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인수위사진기자단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교육부의 대학 지원 정책 중 핵심인 지방대 육성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 대폭 이양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방대 정원 미달 인원이 3만명에 이르는 위기를 지금처럼 교육부에 맡겨서는 풀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부 조직 개편 논의 때 부처 폐지·통폐합설까지 나왔던 교육부 입지가 새 정부 출범 후 더욱 좁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7일 인수위와 지자체 등에 따르면, 인수위는 지방대 관련 정책을 교육부 주관에서 지자체 주관으로 넘겨 지자체·지방대·지역 기업이 유기적으로 지역 소멸 위기에 대응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교육부의 권한은 크게 초·중등교육과 고등교육(대학 교육)으로 나뉘는데, 초·중등교육은 지방자치단체의 교육감에게 권한이 이미 상당 부분 이양됐다. 이번에는 교육부가 그동안 갖고 있던 대학에 대한 권한 중 감독 권한을 제외한 육성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 넘겨 주겠다는 구상이다.
지방대를 육성해 지역균형발전을 돕겠다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지방정부-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RIS) 사업 등 지방대 산학협력과 국가 R&D(연구개발) 사업 등과 관련된 예산, 정원과 학과 개편을 비롯해 지방대 관련 행·재정적 지원 등 각종 권한을 지자체가 갖도록 한다는 것이다.
특히 교육부가 주관하는 RIS 사업은 지역자지단체와 대학이 함께 산업 수요에 맞게 발전계획을 수립하고 대학이 그에 걸맞은 인재를 양성하도록 학과 개편에 나서는 사업으로, 매년 수천억대 국고가 투입돼 유치 경쟁이 치열한 사업이다. 교육부는 올해 RIS 사업에 추가 2개 지역을 선정하고 총 2440억원을 지원할 방침이다.
이처럼 교육부 주도로 이뤄져온 지방대 정책을 지자체가 주관하도록 바꿔 지방대와 지역 경제를 살리고 지역 소멸 위기도 극복하도록 한다는 복안이다.
이렇게 되면 지자체 권한이 늘어나는 동시에 지방대학의 자율성도 함께 커지게 된다. 예를 들어 부산·울산·경남은 지역에 특화된 기계 전자공업과 연계된 지방대학의 학과를 늘릴 수 있게 되고, 충북은 오송 등에 특화된 바이오의약 관련 인력을 지역 현실에 맞게 키울 수 있게 된다.
"尹 직접 지시로 인수위와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 추진"…"당선인 의지 강해"
지난해 전국 대학(전문대 포함) 정원 미달 인원은 4만 586명에 달했고, 이 가운데 75%(3만 458명)는 비수도권대 미달로 집계되는 등 지방대 위기가 예년보다 더 심각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저출생과 지방대 미달이 맞물려 2년 후에는 전국 대학 입학생의 42%가 수도권에 몰리는 등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가 벌어질 전망이다.
당선인 측 핵심관계자는 "교육부의 지방대 정책은 획일화된 평가에 따른 기계적 지원 등에 머물러 각 지역의 특색에 맞는 대학 발전과 인력 양성을 이끌지 못했다"며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선 교육부 권한을 지자체에 넘길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병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위 위원장이 11일 삼청동 인수위 회의실에서 열린 제4차 전체회의에서 참석해 넥타이를 만지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앞서 지난달말 김병준 인수위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장은 거점국립대총장협의회가 연 고등교육 정책포럼에서 "교육을 포함한 모든 영역에 있어 지방 정부와 지방청의 권한과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며 "지역에 맞는 인력양성 체계가 정비돼야 한다"고 밝혔다.
인수위와 협의중인 지자체들은 이번 방안을 반기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지역 대학 자율성을 확대하기 위해서도 교육부 권한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본다. 앞서 지난 6일 인수위와 전국 시도지사협의회 간담회에서도 이런 논의가 오간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시도지사협의회 부회장인 박형준 부산시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지역 특성에 맞는 산학협력을 할 수 있도록 관련된 권한이나 예산을 광역단체로 부여하면 지역 대학과 경제를 살리는데 도움된다"며 "지역 혁신의 핵심 요소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철우 경상북도지사도 "지방에 필요한 인재를 대학에서 교육시킬 수 있도록 만들어달라고 당선인께 직접 요청했다"며 "당선인의 직접 지시로 인수위와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가 방안을 추진할 정도로, 당선인의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앞서 윤 당선인도 시도지사협의회 간담회에서 "경제와 산업에 있어서 새 정부는 본격적인 지방시대를 열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인수위 관계자는 "지방시대는 곧 지방대 시대를 열겠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