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동아리 '한국근현대사연구회' 소속 학생들과 일반 학생들이 일 온라인으로 선거방송을 함께 보며 토론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 당혹스럽겠는데? 오늘 잠 못자겠다…"
"이렇게 접전일줄 몰랐네. 이렇게 너무 조금 차이가 나면 선거불복도 있을 것 같고"
"다들 여론조사만 봤을 때 윤석열로 예상하지 않았나"
9일 20대 대통령 선거 지상파 3사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컴퓨터 스피커에서 목소리들이 쏟아졌다. 고려대 한국근현대사연구회(한근연) 동아리 소속 학생들이 이날 저녁 온라인에서 만나 출구조사 결과를 함께 시청하면서 나온 반응들이다.
이 온라인 모임에 참석한 인원은 10여명. 일부는 동아리방에 모여 치킨과 함께 선거방송을 즐기고 있었다.
코로나19 여파로 대면모임이 부담스러워진 데다, 이미 학과 수업 때부터 비대면 모임에 익숙해진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모인 곳은 온라인이다.
한근연 남나경 회장은 "다들 선거가 재밌는 이벤트라고 느끼고 있고 해서 동아리 회원이 아닌 학생들도 함께 참여하고 있다"며 "14학번부터 22학번까지 다양한 나이의 학생들이 많이 참여했다"고 모임 취지를 설명했다.
물론 선거방송을 본다고 해서 모두가 진지한 태도로 선거와 정치에 국한해 얘기를 나누는 것은 아니다. 각자의 정치 성향이나 사담을 얘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곧 진지한 태도로 토론이 이어졌다. 남모 학생이 "40대들은 이재명 후보를 많이 뽑나? 그런 이유가 뭔가?"라고 묻자, 문모 학생은 "4050 세대는 집 몇 채 있는 정도는 기득권도 아니라고 생각하더라"라며 "자신들이 하는 것은 정의로운 행동이고, 십 수 년 전 (민주당을) 열성적으로 지지했던 세대여서 실익보다는 낭만주의적 관점으로 지지하는 것 같다"고 답하기도 했다.
다른 문모 학생은 "최근 선거와 관련해 지역주의가 점점 사라진다는 평가가 있었는데, 이번 대선은 한 달 전까지 거의 '대장동', '줄리' 등 네거티브였고, 서로 자기를 나타낼 이념을 가지지 못한 상태여서 결국 다시 지역주의로 회귀한 것 같다"고 이번 선거를 평가하기도 했다.
인터넷 방송인들도 '선거' 관심
전 프로게이머이자 인터넷 방송인 진재승 씨가 9일 트위치tv에서 9일 시청자들과 함께 선거방송을 보고 있다. 트위치tv나 아프리카tv 등 1인 인터넷 방송 플랫폼도 MZ세대들이 선거방송을 즐기는 주요 창구다.
이날에는 평소 정치 콘텐츠를 다루지 않는 인터넷 방송인들도 선거방송을 시청자들과 함께 보며 이야기를 나눴다.
전 프로게이머이자 인터넷 방송을 하고 있는 진재승 씨는 트위치tv에서 보통 게임 방송을 위주로 하지만, 이날은 출구조사 결과 발표 시간에 맞춰 지상파 방송을 켰다.
초박빙 결과에 채팅창에 '놀랐다', '생각보다 1번을 많이 찍었다' 등의 글들이 올라오자 재승 씨도 "나도 많이 놀랐다"고 반응했다.
출구조사 결과 발표를 전후로 500원에서 1000원 등 소액 후원이 잇달아 나오기도 했다.
또 비슷한 시각 아프리카tv에서는 인터넷 방송인 '햅번'도 마찬가지로 지상파 방송으로 개표 방송을 보며 시청자들과 얘기를 나눴다.
'햅번'은 사형제나 촉법소년에 대한 처벌, 심신미약으로 인한 감형 등과 관련해 간단히 시청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물론 방송에서 선거나 정치와 관련한 이야기가 진지하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한 시청자가 "별풍선 감형제도"라고 농담하자, '햅번'은 "대통령되면 (1인) 방송 안하지"라고 받아치기도 했다.
일부 특정 지역을 비하하는 시청자들에게는 "지역 비하는 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BTS, 술 한잔 그리고 선거방송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한 술집에서 선거방송이 나오고 있다. 김정은 인턴 기자서울 서대문구 신촌 소재의 주점 '꽁술'에서는 저녁 7시쯤 방탄소년단, 아이유 등 K-POP부터 콜드플레이 등 해외 팝까지 신나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한 구석에는 손님들이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게임기가 놓여 있었고, 복층으로 구성된 주점의 벽 한가운데에 설치된 거대한 스크린에서는 선거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이곳에서 20대 커플 한 쌍은 콘치즈에 맥주를 홀짝이며 개표방송을 봤다.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될 때는 온 시선이 스크린에 꽂혀 있었다.
서모(23, 남) 씨는 "이재명 후보가 선호도가 높을 줄 알았는데, 윤석열 후보가 높게 나와서 놀랐다"고 했고, 조모(22, 여) 씨는 "예상대로 (출구조사 결과가) 나왔다"며 덤덤히 말했다.
또 신촌의 한 치킨집에서는 인근 대학생으로 보이는 학생들로 꽉 차있었는데, 역시나 대화 주제는 '선거'였다.
한 여성은 "교수님과 술 마시는 것보다 기분이 더 X같다"며 윤 후보의 박빙우세 출구조사 결과를 불쾌해 했고, 다른 남성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 축구도 꼭 막판 가서 골 넣는 애들이 있다"면서 치킨을 뜯어 물었다.
치킨집 사장님은 "출구조사 발표가 나고 나서 한 손님이 난리를 쳤다"며 "젊은 친구들도 생각보다 선거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