉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야권 단일화를 위한 결단은 후보 선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다.
"물밑에서 접촉하는 사람이 있지만 성과가 하나도 없고 실제 후보들의 의견이 반영된 것인지도 모르겠다(초선 의원)"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가까운 인사든 실무진이든 현재는 서로의 내심을 떠보기 위한 일종의 정탐 수준의 접촉(중진 의원)"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내부에서 안 후보의 조건에 휘둘리지 말자는 의견이 대부분이지만,
윤 후보의 스타일 상 본인이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는 결단을 내릴 수도 있다. 어떻게 단일화 논의가 시작되고 진행될 지는 전적으로 윤 후보의 몫(선대본 고위 관계자)"이다.
여기에 더해 "윤 후보 자신이 선대본의 그 누구보다 단일화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지니고 있다(선대본 관계자)"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다. 단일화가 필요 없다는 논거로 활용되는 윤 후보의 지지율 상승세와 상관 없이, 막판 표심이 국민의힘 쪽에 쏠리는 상황이 되더라도 후보 본인이 대승적으로 포용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얘기다.
한편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는 이날 유세버스 사고로 숨진 지역선거대책위원장의 빈소를 찾아 사흘째 자리를 지켰다. 경남 김해에 차려진 운전기사의 빈소도 방문해 조문했다. 전날 윤 후보가 빈소를 찾아 안 후보와 독대했지만 단일화 얘기는 거론하지 않았다.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현재 국민의당의 상황을 고려한 듯 "안 후보께서 정권교체의 주역으로서 실질적으로 스스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많은 배려를 하면서 단일화를 요청해가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빈소에서 윤 후보가) 안 후보와 만나 짧지만 여러가지 대화를 통해 서로 간에 심적인 유대를 강화하는 계기는 충분히 되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