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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열전]우크라 침공 열흘째, 우리 군은 뭘 배워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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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러시아

    [안보열전]우크라 침공 열흘째, 우리 군은 뭘 배워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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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튼튼한 안보가 평화를 뒷받침합니다. 밤낮없이 우리의 일상을 지키는 이들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치열한 현장(熱戰)의 이야기를 역사에 남기고(列傳) 보도하겠습니다.

    침공 직전까지 전 세계 속인 푸틴…군사·비군사 영역 섞은 '하이브리드전'
    개전 뒤로는 졸전 거듭…명분과 전의 상실, 보급 부족, 우크라 결사항전
    실전 사례에서 교훈 못 배우면 참혹한 대가 치러야
    IT기술 지휘체계에 활용, 사이버·여론전 대비하고 공보·정훈·법률 현실적으로

    영국 국방부가 SNS에 공개한 3월 4일자 전황영국 국방부가 SNS에 공개한 3월 4일자 전황5일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열흘째 되는 날이다. 강력한 제재를 감수하면서까지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는 분명치 않지만, 그간 주특기였던 사이버 공격과 여론전 등을 활용해 침공 직전까지 전 세계를 속였다는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하지만 막상 침공이 시작된 뒤 러시아군은 졸전을 거듭하고 있다. 승패는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 전장에서 있을 수 있는 일)라는 말이 있지만, 강대국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보급과 통신 그리고 사기 등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 거듭되고 있다.

    CBS노컷뉴스는 여러 외신을 통해 종합한 현지 상황과 연구자료, 취재 등을 통해 우리 군이 이번 침공에서 어떤 교훈을 얻어야 할지 짚어봤다.

    침공 전까지 전 세계 속인 푸틴…비군사적 영역도 동원한 '하이브리드전'

    침공 직전까지 러시아 내에서조차 실제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 많았다. 전쟁 수행 능력은 경제력과 비례하는데 현재 러시아 상황에서 드넓은 우크라이나 영토를 점령하려면 부담이 크며, 강력한 제재가 뒤따를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이를 감수하고 이른바 '특별 군사 작전'을 명령했다. 지금까지도 그가 궁극적으로 무엇을 노리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전 세계를 속이는 데 성공했다는 사실은 입증됐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름(크림)반도 합병 당시 촬영된 이른바 '리틀 그린 맨'들. 실제로는 러시아군이다. 미국의소리(VOA) 제공2014년 러시아의 크름(크림)반도 합병 당시 촬영된 이른바 '리틀 그린 맨'들. 실제로는 러시아군이다. 미국의소리(VOA) 제공2014년 유로마이단과 돈바스 전쟁 당시 크름(크림)반도 곳곳에는 러시아군 전투복과 장비를 걸치고 러시아군 총기로 무장했지만, 국기를 달지 않은 군인들이 나타나 러시아어를 쓰는 주민들을 선동하고 우크라이나군을 공격하는 등 여러 공작을 진행했다.

    서방 언론은 이들에게 '리틀 그린 맨(little green men)'이라는 별칭을 붙였고, 실제로는 러시아 군인들이라는 사실이 곧 드러났다. 러시아에선 이들이 러시아군이 아니라 "돈바스 지역 독립을 위해 일어선 '예의 바른 사람들(вежливые люди)'"이라고 주장했지만, 푸틴 대통령이 나중에 시인했다.

    이들은 전쟁이 소강 상태에 빠진 뒤에도 현지에 일부가 남아 민간인으로 위장하고, 우크라이나 방첩망과 서방 정보기관 첩보망 등을 교란하는 한편 지역 여론을 러시아 편으로 돌리려는 공작을 계속 진행했다. SNS에는 가짜 정보와 조작된 사진·영상 등을 유포해 우크라이나 또는 서방측이 정확한 판단을 하기 어렵게 만들고, 침공 전에는 사이버 공격으로 인프라 기능을 마비시켰다.

    2012년 러시아군 총참모장(합동참모의장에 해당, 국방부 1차관 겸직)에 취임한 발레리 게라시모프 장군은 2013년 쓴 논문에서 "정치적이고 전략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비군사적 수단의 역할이 커졌고, 많은 경우 효과 면에서 무기의 힘을 넘어섰다"고 했다.

    즉, 전통적인 군사적 영역과 비군사적 영역(사이버 공격, 여론전 등)을 배합해 상대국의 전쟁 수행 능력을 마비시키고 국익을 얻는 방식을 채택한 셈이다. 이를 하이브리드전(hybrid warfare) 또는 그의 이름을 따 '게라시모프 독트린'이라 부른다. 게라시모프 장군은 현재까지도 총참모장 직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도 2003년 '중국인민해방군 정치공작조례'에서 삼전(三戰)이라는 전쟁 수행 방식을 공식 채택했다. 여론전, 심리전, 법률전을 뜻하는데 쉽게 말해 상대국 여론을 조작하고, 상대국 국민들 마음을 장악하며, 국내·국제법을 활용해 공격을 정당화하고 상대방 공격은 무력화하겠다는 뜻이다.

    막상 시작하니 졸전 거듭…'명분 없는 침공'에 전의 상실

    하지만 러시아군은 전 세계가 놀랄 정도로 졸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유로는 처음부터 명분이 없었던 침공, 뒤떨어지는 보급 능력, 예상을 넘어선 우크라이나군의 결사항전 의지 등 여러 가지가 꼽힌다.


    현대전이 기존 전쟁과 크게 달라진 점 가운데 중요한 포인트는 민군 공조가 늘어났다는 사실과 함께, 정보 전달 속도가 무척 빠르다는 점이다. 일선 병사들은 물론 피난민들까지도 스마트폰은 무조건 사용하는 시대다. 그만큼 기록은 남기 쉽고 정보는 빨리 퍼진다. 부대에서 작전보안을 위해 휴대전화를 회수하지만 작정하고 숨겨서 가지고 다니면 100% 다 찾아낼 수도 없다.

    나쁜 소식은 특별한 물리법칙을 따르기에 빛보다 빠르다는 말이 있다. 러시아가 각종 제재를 받으면 당장 작전 수행에는 지장이 없을 수 있지만, 군인들도 각자 가정이 있는 국민들이다. 가족들이 앞으로 어렵게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들의 사기는 바닥을 칠 수밖에 없다.

    침공 직후 수출통제, 러시아 은행의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 배제, 러시아 중앙은행 제재 등 강력한 제재가 이어지면서 러시아 경제는 이미 단기간으론 회복이 어려울 정도로 타격을 입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루블화 가치는 폭락하고 있고, 러시아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9.5%에서 20%로 두 배 넘게 올린 상태다.

    또 상용 휴대전화 통신은 보안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우리 군에서도 훈련 때 무전기가 잘 되지 않는다고 '카톡'을 하는 일이 많지만, 전시에는 위치를 역추적당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더군다나 러시아군은 군용 무전기조차 보안이 취약하다는 사실이 이번 침공을 통해 드러났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한 데이터 정보업체가 제공한 러시아군 통신감청 내용을 보도했는데, 이 보도 자체가 군 통신 내용이 언론사에 들어갈 만큼 보안이 뚫려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미군과 영국군 등이 운용하는 유무인 정찰기가 폴란드 상공 등을 비행하며 정보를 수집하는 모습도 포착된 바 있다.

    쫄쫄 굶고서 어떻게 싸우나?…대책없이 늘어선 보급부대

    군대는 식량과 탄약, 연료가 없으면 싸울 수 없다. 전투보다 보급이 더 중요하다는 말은 동서고금 전쟁을 통틀어 진리로 취급된다. 그런데 러시아군은 그 보급을 제대로 해주지 못하고 있다.

    이미 여러 점령지에서 러시아군이 현지 상점을 터는 일이 목격되는 한편,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북쪽에서는 64km 넘게 수송차량 대열이 늘어선 모습이 위성을 통해 포착되기도 했다.

    지난 28일 외신들이 위성사진을 통해 러시아군 차량 행렬이 수십킬로미터 가량 길게 늘어서 있다고 보도했다. CNN 캡처 지난 28일 외신들이 위성사진을 통해 러시아군 차량 행렬이 수십킬로미터 가량 길게 늘어서 있다고 보도했다. CNN 캡처 물자를 노획해 쓰는 일 자체는 전쟁사에 항상 있었다. 문제는, 무기체계가 매우 복잡해진 현대전에서 무턱대고 노획만으로 보급을 충당하면 제대로 효율을 내기 어려운데다 청야전술(淸野戰術, 방어측이 적에게 노획될 물자를 없애거나 오염시켜 쓰지 못하게 하는 방법)에 당하기도 쉬워진다.

    오히려 노획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쪽은 우크라이나군이다. 어차피 우크라이나군도 러시아제 무기를 쓰기 때문에 버려진 차량을 피아식별표기만 바꿔 칠해 쓰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풍족한 곡창지대가 있어 식량 생산량은 많고, 전투물자는 부족하기 때문에 노획이 어쩔 수 없게 된 측면도 있다. 러시아군이 청야전술을 쓸 수는 없으니 이런 상황은 우크라이나군에 유리한 셈이다.

    또, 보급부대가 움직일 땐 각 제대별로 미리 정해진 포인트에 대기하다가 앞쪽 포인트에 있던 차량 행렬이 전진하면 다음 행렬이 해당 포인트로 이동하는 방법이 정석이다. 단순히 늘어서기만 하면 낼 수 있는 속도도 그만큼 떨어지는데다, 항공기나 포병 등에 의한 공격에 제대로 대처하기도 어렵다.

    3월이 되면서는 얼었던 땅이 녹아 진흙으로 도로가 뒤덮여, 차량이 다니기 어려운 현상(라스푸티차)까지 나타날 수 있다. 그동안 쫄쫄 굶은 러시아군이 어떻게 될지는 뻔하다.

    하이브리드전도 꺾지 못한 우크라이나 항전 의지…도움 손길 이어져

    우크라이나군 참모총장 SNS에 올라온 그래픽. 만들기 쉬운 화염병으로 어디를 공격해야 효율적인지 설명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 참모총장 SNS에 올라온 그래픽. 만들기 쉬운 화염병으로 어디를 공격해야 효율적인지 설명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민들도 결사항전을 외치고 있다. '코미디언 출신'이라며 평가절하됐던 젤렌스키 대통령을 비롯한 내각은 현재까지도 모두 키이우에 남아 있다. 전직 대통령까지 총을 들고 거리로 나서는데다 해외에 있던 국민들도 나라를 지키겠다며 고국으로 돌아가고 있다.

    러시아군도 이를 알기에 민간인 지역을 고의로 공격해 공포를 심으려 하는 한편, 키이우 TV 타워를 공격하는 등 정보 유통을 막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스마트폰 시대에 역부족인 모양새다. 국민들 항전 의지가 확고한 상황에서 오히려 기름을 부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살인을 거부한다. 2차 세계대전에서 전투에 참여한 병사들 가운데 불과 15~20%만이 적을 향해 무기를 제대로 사용했다는 면접조사 결과가 있는데, 대상이 민간인인 경우에는 더하다. 이번 침공에서도 러시아군 장병들이 민간인 공격 명령을 거부하는 사례가 속출했다는 내용을 외신들이 보도하기도 했다.


    세계 각국에서도 구호물자 등 여러 형태로 도움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은 본국에 보내기 위해 전투복과 방탄복, 방탄헬멧을 비롯한 개인전투장비를 기부받기 시작했다.

    제네바 협약이 규정하는 '교전권'을 인정받고 생포되더라도 포로로 대우받기 위해선 명확한 지휘체계와 함께 무기를 공공연히 휴대하고, 통일된 제복과 휘장을 착용해야 하기 때문에 어떤 형태든 '군복'이 필요하다.

    개인전투장비는 과거 미군 등에서 방출된 구형 장비(이른바 '서플러스') 또는 국내외 업체가 자체적으로 만들어 판매한 것을 국내 동호인들이 구매한 경우가 많다. 방탄복을 비롯한 이 장비들은 우크라이나에선 돈을 주고도 구하기 힘들기 때문에 기부를 받고 있다고 전해진다.

    인터넷에도 대사관에 직접 찾아가거나 우편을 통해 이런 장비들을 기부했다는 사진 등이 올라오고 있다. 이는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발전하는 IT기술, 보안대책 갖춰 활용해야

    20세기 초반 일본에 나라를 빼앗긴 뒤 임시정부를 세우고, 35년간 무장투쟁 끝에 독립을 얻어낸 우리 입장에서 이번 침공은 절대 남 이야기일 수 없다. 지금도 우리 군은 북한군을 마주하고 있으며, 중국군 또한 잠재적인 적으로 보고 있다.

    미래에 소규모 국지전이나 전쟁이 일어난다면, 이들도 이번 침공을 관찰하고 연구해 더 진화된 형태로 공격을 시도할 수 있다. 또 북한은 우리와 같은 민족이기에 이런 방법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가 교훈을 얻는 일 또한 필수적이다.

    먼저 민간과 공조해 IT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보안대책을 만들어 지휘체계에 적용해야 한다. 미군은 1991년 걸프전과 2003년 이라크전에서 새롭게 발전된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 거의 대부분 장병과 차량이 통신장비를 휴대하고 투입됨으로써 효율성을 높였다.

    미 육군 험비에 장착된 FBCB2 체계(왼쪽)와 그 화면(오른쪽). 미 육군 제공미 육군 험비에 장착된 FBCB2 체계(왼쪽)와 그 화면(오른쪽). 미 육군 제공특히 이라크전에서는 여단급 이하 전투지휘체계(FBCB2)를 도입했는데 이 체계의 핵심은 일선 장교들이 컴퓨터 네트워크를 통해 자신과 아군, 적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이를 화면을 통해 공유하는 일이다. 이로 인해 무전기에 대고 일일이 어디 있는지 보고할 필요가 없어 작전 효율성도 높아지고 전황을 한눈에 알기도 쉬워졌다. 이러한 형태의 전쟁을 네트워크중심전(NCW)이라고 부른다.

    미 육군 다영역작전 개념도. 류기현·김성학 '미 육군 다영역작전(MDO)의 이해', 한국국방연구원(KIDA) 국방논단 1809호미 육군 다영역작전 개념도. 류기현·김성학 '미 육군 다영역작전(MDO)의 이해', 한국국방연구원(KIDA) 국방논단 1809호미군은 이를 더 발전시켜 전군 통신을 합동전영역지휘통제(JADC2)라는 체계로 통합해 운용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JADC2의 핵심은 다영역, 즉 지상·해상·공중·우주·사이버/전자전 영역을 동시에 활용하기 위해 디지털 데이터를 육해공·우주군, 나아가 동맹국들까지 통합적으로 한 번에 쓸 수 있도록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우리 군 일선 말단 제대에서는 통신장비가 미비해 아직까지도 마이크에 아군과 적군 위치를 육성으로 불러주는 한편, 개인 스마트폰까지 동원되고 있는 판국이다. 미래에 미군과 연합작전을 하려면 JADC2가 필요하다는 점은 둘째치고 NCW조차도 어려운 상황이다.

    민간 기술을 활용해야 한다. 오히려 군용 체계 도입은 긴 시간이 걸리는데 민간 쪽 기술 발전은 무척 빠르기 때문에 보안대책만 제대로 세운다면 매우 유용한 경우가 많다. 이번 침공에서 스페이스X는 우크라이나에 위성 인터넷망을 제공해 사람들이 정보를 얻을 수 있게 하는 한편, 민간 상업위성들이 러시아군 배치와 이동 현황을 포착해 일반에 공개하면서 자연스레 운신의 폭도 좁아졌다.

    적어도 러시아군처럼 작전에 투입된 상황에서 보급도 제대로 못 받으면서 어디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일은 막아야 한다.

    공보·정훈·법률전도 현실화 필요…'싸워야 하는 이유' 정확히 알려야

    사이버·여론전에 대비하고 작전법을 제대로 교육해야 한다. IT화된 현대 전장에서 사이버 공격이나 전자전을 통해 지휘통신체계를 마비시키면 어떤 군대든 혼란에 빠져 우왕좌왕하게 될 수밖에 없다. 불행히도 북한은 사이버 분야에서 상당한 실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중국 또한 마찬가지다.

    우리 군에서도 사이버작전사령부와 국군심리전단이 이러한 임무를 담당하고 있지만 전자는 국내 정치와 선거에 불법 개입했고, 후자는 몇 년 전 대북 확성기 비리 등으로 손발이 잘린 상태다. 군의 정치적 중립은 준수돼야 하기에 실태를 무턱대고 비난할 수 없지만, 나라를 지키기 위해 싸워야 하는 이유를 정확하게 국내외에 알리는 일은 필요하다.

    우크라이나에선 대통령이 직접 키이우에서 '셀카' 영상을 찍어 SNS에 올리는 등 수도에 머무르며 결사항전 의지를 다지는 모습이 큰 화제가 됐다. 전직 대통령과 국회의원들까지 총을 든 마당에, 러시아군 입장에서는 1994년 1차 체첸 전쟁 때 그로즈니 시가전에서 대참사를 겪은 악몽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군 관계자는 "이스라엘군 사례를 보면 하마스의 여론전에 대응하기 위해 무기체계가 정밀하게 공격하는 장면을 그대로 촬영하고, 공보정훈장교들이 이를 근거로 국내외 여론전을 벌인다"며 "예를 들어 합동참모본부가 북한 미사일 발사 상황을 언론에 알릴 때도 '적을 이롭게 할 수 있다'며 정보를 숨기기보다, 어떤 부분은 탐지했고 어떤 부분은 탐지하지 못했는지를 명확히 알려야 국민들이 군을 신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이러려면 불법 정치 개입을 막을 엄격한 규제가 먼저 있어야 한다.

    전쟁법을 준수함으로써 정당하게 싸운다는 이미지를 국내외에 심는 일도 중요하다. 불행히도 우리 군인들은 전쟁법을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대다수다. 아직까지도 '전시 명령 불복종은 즉결처분이 가능하다'는 잘못된 인식이 있지만, 즉결처분은 한국전쟁 발발 직후 잠깐 허용됐다가 부작용이 너무 많아 바로 이듬해인 1951년에 금지됐다. 오히려 임의 즉결처분은 살인죄로 처벌이 가능하다.

    이번에 우크라이나는 다친 러시아 군인을 병원으로 옮겨 치료해 주는 한편, 먹고살기 위해 우크라이나인 부모를 두고도 러시아군에 입대한 병사가 부모와 만나 '집밥'을 먹는 모습도 공개되면서 부당한 침략에 맞서면서도 이성을 잃지 않는다는 이미지를 전 세계에 심었다.


    이른바 '빨갱이 때려잡자'는 대적관 일변도였던 정훈교육도 왜 우리가 나라를 지켜야 하는지를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국방부는 2018년 국방백서부터 '주적' 개념을 삭제하고 "우리 군은 대한민국의 주권, 국토, 국민, 재산을 위협하고 침해하는 세력을 우리의 적으로 간주한다"고 기술했지만, '국방부 공식 문서가 북한을 주적으로 보지 않는다'며 비난받기도 했다.

    징계와 처벌을 주로 담당하는 법무병과도 작전법(전평시 군사작전 수행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모든 국제법과 국내법)을 정확히 교육하는 일에 나서야 한다. 올해 7월부터는 군사법원법 개정으로 입대 전 범죄와 군인 사망범죄, 성범죄를 민간에서 맡게 되면서 법무장교들이 이런 임무를 맡을 인력 여유도 좀더 생기게 됐다.

    한국국방연구원 박문언 병영정책연구실장은 지난해 '국방논단'에 기고한 '법률전을 대비하는 작전법 분야 법률지원 강화'라는 글에서 "작전이나 정책 분야에서 먼저 결정을 내리고 사후 문제가 발생하면 법률적으로 방어 논리를 찾는 경우가 많은데, 한반도에서 실제 상황이 발생하면 국제규범을 통한 문제 해결이 강하게 요구된다"며 "법무장교 스스로 작전법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작전계획과 훈련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법적 문제점을 검토하며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조직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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