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휴전이라는 희망의 불씨를 지피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15일(현지시간) 러시아와 회담에서 "타협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말하면서다.
"러, 항복 요구 안하고 부드러운 자세"
AP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협상 대표단을 이끄는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실 고문은 화상 기자회견을 열고 이날 열린 회담에 대해 "매우 어렵고 힘들다"면서 "양측이 기본적으로 이견 대립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타협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회담은 16일 계속될 예정이다.
이호르 조르크바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은 "점점 건설적인 협상이 되고 있다"면서 "러시아가 더 이상 우크라이나의 항복을 요구하지 않는 등 부드러워진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금지와 중립국화 등을 요구했다. 사실상 친러시아 정부 수립도 추진한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의 철수와 주권 보장을 원한다.
양측은 계속된 회담을 통해 이 같은 이견을 어느 정도 좁힌 것으로 해석된다.
우크라, 나토 가입 포기로 돌파구 마련?
연합뉴스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회담에 앞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금지 등 자신들의 요구 사항을 재확인했다.
이런 상황에서 폴란드와 체코, 슬로베니아 등 EU(유럽연합) 3개국 정상은 이날 교전이 벌어지고 있는 키이우를 방문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를 공개적으로 표시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영국 런던에서 열린 합동원정군 지도자 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해 "나토가 우크라이나를 받아줄 의사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몇 년 동안 문을 두드렸지만, 문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이것이 사실이다. 우리는 이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의 요구 조건을 일부 받아들이는 대가로 휴전에 합의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러, 공격은 계속…"민간인 목표로 장거리 무기 사용"
연합뉴스하지만 러시아의 공격은 멈추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동이 트기 전 키이우에서 대규모 폭발음이 들렸고 밝혔다. 또 러시아군은 아파트와 지하철역 등 민간인 지역을 포격하며 키이우의 포위망을 좁히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도시의 4층 건물이 공격을 받았고 수십 명이 사망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 국방부의 고위 관계자는 "러시아군이 키이우의 민간인을 목표로 장거리 무기 사용을 늘리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육군은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진전을 전혀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 부대가 키이우 도심에서 15km 떨어진 곳에 머무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UN(유엔‧국제연합)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약 700명의 민간인이 숨진 것으로 집계했다.
미국 폭스뉴스 소속의 기자 2명도 키이우 외곽에서 숨졌다. 이들이 타고 있던 차량은 폭격을 받아 불이 났다. 앞서 지난 13일에도 우크라이나에서 기자 1명이 사망했다.
필사의 탈출행렬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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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의 안전 확보와 피난을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적십자는 러시아 국경과 인접한 북동 지역 도시인 수미에서 버스 70대를 동원해 민간인 대피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서는 43만 명이 탈출했다. 이 도시에서는 지난 일주일 동안 러시아군의 포위작전으로 약 2300명이 숨졌고, 시체가 쌓여있다. 식량과 식수, 구급약, 난방 등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키릴 티모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 선임 보좌관은 약 2만 명이 4천대의 개인 차량을 이용해 마리우폴을 떠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