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신규확진자가 35만 190명을 기록한 13일 오전 서울광장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초등학생 아들이 집에서 한 자가진단에서 양성반응이 나온 A씨는 휴일인 지난 13일 집에서 가까운 경기도 광명시 소재 임시 선별진료소를 찾았다. 확진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오후 1시 30분부터 PCR(유전자 증폭) 검사를 대기하는 줄을 어렵게 찾았다.
하지만 좀처럼 줄은 줄어들지 않고, 두통을 호소하는 아들은 갑자기 구토를 하기도 했다. "집에 가고 싶다"는 아들을 어렵게 달래서 대기를 했지만, '오늘 중에 검사를 받을 수는 있을까'하는 불안한 마음이 가시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2시간여 대기하자 방역복을 입을 의료진이 다가와 "검사를 받을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다"고 큰소리로 알려왔다. 주변은 웅성거렸고 일부 대기자들은 "못 받으면 못 받는다고 정확하게 말해줘야지 기다리지 않을 것 아니냐"고 항의를 하기도 했다. A씨는 검사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오미크론 변이의 대유행으로 코로나19 의심환자들이 급증하면서 PCR검사 받기가 '하늘에서 별따기' 처럼 어려워졌다. 대기 시간이 최소한 2시간이고, A씨처럼 3~4시간 기다려도 PCR 검사 키트 물량이 동나서 받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에 정부는 14일부터 일반병원에서 의사가 실시한 전문가용 신속항원(RAT) 검사에서 결과를 PCR처럼 인정해주기로 했지만, 대기 인원이 워낙 많다보니 검사받기가 고단하기는 마찬가지다.
서울 구로구에 사는 B씨는 이날 오전 코로나19 진단과 치료를 하는 가까운 병원을 찾았지만 "사람이 너무 몰려서 신속항원 검사를 하지 않는다"면서 "언제 재개할지 모른다"고 했다.
B씨는 하는 수 없이 인근의 다른 병원을 가봤지만 역시 10시도 안돼 오전 검사가 마감됐다. 그는 오후 4시가 넘어서야 검사를 받았다.
가족이 감염된 C씨는 경기도 과천시에 있는 동네 병원에서 3시간 대기 끝에 어렵게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서울 양천구에 있는 회사를 다니는 D씨는 팀원 전체가 증상이 의심돼 동네 병원에 몇군데에 문의했지만, "오전 마감은 끝났다"는 대답만 듣고 오후에서야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정점을 지나면서 검사 역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지난 11일 전체 검사량은 110만건을 넘어섰고, 주말.휴일에도 70만~100만건 수준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24시간 안에 확진 여부를 통보해 줄 수 있는 검사량을 최대 85만건으로 보고 있다.
검사받기가 쉽지 않다 보니 검사 자체를 포기하거나 치료 시기를 놓치는 사례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발표하는 일일 확진자 수 외에 대량의 숨은 감염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고려대 김우주 감염내과 교수는 "60세 이상 고령층을 대상으로 PCR검사를 하면서 정부의 신규확진자 수치는 큰 의미가 없어졌다"면서 "정부 발표에 곱하기 2를 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방역당국은 증상이 나타난 후 확진 판단을 받기 전까지 마스크를 철저히 착용하고, 가족간 밀접 접촉을 피하는 등 방역수칙을 지킬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