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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리뷰]'그 남자는 타이타닉…' 사랑 향한 여정이 보여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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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컷 리뷰]'그 남자는 타이타닉…' 사랑 향한 여정이 보여준 것

    외화 '그 남자는 타이타닉을 보고 싶지 않았다'(감독 테무 니키)

    외화 '그 남자는 타이타닉을 보고 싶지 않았다' 스틸컷. ㈜슈아픽처스 제공외화 '그 남자는 타이타닉을 보고 싶지 않았다' 스틸컷. ㈜슈아픽처스 제공※ 스포일러 주의
     
    누구나 모든 여정에서 낯선 이의 친절과 악의를 무수하게 통과하며 종착점에 다다른다. '그 남자는 타이타닉을 보고 싶지 않았다'는 용기 있게 시작한 여정을 낙천성과 사랑으로 이겨내며 도착점에 이르는 과정을 주인공과 함께 체험하는 작품이다.
     
    난치병인 다발 경화증으로 시력과 기동성을 잃은 야코(페트리 포이콜라이넨)는 연인 시르파(
    마르야나 마이야라)와 전화로 원거리 연애 중이다. 그러던 어느 날, 혈액염을 앓고 있는 시르파로부터 치료과정에서 잘못하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듣는다. 이에 야코는 1000㎞ 떨어진 도시에 사는 연인을 만나기 위해서 안전한 집을 벗어나 위험천만한 여정을 떠난다.
     
    외화 '그 남자는 타이타닉을 보고 싶지 않았다' 스틸컷. ㈜슈아픽처스 제공외화 '그 남자는 타이타닉을 보고 싶지 않았다' 스틸컷. ㈜슈아픽처스 제공'그 남자는 타이타닉을 보고 싶지 않았다'(감독 테무 니키)는 휴대폰과 휠체어 없이는 제 한 몸 가누기도 힘든 주인공이 사랑을 찾아 온 몸을 던지는 감동적인 모험담이다.

    어쩌다 장애를 갖게 된 주인공 야코에 캐스팅된 배우는 실제로 다발 경화증을 앓고 있는 감독의 오랜 친구 페트리 포이콜라이넨이다. 실제 장애를 가진 배우인 만큼 그의 연기는 매우 사실적인데,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야코의 모습은 '장애인'이 아닌 장애를 가진 '야코'다.
     
    영화는 클로즈업과 섈로 포커스(shallow focus, 이미지의 한 층만을 강조하는 촬영 기법으로, 일반적으로 연기가 이루어지는 층은 선명한 초점이 형성되나 그 배경과 주변은 뿌옇게 탈초점 상태가 된다)를 이용해 주인공을 제외한 그 주변은 흐릿하게만 보인다.
     
    사물을 분간하기 힘들고, 휠체어에 앉은 주인공의 시각으로 본 다른 사람은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즉, 우리가 보는 주인공 주변은 주인공의 눈으로 보는 세상이기도 하다. 이러한 연출 기법으로 인해 영화는 보다 체험적으로 다가온다.
     
    이런 시각적인 연출은 어쩌면 빤해 보일 수 있는 이야기를 조금은 다르게 바라보도록 한다. 동시에 흐릿한 초점은 관객 역시 볼 수 있는 걸 한정되게 만들고, 좁은 세계에 갇히게 만들면서 폐쇄 공포증마저 느끼게 한다. 이처럼 한정된 화면은 긴장을 자아냄과 동시에 주인공의 얼굴에 집중하면서 보다 주인공의 상황과 감정에 감화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다.
     
    외화 '그 남자는 타이타닉을 보고 싶지 않았다' 스틸컷. ㈜슈아픽처스 제공외화 '그 남자는 타이타닉을 보고 싶지 않았다' 스틸컷. ㈜슈아픽처스 제공체험적인 영화이고, 장애인을 주인공으로 하지만 영화는 관객을 장애인에 대한 연민으로 이끌지는 않는다. 영화를 좋아하는 야코의 특정 감독과 영화에 대한 견해, 그리고 그가 사람을 대하고 상황에 대처하는 태도는 낙천적이고 유머가 가득하다. 그렇기에 위험한 상황에서도 그의 재치가 발휘되며 영화는 일종의 코미디처럼 비치기도 한다.
     
    장애인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을 강요하진 않지만, 야코가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시르파를 만나기 위해 떠나는 1000㎞의 여정에서 우리는 크게 세 가지 의문을 마주하게 된다.
     
    야코는 시르파의 집까지 가기 위해 그 스스로도 이야기했듯이 낯선 사람의 친절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집을 나선 후 택시를 타고 역에 도착해 기차에 타기까지의 과정에서 우리는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아무렇지 않게 살고 있는 세상이 우리 위주로 설계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 의문을 갖게 된다.
     
    3시간 거리를 가기 위해 낯선 사람의 친절에 의지해야 하는 상황에서 과연 우리는 낯선 사람을 얼마나 믿고 의지할 수 있는가를 묻게 되고, 이는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으로 넘어간다. 실제로 앞이 보이지 않아 누군지 알 수 없는 야코에게 상대를 가늠할 수 있는 건 목소리뿐이다. 그러나 목소리 안에 상대의 의도나 선악은 담겨 있지 않고, 그가 어떤 말과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 야코의 여정이 완성될 수 있다.
     
    후반부에 야코에게서 돈을 갈취하기 위해 납치하고 물리적인 폭력을 휘두르는 두 명의 남성을 마주하며 우리는 인간에 대한 믿음을 가질 수 있느냐는 물음에 한 가지 답을 내리는 데 주저하게 된다. 그리고 야코를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하게 방해하는 건 그의 장애보다 그를 가로막는 악의를 가진 개인들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언제든 약자를 착취하려는 사람이 존재하고, 그런 사람이 장애를 가진 사람이든 아니든 개인을 위험으로 몰고 간다.
     
    외화 '그 남자는 타이타닉을 보고 싶지 않았다' 스틸컷. ㈜슈아픽처스 제공외화 '그 남자는 타이타닉을 보고 싶지 않았다' 스틸컷. ㈜슈아픽처스 제공사회적 약자, 야코를 향한 폭력은 돈을 갈취하기 위해 물리적 폭력을 휘두르는 두 남성 말고도 야코 주변에 늘 존재한다.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로 야코의 이웃은 야코를 비난한다. 아파트 벽을 넘어 야코에게까지 전달되는 언어폭력은 장애인을 향한 편견과 혐오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는 야코를 정신적으로 고립시킨다.
     
    그렇기에 야코가 자신을 둘러싼 무형의 억압과 폭력 속에서 빠져나오자마자 '자유'라는 단어를 내뱉고, 이후 그를 향한 물리적 폭력에서 벗어났을 때 역시 자유를 외치게 된다. 그를 억압하는 것은 장애가 아닌 장애라는 상황을 둘러싼 혐오와 유형과 무형의 폭력이다.
     
    이처럼 위험천만하면서도 불확실한 상황, 모든 혐오와 폭력을 뚫고 야코를 집 밖으로 나와 시르파에게로 향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하는 또 다른 의문도 제기할 수 있다. 바로 자유를 향한 갈망이자 한 사람에 대한 사랑이다.
     
    사랑이란 목적지로 향하는 야코의 로드 무비에서 마주하는 몇 가지 의문을 통해 우리는 지금 우리 주변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그리고 한 존재가 가진 용기와 낙천성, 그리고 사랑은 흐릿한 스크린 속에서 오롯이 빛나는 야코처럼 선명하고 뚜렷하게 다가온다. 야코 역을 맡은 페트리 포이콜라이넨의 열연 역시 스크린을 밝게 수놓는다.
     
    82분 상영, 3월 10일 개봉, 12세 관람가.

    외화 '그 남자는 타이타닉을 보고 싶지 않았다' 메인 포스터. ㈜슈아픽처스 제공외화 '그 남자는 타이타닉을 보고 싶지 않았다' 메인 포스터. ㈜슈아픽처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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