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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셋 키우기 쉽지 않지만…"그래도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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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아이 셋 키우기 쉽지 않지만…"그래도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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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국가와 도시의 존립을 위협하는 '인구절벽'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8명대로 이미 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섰다. 특히 부산지역은 계속되는 인구 유출과 저출산, 초고령화로 미래를 보장할 수 없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했다. 이에 부산CBS는 '지방 소멸'과 같은 도시 존립의 위기까지 초래하는 저출산 문제가 더이상 해결을 미룰 수 없는 골든타임 안에 있다는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그 해법을 찾아보는 연중 기획을 시작한다.

    앞서 다섯 번째 순서로 다자녀 가정 지원책이 실제 가정에는 와닿지 않는 현실을 짚어봤다. 이후 기사를 읽은 전국 각지의 다자녀 부모들이 이메일 등을 통해 공감과 함께 육아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에 여섯 번째 순서로, 지난 기사에서 충분히 담지 못한 세 자녀 부모의 생생한 육아 현실을 전한다.

    [부산CBS 2022 연중 캠페인 '초저출산 부산, 미래가 사라진다' ⑥]
    부산에서 아이 셋 기르는 가정의 육아 현실
    코로나 휴직에 '격월 육아', 학교 대신 '홈스쿨링'
    '배우자 출산휴가' 제도, 아이 출산 때마다 개선
    호텔 예약도 쉽지 않아…"다자녀 친화 분위기 형성됐으면"

    ▶ 글 싣는 순서
    ① "신생아 수 10년 만에 절반 감소" 브레이크 없는 부산 저출산
    ② "임신해도 낳을 곳 없다" 부산 산부인과 75% 분만실 '0'
    ③ "학교가 사라진다" 학령인구 감소에 통폐합 가속화 전망
    ④ 저출산에 사라지는 지역대학…지역 경쟁력 덩달아 '뚝'
    ⑤ 부산에서 아이 셋 길러보니…"지원책 크게 와닿지 않아"
    ⑥ 아이 셋 키우기 쉽지 않지만…"그래도 행복해"
    (계속)


    유아교육전에서 책 보는 아이들.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박정호 기자유아교육전에서 책 보는 아이들.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박정호 기자"아이 셋 기르기는 매 순간 힘들죠. 그렇게 육아에 허덕이다가 아이들이 자기들끼리 서로 챙겨주고 배려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어른들이 왜 '안 먹어도 배부르다'는 말을 했는지 알겠더라고요."
     
    부산에서 아이 셋을 기르는 '다둥이 아빠' 박진우(40)씨는 육아가 정말 쉽지 않다면서도, "결론은 행복하다"며 웃었다. 그는 "부모가 행복하지 않으면 아이를 낳을 수도, 기를 수도 없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박씨는 부산에서 9세 딸, 7세 아들, 2세 딸을 기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회사가 '격월 휴직'에 들어가면서, 쉬는 달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자녀 육아와 교육을 도맡고 있다. 그에게 인터뷰를 요청하자, "저녁 8시 이후에만 가능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아내와 '육아 교대'를 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코로나에 학교 대신 홈스쿨링…온종일 육아만


    요즘 어떻게 지내냐는 뻔한 질문을 던지자, "아침 7시에 일어나서 밥을 먹고, 아이들에게 각자 방을 청소하게 한다. 이후 큰딸과 아들을 앉혀 놓고 받아쓰기를 하는 것으로 수업을 시작한다"는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박씨 부부는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고 재택 교육, 이른바 '홈스쿨링'을 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19 사태로 학교 문을 열었다 닫는 사태가 반복한다는 점이었다. 혼란을 느낀 아이들이 학교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집에서도 붕 뜬 상태가 이어진다면 차라리 처음부터 학교에 보내지 않고 직접 가르치는 게 낫겠다고 부부는 생각했다.
     
    유아교육전에서 장난감을 갖고 노는 아이들.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박정호 기자유아교육전에서 장난감을 갖고 노는 아이들.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박정호 기자두 자녀는 오전엔 받아쓰기와 독서를, 오후에는 피아노 등 학원에 간다. 그러는 사이 박씨는 막내딸을 씻기고 먹이고 재운다. 이렇게 세 아이를 키우면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든 순간을 거의 매일 겪을 때마다, 아내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운 마음은 커진다.
     
    박씨는 "언제 한 번은 아내가 '점심을 제대로 한 끼 먹고 싶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아이들 밥 챙겨주고 치우고 돌보고 하다 보면 밥을 제대로 못 먹거나 대충 때우는 게 다반사인데, 사람이 하는 일 중 가장 기본인 식사마저 이렇게 하다 보니 회의감이 밀려온다는 뜻"이라며 "그 말을 듣는 순간 너무 안쓰러웠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휴직하는 달은 제가 육아를 전담하고, 아내는 평소 하고 싶었던 공부를 하고 있다"며 "나라에서도 출산율이 낮다며 무조건 '낳아라'고만 말하지 말고 아이 낳아 기르는 엄마들이 정신적으로 힘들지 않은지, 부족한 건 없는지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세심히 챙겨주는 게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말을 덧붙였다.

     

    배우자 출산휴가·육아휴학 등 제도 개선은 긍정적


    박씨 부부는 지난 2014년 첫딸을 낳았다. 일요일에 출산의 기쁨을 만끽하던 박씨는 배우자 출산휴가를 쓰려는 순간 당황했다. 당시는 출산일을 포함해 휴가 3일이 주어졌는데, 주말도 일수에 포함돼 수요일이면 당장 출근해야 할 판이었다.
     
    박씨는 "그마저도 다음에 필요할 때 쓸 수가 없고, 무조건 아이를 낳았을 때만 쓸 수 있더라"면서 "아이 엄마가 가장 힘들고 손이 많이 갈 때인데, 이렇게밖에 안 주니 직장 동료들끼리 '휴가 하루라도 더 얻으려면 평일에 낳아야 한다'는 말까지 했다"고 회상했다.
     
    육아휴직자 추이와 부모 구성비. 그래픽=안나경 기자육아휴직자 추이와 부모 구성비. 그래픽=안나경 기자박씨 아내는 당시 대학교에 재학 중이었다. 육아휴학 제도는 지금은 많은 학교에서 운영 중이지만, 당시는 막 도입된 시기여서 생소한 상태였다.
     
    박씨는 "학교에 가서 육아휴학을 신청하니, '그런 제도는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며 "제도가 도입됐다는 걸 알고 왔다고 하니, 한참 뒤에 규정을 찾은 직원이 '처음이라 몰라서 죄송하다'며 휴학 처리를 해줬다. 아내가 그 학교 1호 육아휴학자였다"며 웃음을 터트렸다.
     
    그는 지난 기사에서 다자녀 정책이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고 신랄한 지적을 한 바 있다. 물론 정책적으로 부족한 면은 많이 보이지만, 그래도 제도가 해마다 개선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고 했다.
     
    박씨는 "지난해 셋째를 낳았을 때는 배우자 출산휴가가 10일로 늘었고, 주말이나 공휴일은 포함하지 않고, 시기도 필요할 때 나눠쓸 수 있기까지 했다"며 "아이 셋을 낳는 동안 이런 식으로 섬세하게 바뀐 제도들이 꽤 있고, 계속 고민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5인 가족이 호텔 가려면 '스위트룸'…"분위기 개선됐으면"


    자녀가 하나 또는 둘인 가정이 대다수인 사회에서, 아이가 셋인 가정이 겪는 불편이나 난감한 상황은 한 둘이 아니다. 박씨는 얼마 전 가족 여행을 계획했을 당시 겪은 에피소드를 털어놨다.
     
    박씨는 "인터넷 호텔 예약 사이트에서 인원수를 '5명'으로 설정하니, 방금까지 보이던 저렴한 방은 다 사라지고 목록에는 150만원짜리 스위트 룸만 남더라"며 "우리도 호텔에서 수영도 하고 밥도 먹고 하고 싶은데, 그러려면 스위트 룸에 묵어야 하는 현실이 슬프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어 "친한 다자녀 부모에게 이 이야기를 하니, '애초에 우리는 리조트나 펜션 말고는 갈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면서, "결국 호텔을 가려던 생각을 단념하고 다자녀 가정들을 모아서 리조트를 빌려 놀고 왔다"고 덧붙였다.
     
    저출산 요인. 그래픽=김성기 기자저출산 요인. 그래픽=김성기 기자그는 민간 영역에서 다자녀 친화 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면 저출산 극복 분위기도 만들고, 기업도 이득을 내는 '윈윈'으로 이어질 거라고 제안했다.
     
    박씨는 "가령 어느 항공사에서 다섯 가족이 탑승하면 한 명은 무료라고 한다면, 다자녀 가정들은 무조건 그 항공사만 이용할 것"이라면서, "기업은 고정 고객도 만들고, 좋은 이미지도 만드는 동시에 다자녀 가정들은 혜택을 받아서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얼마 전 대선에서 후보들이 모두 저출산 현상을 의식해 '아이를 국가가 키우겠습니다'라고 내세웠는데, 정말 그렇게 하려면 정부만 해선 될 게 아니라 나라 전체에 아이 기르는 데 불편함이 없고 오히려 기르면 이득이 되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예전에는 회사에 '아이 봐줄 사람이 없어 조금 일찍 들어가겠다'라는 말을 꺼내지도 못하는 분위기였다면, 최근엔 코로나 사태로 워낙 그런 사례가 많아져서인지 '애 보러 간다'고 하면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분위기로 바뀌었다"면서, "가정을 더 배려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충분히 만들고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희망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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