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청사 본관(신청사) 인근에서 주변 건물들을 찍은 사진. 모자이크 처리되지 않은 부분은 모두 민간 건물이다. 높은 만큼 이 건물들에서 국방부 청사 또한 훤히 내려다보일 수밖에 없다. 김형준 기자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청와대 집무실 이전을 추진하는 가운데, 용산구 국방부 청사 부지에 집무실을 마련하는 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외교부가 쓰고 있는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별관도 함께 거론된다고 알려졌다.
다만 국방부 부지는 경비 자체는 용이하지만, 서울 시내 한복판에 있다는 특성상 주변에 고층건물들이 많고 역설적으로 보안 유지 등에서 문제가 있을 수 있어 현실적인 대안이 될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화문, 경호·교통 문제 쉽게 해결 어려워…국방부 부지 대안 급부상
윤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현재 청와대 내에 있는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 정부서울청사로 이전하며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경호와 교통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으면서 난관이 생겼는데, 대안으로 급부상한 곳이 현 국방부 청사다. 관저로는 근처 한남동에 있는 참모총장 공관이나 외교부·국방부 장관 공관 등이 거론된다.
국방부 청사의 장점은 대통령이 사용할 수 있는 제반 시설들이 이미 갖춰져 있다는 점이다. 헬기장은 물론,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지하에 각각 벙커가 있는데 이들 모두 유사시 정부 전체가 들어갈 수 있는 규모로 시설이 마련돼 있다.
문제는 보안 유지…근처 주상복합·상업건물서 국방부 청사 내려다보여
카카오지도를 통해 불러온 국방부 청사 일대. 주변에 아모레퍼시픽, LS용산타워, 각종 주상복합아파트 등 높은 건물이 많다.국방부 부지는 군부대이기 때문에 상용 지도에는 나오지 않지만, 실제로는 지하철 4·6호선 삼각지역과 4호선 신용산역 근처에 있다. 과거에는 현재 전쟁기념관이 위치한 건물 부지에 육군본부가 있었는데, 1989년에 충남 계룡대로 이전한 뒤 전쟁기념관이 지어졌다.
강남과 성남, 판교 일대가 그렇듯 이곳도 당시에는 이렇다 할 높은 건물이 없는 곳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서울 시내가 많이 개발되면서 이곳에도 그런 건물들이 쭉 들어섰다.
대표적인 예로 신용산역 근처에 아모레퍼시픽, LS용산타워, 센트럴파크타워 등 상업건물들이 늘어서 있으며 주상복합단지로는 센트럴파크 해링턴스퀘어, 시티파크, 파크타워 아파트 등이 있다.
이곳에 올라가면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등 건물들이 훤히 내려다보이며 반대로 국방부 청사에서도 이 건물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당연히 보안 유지에는 취약하다.
대통령 집무실을 이곳으로 이전하려면 관련 대책을 마련해야 하지만 사실 뾰족한 방법은 없다.
청와대 경호·경비-지원부대 등은 어디로?
지하철 4·6호선 삼각지역에서 내리면 국방부 마크가 새겨진 건물을 쉽게 볼 수 있다. 이곳은 국방부 구청사로 사이버작전사령부 등이 입주해 있다. 과거 12.12 군사반란 당시엔 아군끼리 총을 겨누는 비극적인 일이 벌어지기도 한 곳이다.
국방부 장관, 각 실국장 등은 나중에 지어진 신청사를 사용하는데, 이 건물엔 비어 있는 방이 아예 없다고 전해진다. 바로 옆에 위치한 합동참모본부 청사 또한 마찬가지이며, 근무지원단 건물에는 빈 방이 그나마 있다. 구청사도 마찬가지다.
앞서 언급했듯 국방부는 군부대이지만 청와대보다는 중요성이 조금 낮다는 특성상, 국방부 근무지원단 군사경찰대대가 일대 경계를 책임지고 있다.
주한미군이 지난 15일 훈련 모습을 공개한 패트리엇 미사일 포대. 주한미군사령부 제공하지만 대통령 집무실이 이곳으로 옮겨 올 경우 대통령경호처,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1경비단, 경찰 101·202경비단 등 경비부대와 지원부대 등도 이전이 불가피하다. 북악산에 있는 패트리엇 미사일 포대 또한 재배치해야 할 수도 있다. 패트리엇은 포대와 가까이 있는 주요 시설만을 방어할 수 있는 체계이기 때문이다.
이 부대들을 모두 옮겨오려면 지금 국방부 부지로는 부족할 수 있다. 용산 미군기지에 있는 한미연합사령부 등 부지를 사용하더라도, 완전히 이전하기 전에는 마찬가지다.
군·경에서는 청와대 일대를 '특정경비지구'라고 부르며, 수십년 동안 이곳에서 작전을 펼치며 관련 노하우를 쌓아 왔다. 때문에 북악산 성곽 탐방로는 2006년과 2007년, 북악산 둘레길은 2020년에 와서야 개방되기도 했다.
방법 없진 않지만 부작용 상당해 신중한 고려 필요
꼭 국방부 부지로 이전해야겠다면 방법이 없지는 않다. 이미 윤 당선인 측은 이곳을 집무실로 사용하는 쪽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15일 오후엔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과 대통령경호처장으로 유력하다고 전해지는 김용현 국방정책분과위원장(전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퇴역 육군중장)이 집무실 후보지를 둘러보기 위해 국방부를 방문했다. 이날 신청사 안에선 행정안전부 등에서 나온 몇몇 정부 관계자들이 건물 내부를 사전조사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과 김용현 국방정책분과위원장(전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퇴역 육군중장). 선관위 제공·연합뉴스하지만 국방부 인원들이 사용하고 있는 신청사나 합참 청사를 비우고 집무실로 쓸 경우, 북한 도발 등이 코앞으로 다가온 엄중한 시기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기에 바람직하지 않다. 보수 정권이 견지하는, 안보를 중시한다는 이미지와 모순되는 점도 있다.
대안으로는 먼저 합참 청사 바로 뒤편에 현재 공사를 하고 있는 국방홍보원 건물을 설계변경하는 방법이 있다. 국방홍보원은 현재 전쟁기념관 뒤쪽에 있는 국방대학교 서울캠퍼스, 국군복지단과 함께 있으며 국방부 부지 내로 이전해오기 위해 이 건물을 짓고 있다.
앞서 언급된 사이버작전사령부 등이 위치한 국방부 구청사, 또는 신청사 근처에 있는 국방부 근무지원단 건물을 이용할 수도 있다. 이곳엔 공실이 얼마간 있다고 알려졌다. 물론 집무실 기능을 하려면 대대적으로 개편을 해야 한다.
하지만 어떤 방식을 택하더라도 대통령 집무실이 기존 군 시설로 들어가는 모양새가 되는 일이 불가피하며 보안 유지가 어렵다. 또 집무실이 군 부대로 들어가는 일 자체가 '전시 사령관' 같은 이미지를 만들 수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5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모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