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서울역 맞이방에서 시민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러시아가 24일(현지시간) 새벽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을 개시했습니다. 지금까지 사상자만 800명이 넘었다는 우크라이나 정부 측 발표가 나올 정도로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3차 대전으로 비화될 수도 있다'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어떻게 이뤄졌는지 하나하나 살펴보겠습니다.
러시아는 왜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나요?
연합뉴스러시아 제국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야욕이 결국 이번 침공으로 이어졌습니다. 소비에트연방공화국 시절의 위상을 되찾겠다는 건데, 그 핵심이 바로 우크라이나거든요. 푸틴 대통령은 "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하나의 민족(Russians and Ukrainians are one people, a single whole)"이라는 발언을 공공연히 해오기도 했죠. 심지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우리 문화와 영혼의 공간(Ukraine is not just a neighboring country for us. It is an inalienable part of our own history, culture and spiritual space)"이라고까지 할 정도였습니다.
우크라이나는 냉전이 한창이던 시절 전세계에서 핵 관련 무기를 전세계에서 세번째로 많이 보유했을 정도로 전략적 요충지이기도 했습니다. 자연스레 소련이 붕괴하면서 우크라이나에 있는 이 핵무기들이 문제가 됐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과 소련, 영국은 1994년 '부다페스트 양해각서'에 서명합니다. 핵탄두 1700여개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170여기, 전략핵폭격기 40대를 1996년까지 러시아로 이전하는 대신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보장해 준다는 게 핵심 내용입니다. 한마디로, 우리나라가 핵무기 개발을 추진하지 않는 대신 미국의 핵 우산을 제공받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푸틴만 나쁜놈? 나토의 동진 정책도 분쟁의 불씨 키워
미국 등 서방세계는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국제법 위반"이라고 맹비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태가 이 지경까지 된 데엔 미국 탓도 분명 있습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한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2차대전 직후 미국이 소련의 위협에 맞서기 위해 만든 집단안보기구죠. 미국은 나토를 앞세워 서방세계의 패권을 공고히 다져왔습니다. 소련이 붕괴되면서 동구권이 "나토는 동쪽으로 영역을 확장할 의도가 없다"는 성명을 발표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촉구한 것 역시 이런 배경에서입니다.
그런데
나토는 소련 붕괴 이후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해 왔습니다. 1999년 폴란드·체코·헝가리, 2004년 발트3국,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불가리아, 루마니아, 2009년 알바니아, 크로아티아 등 구소련연방국 출신인 국가들이 대거 나토에 가입합니다.
냉전 시절 미국과 총구를 겨누고 있던 나라들이 나토의 일원국이 돼버린 아이러니한 상황. 러시아도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미국 정가도 나토의 동진 정책을 놓고 매파와 비둘기파로 나뉘었습니다. 그러던 중 2008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묵인 하에 나토는 우크라이나와 조지아의 가입 가능성을 언급합니다. 우크라이나 역시 '나토 가입을 추구한다'는 내용으로 개헌까지 할 정도로 적극적이었습니다.
그야말로 나토가 러시아 턱밑까지 세력을 확장한 상황. 푸틴이 전면전까지 각오하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유겠죠.8년 전 크림반도 찍은 푸틴…극우 정권으로부터 키예프를 구하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병합한 크림반도의 오푸크 훈련장에 지난 15일(현지시간) 군 장비와 텐트, 차량 등이 배치돼 있는 모습을 촬영한 위성사진. 맥사 테크놀로지스 제공우크라이나를 차지하겠다는 푸틴 대통령의 야심이 이틀 전부터 갑자기 꿈틀댄 건 아닙니다. 우크라이나의 영토였던 크림반도를 2014년 러시아가 무력으로 차지한 게 이번 사태의 전주곡인데요.
2013년 말 우크라이나에서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의 친러 정책에 반발하는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습니다. 친러 정권이 실각하고 친미 성향의 임시정부가 들어서자 푸틴 대통령은 병력 2천 명을 크림반도에 투입합니다.
크림반도 병합 후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분리주의자들을 지원합니다. 이 지역에는 러시아계 우크라이나인이 모여 살고 있습니다. 이번에 푸틴 대통령이 구하고 나서겠다는 사람들 역시 러시아계 우크라이나인입니다.
푸틴 대통령은 현 우크라이나 정부를 가리켜 '나치'를 표방하는 극우정권이라면서, 현 정부가 러시아계 우크라이나인 학살할 거라고 공포심을 부추기기도 했죠. 푸틴 대통령은 공격 개시 전인 지난 21일 돈바스 지역 내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의 독립을 승인하기도 했습니다.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유대계로, 그의 할아버지는 2차대전 당시 나치 독일군과 싸운 전력이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은 지금 뭐하고 있나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러시아의 전면 침공으로 우크라이나인들의 '키예프 탈출'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미국의 직접적인 군사 개입은 아직까지는 가능성이 낮아 보입니다.다만 미 국방부는 육군과 공군 7000명을 폴란드와 루마니아, 에스토니아 3국에 파병키로 했습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넘어 나토 회원국까지 진격한다면 '나토 헌장 제5조'를 발동하겠다고도 했습니다. 이 조항은 한 나라에 대한 군사 공격을 회원국 전체에 대한 침공으로 간주해 즉각 대응한다는 내용입니다.
비군사적 제재도 계속 되고 있습니다. 미국 의회는 러시아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퇴출하는 결의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도 미국과 함께 경제 제재에 나섰습니다. 러시아 국책은행 등 주요은행은 서방 국가와 거래가 차단된 상태입니다. 푸틴 대통령 최측근들의 자산도 동결됐습니다. 아울러 미국과 유럽연합은 러시아에 항공산업 관련 물품 수출도 금지했고 반도체·소프트웨어 등 첨단 기술에 대한 접근도 막았습니다.
하지만 2014년 크림반도 합병 상황에 비춰보면 이같은 조치들이 푸틴 대통령을 멈춰세우진 못할 것 같습니다. 이미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를 국제금융정보통신망(SWIFT)에서 배제시키는 등 제재 수위를 높이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 이번 서방의 제재안에 석탄 수출 금지 등 에너지 부문 제재가 포함되지 않은 것 역시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