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월성원전 전경'화력 대신 원자력' 논란이 자칫 지역 내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원자력의 안전과 환경을 넘어 지역경제와 맞물려 지역 여론이 갈라질 우려다.
화력발전 조기 폐쇄 후 인구 감소와 경기 침체 등의 우려 속에 제시된 '고용 승계' 언급의 파급 효과(?)인 셈이다.
지역에서는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차원의 조기 폐쇄 결정을 수용하면서도 일자리 등에 대한 걱정이 컸던 게 사실이다.
실제 보령화력 1·2호기 폐쇄 후 보령시의 인구가 급격한 감소 추세를 보였다. 충남도가 중소기업부에 특별지원지역 지정을 요청한 이유도, 정의로운 전환 기금 100억 원을 조성하는 것도 이 같은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구체적인 지원과 비전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여전하다.
태안의 한 비정규직 노동자는 "환경과 탄소 중립 차원에서 조기 폐쇄 결정을 받아들이는 분위기지만 일자리를 잃거나 직업을 바꿔야 하는 당사자로서 불안한 점도 많다"며 "정의로운 전환을 강조하지만, 구체적인 로드맵이 보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충남도는 화력발전 조기 폐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보령시에 세계 최대 규모의 블루수소 플랜트를 유치해 오는 2025년부터 가동할 계획이다. 지난해 11월 진행된 협약식에는 김부겸 국무총리를 비롯해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한정애 환경부 장관 등이 참석해 플랜트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지만 불과 4개월여 만에 도민들은 원자력 걱정을 떠안게 됐다. 충남도 제공이런 가운데 서울대 주한규 교수의 '고용 승계' 발언은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주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석탄발전소에 이미 전력망이 다 깔려 있기 때문에 발전기를 석탄 대신 SMR로만 하면 된다. 고용 승계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고용 승계'는 지역민들에게 솔깃한 조건일 수 있다. 탄소중립 등 환경·안전과 일자리·지역 경제를 둘러싸고 의견이 갈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린에너지 논란과는 별개로 '먹고사니즘'과 연계된 지역 내 찬반 갈등의 가능성이다.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의 싸움은 이미 시작됐다.
더불어민주당 어기구 의원(당진)이 SNS에 "윤석열 캠프에서 우리 당진에 소형 핵발전소(SMR)을 건설한다고 한다"고 글을 올리자 국민의힘 측이 "실체가 없는 핵발전소 호들갑 사과하라"며 각을 세웠다.
김동완 국민의힘 당진당협 위원장 SNS 캡처지역민들간 의견도 엇갈리기 시작했다.
보령시민 이선숙(50대)씨는 "원전 건설에 반대하는 입장인데,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소규모 원전은 안전하다는데 왜 반대하냐'거나 '우리 가족 고용이 승계되는 일인데 왜 반대하는 것이냐'는 말을 들었다"며 "각자 입장에 따라 벌써부터 의견이 갈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인들의 갈라치기가 심화될 경우 지역 내 갈등도 더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기도 했다.
내포 신도시의 한 주민은 "이미 경제적 혹은 정치적 입장 때문에 의견이 엇갈리고 있으며 지방선거를 앞두고 갈등이 격화될 수 있다"며 "여론 떠보기 방식의 분란이 아닌 통합을 위한 성숙한 정치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