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립니다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한판승부>'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 박재홍> 국민들이 또 윤석열 당선자 인수위에 가장 궁금한 내용 중 하나가 대북정책이 어떻게 될 것인가의 문제일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 특별히 모셨습니다. 윤석열 캠프에서 전 비전전략실장이셨고 국민의힘 통일위원장이세요. 그리고 최근에는 대북정책 바로잡기라는 책도 출간하셨는데 국내 최고의 북한 전문가이기도 한 김근식 교수님 모셨습니다. 교수님, 어서 오세요.
◆ 김근식> 안녕하세요.
◇ 박재홍> 우리 김성회 소장님과 진중권 작가님과 인사 나누세요.
◆ 진중권> 안녕하세요.
◆ 김성회> 안녕하세요.
◇ 박재홍> 본격적인 질의 앞서 현안 먼저 여쭐게요. 요즘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관련해서 굉장히 어렵지 않습니까? 이런 논란 교수님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
◆ 김근식> 글쎄요, 오늘은 대북정책 관련한 인터뷰라 들었습니다마는 현안이 지금 거의 모든 블랙홀처럼 빨려들고 있어서 두 분 선생님들 계십니다마는 개인적으로는 지금 문재인 대통령께도 좀 한발 물러섰으면 하는 당부의 말씀드리고 싶고 우리 윤석열 당선인께도 조금 천천히 가도 된다. 그러니까 청와대를 천천히 가라는 게 아니라 너무 밀어붙이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런 말씀드리고 싶어요.
예를 들면 문재인 대통령하고 윤석열 당선인이 서로 정당은 다르지만 두 분이 유일하게 합치하는 공약과 약속이 청와대 벗어나겠다는 거 아닙니까? 그러면 두 분이 협치 할 수 있는 가장 공약의 실천이 바로 청와대를 나오는 거고 광화문 시대를 여는 건데 그러면 문재인 대통령 입장에서는 본인이 못한 약속은 그다음 후임인 윤석열 당선인이 한다고 하면 저는 쌍수를 들고 도와주는 것이 본인의 입장에서나 정치 발전 입장에서 저는 굉장히 바람직한 모습이다,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생각이 들고요.
그리고 안보 공백을 청와대에서 이야기하는데 저는 그 안보 공백이라는 것은 당연히 5월 9일 자정까지는 문재인 대통령이 군통수권자기 때문에 안보 공액이 우려되면 안보 공백이 없도록 끝까지 차질 없이 튼튼하게 챙기면 되는 겁니다. 그러니까 국방부로 이전하는 문제나 청와대가 빠져나오는 문제 과정에서 그 안보 공백 우려를 당선인에게 이야기할 게 아니라 안보 공백 우려가 예상되면 그걸 최소화하고 빈틈없이 챙겨서 그런 일이 없도록 하는 게 문재인 대통령의 마지막 책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그래서 약간 그 논리가 저는 상식적으로 납득이 잘 안 되는 것이고.
윤석열 당선인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5월 10일에 너무 목매지 말란 거예요. 5월 10일에는 절대 청와대 안 들어간다. 물론 저는 그건 좋습니다. 왜냐하면 그 양반 성격이 한번 약속을 하고 한번 말을 하면 끝까지 지키는 성격입니다. 그게 잘하면 소신이고 못하면 고집이 되는데 어찌 됐든 그 약속을 지킨다는 의미에서 저는 국방부를 택한 건 이해가 됩니다. 그런데 5월 10일 날 반드시 청와대를 시민에게 개방하겠다. 그럴 필요 없어요. 7월 달에 해도 됩니다. 청와대 개방은. 그런데 5월 10일 날 청와대를.
◇ 박재홍> 7월 달?
◆ 김근식> 5월 10일에 청와대를 개방하겠다고 하니까 청와대에 있는 사람은 기분 나쁘죠.
◇ 박재홍> 방 빼라는 의미일 수 있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실 용산 이전을 공식화했다. 사진은 21일 청와대 모습. 박종민 기자◆ 김근식> 그렇죠. 그리고 5월 10일 날 반드시 국방부로 들어가겠다 이럴 필요도 없어요. 5월 10일 날까지 목표로 해서 지금 국방부에 집무실을 만드는 노력을 하되 시간이 늦춰지고 여러 가지 챙길 게 있으면 통의동 사무실에 계속 있으면서 7월에 들어가도 되잖아요. 그러니까 5월 10일이라는 그 날짜에 너무 집착할 필요가 없다. 청와대를 5월 10일 날 시민에게 공원으로 돌려주는 것도 제가 볼 때는 연말쯤 가야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천천히 많은 이야기를 들어보고 잘 아름답게 만들어서 내놓으면 되는 것이고 국방부 들어가는 것도 지금 선언했기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의 도움을 받아서 준비를 하되 5월 10일까지 현실적으로 안 될 수도 있잖아요. 4월 훈련도 있고.
◇ 박재홍> 한미군사훈련.
◆ 김근식> 그렇죠. 국방부를 합참으로 옮기는 문제나 여러 가지 챙길 게 있다고 한다면 다 챙겨서 6월에 가든 7월에 가든 준비를 튼튼히 하고 그때까지 기간은 통의동에서 하면 됩니다. 통의동 인수위에서 하는 것처럼 하면 되지 뭐가 어렵겠습니까?
◇ 박재홍> 김근식 교수님이 당선인에게 직접 직언하시면 되잖아요.
◆ 김근식> 한판승부를 들으시고 말씀 들으실 것 같습니다.
◇ 박재홍> 알겠습니다. 일단은 오늘 북한 문제를 교수님과 말씀 나누기 위해서 모셨는데 일단 최근에 미사일, 북한 미사일 얘기가 많이 나옵니다. 그래서 이제 북한의 방사포 발사 문제에 대해서 당선자가 9.19 합의 위반이다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서욱 국방부 장관은 합의 위반 아니다, 이렇게 말했거든요. 이게 뭐가 진실인지.
◆ 김근식> 그러니까 9.19 남북 군사 합의서를 적대행위 금지구역이라는 걸 설정해 놨거든요, 지상과 해상과 공중에. 그 위치와 지점을 이야기하면 서욱 장관 말이 맞고 왜냐하면 금지구역에서 쏜 게 아니기 때문에. 그러나 9.19 남북군사합의서는 구체적인 각론보다 맨 위에 있는 정신은 남북 간의 군사적 긴장을 조성하지 않는다.
◇ 박재홍> 큰 틀에서 보면.
◆ 김근식> 적대행위를 하지 않는다. 일체의 전쟁이나 도발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게 맨 앞에 나와 있는 명시적인 정신이기 때문에 정신을 강조하면 위반한 것이죠. 그러나 구체적인 적대행위 금지구역이라는 위치나 지점을 따진다면 위반이 아니라고 말을 할 수 있다.
◆ 김성회> 교수님, 그런데 그렇지가 않은 게 쏜 데가 숙천이라고 해서 평양남도 북쪽에 있는 데서 자기네 해변가에다 쏜 거잖아요. 바다에다 쏜 건데 그걸 적대적 행위라고 하면 우리나라에서 예를 들어서 천안에서 천안 안 되겠구나. 부여나 이런 해안가에서 서해상으로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하는 게 북한에 대한 적대적 행위라고 저들이 주장할 경우에 할 말이 없어지지 않습니까?
◆ 김근식> 그러니까 윤 당선인이 이번에 방사포를 적대행위로 봤던 이유는 금년 들어서 10번의 미사일 발사가 있었잖아요.
◇ 박재홍> 11차례 정도.
◆ 김근식> 11차례 정도 됐기 때문에 그게 여러 가지 다종 다양한 미사일을 다양한 장소와 다양한 방식으로 쏘고 있는 거거든요. 그런 맥락 하에서 이번에 초대형 방사포도 지금 연초부터 진행된 군사적 긴장 조성 행위라고 보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는 남북 군사합의의 기본 정신을 해치는 게 아니냐.
◆ 김성회> 왜냐하면 그렇게 되면 저희도 군사 훈련을 못하게 되는 우를 범하게 될까 봐 걱정이 돼서요.
북한 서해상 방사포 발사, 정부 NSC 긴급 차관회의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20일 서울역 대합실 TV 화면에 이날 오전 북한의 서해상 방사포 발사 관련 뉴스가 보도되고 있다. 북한군은 이날 오전 7시 20분 전후로 약 1시간에 걸쳐 평안남도의 모처에서 서해상으로 방사포 4발을 발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긴급관계차관회의를 열어 대응책을 논의했다. 2022.3.20 hihong@yna.co.kr (끝) 연합뉴스◆ 김근식> 그렇죠. 그런데 이제 그게 이른바 뭡니까? 안보 딜레마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한쪽에서 계속 군사적인 어떤 군사력 확충해 나가고 군비를 증강해 가면 당연히 상대방 쪽에서는 방어의 논리로 계속하는 거거든요. 그런 것들을 서로 누가 먼저 했느냐를 따져보면 할 말이 없는데.
◆ 김성회> 그런 말씀을 드린 이유는 9.19 군사합의에 대해서 윤석열 당선자가 이거 소용없다, 실질적으로 무력화시켜야 된다라고 생각하시기 때문에 이런 발언을 던지신 게 아닌가 이런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거든요.
◆ 김근식> 그런 입장은 아닙니다. 제가 볼 때는 9.19 군사합의서가 완전히 백지화된다는 게 아니고 북한이 지키지 못했을 때. 실제로 2020년인가요? 제가 기억하기로 창린도라고 하는 북한 서해상에 섬이 있습니다. 창린도에서 해안포 사격을 한 적이 있어요. 그건 명백히 남북군사합의서 위반입니다. NLL 바로 위에서 쐈기 때문에. 그런데 그때 문재인 정부가 말 한마디 하지 않았어요. 그런 식의 원칙 없는 대응에 대해서 문재인 정부를 지적하는 거지 남북 군사합의서 내용을 보면 알겠지만 내용이 굉장히 좋습니다. 우리 안보 능력이나 방어 능력의 문제점이 제기되기는 하지만 저는 이게 지켜진다면 문제는 없다고 봐요.
◆ 김성회> 당선자께서도 9.19 군사합의를 지키는 방향으로 가실 생각이다라고 봐도 되는 건가요?
◆ 김근식> 그러니까 굉장히 말씀을 원칙적으로 하니까 다 깨부술 것 같지만 대통령이 되면 그렇게 할 수도 없고 할 리도 없다고 봐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열린 인수위 간사단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박재홍> 청취자 중에 이** 님이 윤석열 후보 대북정책 하면 선제타격밖에 생각 안 난다 이렇게 말씀하시는데 일반 국민들은 언론이 막 그걸 중점적으로 보도를 했기 때문에 그 인식이 있거든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교수님께서 어떻게 말씀하실까요?
◆ 김근식> 그것도 안타까운데요. 선제타격은 잘 아시지만 윤석열 당선인의 외교안보통일 공약에 없습니다. 공약에는 당당한 외교, 튼튼한 안보, 원칙 있는 대북정책해서 비핵화를 조치에 맞서서 북한의 대대적인 경재 협력과 교류 협력을 한다고 돼 있습니다. 그게 바람직한 방향인데 선제타격은 아시는 것처럼 그때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한 직후였기 때문에 후보에게 물어보니까 후보가 답변하는 과정에서 저렇게 극초음속 미사일이 날아오고 순항미사일이 날아오면 우리 정부의 군사 교리의 3축 체계상 선제타격이라든가 킬체인을 이용하는 수밖에 없다라고 이야기를 한 건데 이게 정치적 정쟁의 논란의 중심이 돼버린 거죠.
◆ 진중권> 대통령이 되실 분이니까 언어를 좀 더 정교하게 구사하실 줄 알아야 돼요. 이분의 가장 큰 문제가 뭐냐 하면 뉘앙스를 주는 법을 몰라요. 이러다 보니까 별거 아닌 말을 갖다가 듣는 데는 원칙 자체를 깨버리는 것처럼 들리는 그런 일들이 종종 있었거든요.
◆ 김근식> 맞습니다.
◆ 진중권> 이번에도 그런 것 같아요. 명백한 위반이다라고 얘기할 필요는 없잖아요. 위반은 아니지만 합의서의 정신에 위배되지 않느냐 이렇게 말씀하셔야 하는데.
◆ 김근식> 맞습니다. 그러니까 당선인의 이야기를 주변에 있는 사람이 재차 설명해주면 이게 안 좋은 거잖아요. 당선인이 명확하게 그 자리에서 언론도 다 카메라 들고 있었는데 이게 9.19 남북합의서 정신을 위반한 것이고 북한이 이 정신을 지켜줬으면 좋겠다라고 이야기하면 되는데 말씀을 직설적으로 하시니까.
◆ 진중권> 완곡어법이 필요합니다.
◆ 김근식> 맞습니다.
◇ 박재홍> 교수님이 대북정책 바로잡기라는 책을 발간하셨습니다. 그러니까 바로잡아야 된다는 것은 이전 정책에 잘못됐다는 전제가 있는 것이고 앞으로는 이제 윤석열 정부와 함께 새로운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이런 함의가 있는 것 같은데 뭐가 잘못됐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된다는 말씀입니까?
◆ 김근식>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제가 김대중 정부 때 햇볕정책 사실은 지지자였고요. 햇볕정책의 전도사라는 이야기까지 들었습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 그 부분 열심히 제가 주장했었는데.
◇ 박재홍> 북한에도 수차례 다녀오셨고.
◆ 김근식> 남북 정상회담도 다녀오고 했는데 이명박, 박근혜 정부 지나면서 남북관계가 파탄이 됐고 그리고 문재인 정부가 돌아와서 햇볕정책을 다시 복구한 거 아닙니까? 그런데 저는 문재인 정부 들어올 때도 햇볕정책의 정신, 햇볕정책이라고 하는 기본적으로 화해, 협력이라고 하는 북한의 변화라고 하는 기본 취지는 동일하되 20년 전의 DJ, 노무현식이라면 변화된 현실이 있기 때문에 현실의 변화에 따른 변화된 접근을 해야 된다는 게 제 주장인데 제가 보기에 지난 5년 문재인 대통령께서는 그냥 15년 전 DJ, 노무현 때 햇볕정책으로 그냥 복귀한 거예요. 기계적 복귀가 된 거예요. 저는 그런 면에서 실패를 예고가 됐었다.
그러니까 변화된 현실이라는 것은 DJ, 노무현 때는 북한이 핵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지금 핵을 가지고 있죠. DJ, 노무현 때는 북한이 미국과 협상에 굉장히 매달리는 형국이었어요. 지금 북한의 김정은은 미국과 협상을 구걸하지 않습니다. DJ, 노무현 때는 북한은 남쪽이 경제 지원하고 협력하면 좋아했습니다. 남북관계가 대화가 됐어요.
그러나 제가 북한 전문가로서 보면 박근혜 정부 말기 때부터 김정은이 집권한 이후부터는 북한의 대남전략은 남쪽에 의존하지 않는 겁니다. 남쪽에 손 벌리지 않고 남쪽의 교류, 협력을 반가워하지 않아요. 그런 변화된 전략이 있다고 봐요. 이거는 국정원이나 통일부에서도 분석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런 근본적으로 변화된 현실에서 우리가 과거 15년 전에 그랬으니까 우리가 손을 내밀면 무조건 올 것이다, 이렇게 판단하는 게 제가 볼 때는 잘못된, 안이한 현실인식이라고 보는 거죠.
◇ 박재홍> 교수님이 햇볕정책, 선샤인 폴리시 대안으로 중년부부론을 언급하셨습니다. 중년부부 이거 좀 생소한데. 남북관계가 중년부부같이 어떻게 만들어가야 된다.
◆ 김성회> 위기라는 얘기입니까?(웃음)
◆ 진중권> 아니면 갱년기라는 얘기입니까?(웃음)
◇ 박재홍> 중년부부는 아주 사랑이 활활 타오를 시기인 것 같기는 한데.
◆ 김근식> 그렇습니까?
◇ 박재홍> 말씀해 보세요.
◆ 김근식> 저 개인의 입장을 너무 일관화 시키는 것 같기는 한데.
◆ 김성회> 누가 혼나야 되는 겁니까?
◆ 김근식> 집에 가서 봐야 할 것 같기는 한데.
◇ 박재홍> 중년부부론. 남북관계.
◆ 진중권> 민감해.(웃음)
◆ 김근식> 제가 알기 쉽게 표현하려고 DJ, 노무현 때까지는 실용 부부 같은 남북관계였다. 50년대 냉전, 적대 시기를 지나서 정말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통해서 극적인 남북관계 개선이 이루어지고 저도 평양에 열 몇 번 갔습니다마는 갈 때마다 설레고 좋지 않았습니까? 이런 신혼부부 같았는데 이게 이명박, 박근혜 정부 지나면서 거의 이혼 불사의 파탄 부부 형태로 간 거예요. 연평도 사태, 천안함 폭침 생기면서 그냥 죽지 못해 사는 게 아니라 한쪽이 죽어야만 사는 거의 파경기의 관계로 갔던 것 같고요. 그래서 문재인 정부로 왔는데 아까 말씀드린 이게 다시 신혼으로 간다고 생각하는 착각이었다는 거죠. 이게 제 개인의 입장을 너무 일반화하는 것 같습니다마는. 중년부부 정도가 신혼의 그런 애틋함과 설렘으로 부부가 이야기하는 건 아니잖아요.
◇ 박재홍> 다시 시작하자라는 거죠, 그러니까?
◆ 김근식> 다시 시작이 안 되죠. 중년부부가 신혼으로 시작할 수 있습니까? 재혼만 가능합니다.
◇ 박재홍> 아무튼 너무 깊이 들어갔는데 부부관계가.
◆ 김근식> 그래서 지금 이제 하는 게 진보진영이든 보수진영이든 대북정책이나 남북관계는 필요한 대화가 있으면 하고 서로 같이 할 게 있으면 하고 그래야지 문재인 정부가 한 것처럼 거의 구걸하듯이 협상에 매달리고 회담에 매달리고 뭘 주겠다고 하고 북측에서는 관심이 없는데 그러나 당신은 내 마음을 알지 않아요? 이렇게 계속 대북 구애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는 거예요. 실용적이고 실리적이고 뭘 해야 될 일만, 해야 될 이야기만 하면 된다. 그래야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평화에 대한. 중년부부가 절대 집에서 싸우지 않습니다, 대화는 많이 하지 않지만. 바로 그러한 실용적 평화, 실용적 남북관계가 이제는 우리도 그렇게 수준을 낮춰서 접근해야 된다고 봐요.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전용 가능한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수 있는 서해위성발사장을 현지지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1일 보도했다. 2022.3.11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nkphoto@yna.co.kr 연합뉴스◆ 진중권> 김대중, 노무현 정권 때만 해도 북이 핵을 개발한다고 했을 때도 ing였기 때문에 우리가 노력을 하게 되면 핵을 포기할 수도 있다라고 했는데 최근에 북한을 보게 되면 사실상의 핵 보유국이거든요, 인정만 받지 못한. 그리고 북한도 사실은 핵을 포기할 생각이 없어 보이거든요. 특히 이번에 우크라이나 사태 같은 걸 보고 했을 때 북한은 거기서 어떤 교훈을 끄집어내겠는가. 절대로 우리 목숨이 걸린 문제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다라고 했을 때 도대체 그럼 한반도 비핵화라는 게 사실 우리의 목표잖아요. 보수든, 진보든 떠나서. 그런데 사실 그 목표 설정이라는 게 어떻게 보면 비현실적인.
◆ 김근식> 그렇죠. 제 책에도 나와 있습니다.
◇ 박재홍> 남아공 모델.
◆ 김근식> 북핵 해법에 대한 모색이라고 해서 그러니까 불편한 진실을 우리는 인정해야 된다. 말씀하신 게 불편한 진실입니다. 과거의 김대중, 노무현 때는 핵개발 중인 상태였다면 지금은 핵보유 국가가 된 거고 그 핵 기술이 날로 진화해서 별의별 미사일, ICBM이 나오지 않습니까?
그러면 그 상황에서 과거의 접근 방법을 답습할 수 없으니 핵을 어떻게 포기할 것인가에 대해서 현실적으로 생각해야 되는데 국제정치학적으로 보면 거칠게 분류하면 상대방의 핵무기 같은 대량살상무기를 갖고 있으면 전쟁을 통해서 강제로 탈취하는 방법이 있고 그다음에 제재를 통해서 스스로 내놓게 하는 방법이 있고 그걸 거래를 통해서 돈 주는 사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 세 가지 방법으로 거칠게 분류할 수 있는데 제가 지금 분석하기로는 이제 북핵 문제는 이 세 가지 다 불가능하다는 거죠.
우리가 군사적 옵션으로 강제로 들어가서 뺏어오겠습니까? 그렇게 할 수 없는 거잖아요. 그렇다고 지금 제재를 UN에서 강력하게 하고 있습니다마는 제재라는 게 물 샐 틈 없는 제재로 북한이 죽을 정도가 되야 되는데 그렇게 할 제재는 중국이나 러시아가 있기 때문에 되지 않습니다. 제재가 김정은을 아프게는 하지만 죽일 정도로 하지 않지만 제재를 통해서 되지 않는 건데 MB, 박근혜 때는 제재 만능론에 빠져 있었죠.
그런데 협상 만능론은 문재인 정부가 하고 있는데 협상도 필요하죠. 가격을 쳐줄 테니까 너 뭐가 필요하냐, 필요한 걸 내놔라. 그런데 이제 협상으로 가기에는 가격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버린 거고 설사 북한이 요구하는 걸 준다고 해도 북한이 그걸 내놓을 수 있을까 확신이 없는 거예요.
지금 셋 다 힘들기 때문에 그렇다고 셋 다 무용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튼튼한 안보로 전쟁 상황도 대비해야 되고 제재도 지속해야 되고 협상의 문을 열어놔야 되지만 과거처럼 그거 하나에 매달려서 그 자체로서 모든 걸 해결한다고 생각하는 건 안 된다.
◇ 박재홍> 스스로 핵을 포기하는 이른바 남아공 모델은 어떤 말씀인가요?
◆ 김근식> 그래서 셋 다 안 되기 때문에 제가 그동안 2차 대전 이후에 NPT체제 밖에서 핵개발하거나 핵무기 가졌다가 비핵화했던 사례를 쭉 보면 가장 성공적인 사례가 남아공 사례라고 봐요. 남아공도 이웃 국가의 적대적 관계 때문에 자기 정권을 지키려고 핵무기를 갖고 있었는데 해체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내부 정권의 민주화예요.
그러니까 당시 백인독재정권이었지 않습니까? 이 백인독재정권이 클라크 정권을 거쳐서 만델라 정권으로 가면서 민주화가 됐기 때문에 민주화 되는데 이웃 나라와 사이좋게 지낼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그러면 핵무기를 가질 필요가 없죠. 스스로 해체하는 겁니다. 저는 북한의 북핵 해법도 장기적으로는 북한이 갖고 있는 내부의 정권의 성격의 변화. 이웃나라, 일본이나 미국이나 남한과 사이좋게 지내는 그런 정권 성격의 변화를 통해서 스스로 핵무기가 없이 이웃 나라와 같이 안보를 챙길 수 있다고 한다면 그 위험한 핵무기를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죠.
◇ 박재홍> 아래로부터 그럼 북한의 정권…
◆ 김근식> 그런 이야기를 하기는 좀 민감한 이야기고요. 북한 내부의 변화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박재홍> 그런가요?
◆ 진중권> 저는 그런 거잖아요. 우리 같으면 핵을 안 갖고 있는 게 미국이 핵우산을 우리한테 제공하기 때문인데 그다음에 우리 한미동맹 체제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북한 같은 경우에도 중국이나 러시아와 그런 식의 군사동맹을 맺거나 아니면 핵을 포기하는 대가로 그쪽 핵우산에 들어가거나 이런 대안은 없는 건가요?
◆ 김근식> 그런데 북한이 핵을 고집하고 핵에 집착하는 건 우리 진 교수님처럼 그런 합리적인 생각을 하면 되는데 오히려 자기가 정권의 생명선으로 생각하는 핵무기를 가져야 중국과 러시아에도 할 말을 하는 거예요. 이게 사실은 핵을 가지고 있으면 이게 미국을 향할지 남한을 향할지 중국을 향할지 그건 자기가 결정하는 거 아닙니까? 이게 사실 양날의 검입니다.
◇ 박재홍> 그렇군요.
◆ 김성회> 그런데 이제 그렇게 말씀을 하시면 남아공 모델이라고 하는 것은 결국 북한의 자체적인 변화를 우리가 기다린다라는 측면은 공식적으로 그렇게 될 것 같고요. 그런데 당장 윤석열 당선자의 대북정책의 기조 자체를 보면 좀 강경하다 이런 입장을 지우기는 어려워 보이거든요. 그러니까 어떤 면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무능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유능하게 할 것이다인데 실질적으로 보면 더 호전적으로 하겠다고 비추고 있는 이 현실. 제가 바깥에서 잘못 보고 있는 겁니까? 실질적으로 좀 더 도전적으로, 호전적으로 하게 되는 겁니까?
◆ 김근식> 진 교수님 말씀처럼 당선인이 뉘앙스를 생각하는 어법을 만들어서 할 거라고 보고요. 아까 말씀드린 공약에도 분명하게 이건 원칙적으로 우리 기능주의적 입장에서 비핵화를 추구하되 북한과의 교류,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고요. 오늘 통일부 업무보고에서도 그렇게 강조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박재홍> 맞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오늘 인수위 통일부 업무보고를 했는데 통일부 기능을 복원하겠다. 남북 교류, 협력 얘기가 나와서 이 부분도 보시는 분들은 이런 정책이었어 이렇게 생각할 것 같은데.
◆ 김근식> 그래서 북핵 문제가 걸림돌인데 북핵 문제에서 제가 생각하는 한발 물러서서 이제 어차피 핵무기를 가진 핵무장 국가가 됐으니 그 핵을 포기하게 하는 협상을 우리가 철회할 수 없지만 그 협상보다는 핵을 못 쓰게 하는 안보를 먼저 챙기고 제 생각이 그래요.
핵을 포기하게 하는 협상은 뒤로 미루더라도 핵을 못 쓰게 하는 튼튼한 안보를 챙기면 시간이 갈수록 저는 시간이 우리 편이라고 봅니다. 핵을 가지고 있어봤자 북한이 뭐 하겠습니까? 쓸 수도 없는 상황인데 그리고 제재는 계속될 것이고. 그리고 우리는 협상의 문을 열어놓으니까 협상하겠다고 하면 들어보고. 그래도 정신을 못 차리면 협상이 결렬될 것이고. 저는 그렇게 하면서 북한 내부의 변화를 통해서 남아공 모델이라고 하는 정권의 성격 변화라고 하는 정권의 성격이 체인지되는 방향으로 가면 우리는 기다리면 되거든요.
그러니까 오히려 호전적으로 할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는. 북한이 원칙적으로 우리와의 입장에서 필요한 게 있으면 협상을 하고 대화를 하고 교류를 하는 것이고, 아까 중년부부로 말씀드린 것처럼.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는 호전적으로 그걸 탈취하겠다, 공격하겠다, 제재하는 것보다 그냥 가만히 우리 안보 챙기면서 기다리는 거예요.
◆ 김성회> 우리가 안보를 챙긴다라는 표현은 결국 문재인 정부가 놓치고 있었던 점을 지적을 하고 싶으신 것 같은데 어떤 부분을 더 챙겨야 된다라고 보십니까?
◆ 김근식> 그러니까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북한이 잘못된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이야기해야 되는 거죠. 부부 사이에도 부부 사이에 서로 신뢰가 생기려면 그 사람의 일관된 메시지가 전달이 돼야 신뢰가 생기는 거 아닙니까? 그러면 우리 공무원을 피살했다든지 아니면 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든지 이런 일이 있으면 아무리 북한에 대해서 우리가 동포 입장에서 긍정적으로 화해, 협력을 하고 싶어 해도 너 잘못됐다라고 단호하게 이야기해 주는 것. 그것이 저는 호전적이라고 느낄 수 없다고 봅니다.
◆ 진중권> 그런데 사실.
◇ 박재홍> 말씀하세요.
◆ 진중권> 사실 객관적 상황은 이쪽이 정권을 잡으나 저쪽이 정권을 잡으나 객관적 상황은 변함이 없잖아요. 그 상황을 봤을 때 거기서 나올 수 있는 대책이라는 것도 뻔하고 우리 정부가 이쪽이 되든 저쪽이 되든 간에 가진 옵션도 뻔하거든요. 사실 달라질 건 없고 뉴욕타임즈인가 워싱턴포스트인가 거기 보니까 적어도 언어적으로는 다른 행보를 보일 것이다.
◆ 김근식> 바로 그거죠. 언어적으로나 메시지가 잘못 전달돼서 불필요한 긴장이 조성되면 안 되는데 그런 걸 아마 당선인도 많이 순화시키시고 그다음에 실제로 대통령에 취임하면 저는 오히려 보수정부의 입장이 북한에 대해서 원칙과 태도를 정확히 정하면 훨씬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생각합니다.
◇ 박재홍> 교수님께서도 차기 정부에서 많은 일을 하셔야 될 것 같은데 문재인 정부에서는 마지막까지 종전선언 이 부분에 굉장히 공을 들이다가 끝을 내지 못했는데 그렇다면 윤석열 정부에서는 남북관계에 있어서 상징적으로 어떤 정책이나 어떤 이슈 어젠다가 가장 핵심적인 건 뭐가 될까요?
◆ 김근식> 공약에 보면 남북관계를 정상화한다.
◇ 박재홍> 정상화?
◆ 김근식> 하나의 총론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보는 남북관계는 북한이 우리를 필요에 따라서는 나오다가 필요가 없으면 삶은 소대가리 운운하면서 비난하고 그래서 갑을관계라는 것이 이상하게 돼 있는 것처럼 느껴져서 중년부부로 말씀드린 것처럼 북한도 우리를 존중하고 우리도 북한을 존중하는 그러면서 할 말은 하는. 그래서 필요한 것만 하는 한쪽에 너무 집착하거나 자기의 주관적 기대를 가지고 한쪽에 대해서 너무 몰두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하는 것이 남북관계 정상화라는 게 저는 윤석열 정부의 남북관계에 대한 기본입장이라고 보고요. 무슨 특별하게 종전선언, 평화체제 같은 걸 추진한다든지 이런 어떤 이벤트를 추진하는 건 아닐 거라고 봅니다.
그러나 이제 진 교수님 말씀대로 그동안 MB도 그렇고 박근혜도 그렇고 항상 남북관계의 쟁점은 뭐냐 하면 어떤 돌발상황이 생겼을 때예요. MB 때 박왕자 씨가 사망한 사건이라든지 천안함 사건이라든지 그다음에 박근혜 때 개성공단이 폐쇄된다든지 이런 돌발 상황이 생겼을 때 청와대가 어떤 입장을 취하는지가 중요하거든요.
제가 남북관계를 20년 이상 쭉 보면 대개 원칙적으로는 비슷해요, 진보나 보수나. 모범답안이 다 있기 때문에. 그런데 어떤 상황이 생겼을 때 청와대가 어떻게 대응하느냐. 저는 그 문제에 있어서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중년부부에 대한 기본적 신뢰와 거리두기. 또 북핵 문제에 대한 차분한 접근. 튼튼한 안보. 이런 입장을 가지고 하면 어떤 돌발 상황에서는 너무 즉자적으로 또는 너무 감정적으로 이렇게 대응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 진중권> 사실 보수정권에서 상당히 감성적으로 대응했지 않습니까?
◆ 김근식> 과거에는 그랬죠.
◆ 진중권> 그래서 남북관계를 쓸데없이 경색을 시켜버렸는데 이런 우를 또다시 범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습니다.
◆ 김근식> 잘 보필해 드려야죠.
◆ 진중권> 국민들이 정서가 있거든요. 저도 화가 나잖아요. 그런데 정부 정책이 그런 감정, 그때그때 일시적인 감정에 입각해서 정책이 내려지는 건 큰 오류지 않습니까? 그럴수록 정부는 더 냉정하게 생각하고 냉철하게 생각해야 하는데 많은 경우에 정치인들이 그때그때 지지율 관리를 위해서 그때그때 거기 편승해 버리거든요. 그런 우를 범했던 것 같고 개성공단 같은 것도 사실은 우리가 나중에 쓸 수도 있는 카드인데 카드를 먼저 내버린 멍청한 짓을 한 거죠.
◆ 김근식> 맞습니다. 그게 일종의 자해용이었죠. 그러니까 감정적인 건 문재인 정부도 똑같았다 생각해요. 그러니까 민족주의나 과거 햇볕정책에 대한 과거 향수가 있겠지만 이게 또 일종의 감정적 접근이거든요.
◆ 진중권> 그렇죠. 정서적 낭만…
◆ 김근식> 그렇죠. 이미 15년 전에 변화된 현실이라는 걸 정확히 보면 냉철한 현실 속에서 감정을 배제하고 외교안보라는 것은 그렇게 냉철하게 접근해야 하는데 양쪽 다 그런 문제점이 있었다고 봅니다.
◇ 박재홍> 알겠습니다. 여러 가지 우려를 다 고려하시고 교수님께서도 차기 정부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주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오늘 말씀 많이 나누고 싶었는데 오늘 여기서 마치고 또 오셔야 될 것 같습니다. 국민의힘 통일위원장님이시죠. 경남대학교 김근식 교수님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김근식>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