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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수완박이 낳을 부작용들…국민들 피눈물 흘린다

법조

    검수완박이 낳을 부작용들…국민들 피눈물 흘린다

    핵심요약

    정치권과 검찰 연일 검수완박 조직적 충돌
    다만 형사소송법은 국민 누구나 만날 수 있는 법
    공익 변호사들 조차 "준비 안 된 법안…피해는 국민이"
    보완수사 폐지로 크로스체크 효과 사라질 우려
    경찰 수사에 이의 있어도 다시 경찰이 수사

     박종민 기자 박종민 기자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형사소송법 개정 작업을 두고 민주당과 검찰이 조직적으로 충돌하고 있다. 민주당은 연일 국회의원들을 사보임하며 강행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검찰은 수뇌부는 물론 20일엔 평검사까지 나서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민주당과 검찰의 갈등은 극한으로 치닫고 있지만 정작 일반 국민들에게 '검수완박'이란 낯선 단어일 뿐이다. 말 그대로 검찰의 수사권이 완전히 박탈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사실 평생 경찰서 신세 질 일 없는 대다수 국민들에게 검수완박은 말 그대로 '남의집' 일일 수 있다. 하지만 사소하더라도 범죄 피해를 입거나 경찰의 개입이 필요한 분쟁을 겪게 된다면 누구에게든 결정적 영향을 미칠 법이 이번 개정안이다.

    현재 논의되는 수준의 검수완박이 실현되면 우리가 실생활에서 어떤 변화를 겪게 될지 실제 예를 통해 살펴봤다.

    경찰은 '우발적 살인' 결론… 검찰 보완 수사 뒤 '살인교사' 뒤집혀

    지난해 1차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은 6대 범죄를 제외한 모든 범죄의 직접 수사권이 폐지됐다. 대부분의 직접수사가 제한됐지만 경찰의 수사가 끝나고 자료를 넘겨 받은 사건의 '보완수사'는 검찰이 직접 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겼다.

    하지만 이번 검수완박 법안 초안이 통과되면 검찰에게 남겨진 마지막 직접 수사 권한도 사라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하나의 사건을 두고 경찰과 검찰이 모두 살펴 보는 '크로스 체크' 기능이 사라지게 된다. 어떤 일이던 복수의 기관이 교차검증을 하는 것이 더 정확한 결과를 도출하기 마련이다. 피해자는 물론 무고한 피의자도 한번 더 구제 받을 수 있는 장치가 사라지는 셈이다.
    사례1: 경찰은 우발적 살인 결론…검찰은 수사 통해 '살인 교사' 찾아내 
    지난 2017년, A씨는 재산 상속 문제로 사촌인 B씨와 민사 소송을 하던 중 B씨의 일을 오랫동안 돕던 C씨에게 서울 강남에서 살해됐다.
    당시 수사를 진행한 경찰은 C씨가 A씨와 말다툼 중 벌어진 우발 범행으로 사건을 송치했지만, 검찰 수사에서 B씨가 휴대전화 등으로 C씨에게 수차례 A씨에 대한 살인을 종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사문서 위조 혐의 등으로만 구속됐던 B씨는 이후 살인 교사 혐의가 추가돼 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사례1은 정확히 검찰의 교차 검증 기능이 자칫 그냥 넘어갈 뻔한 범죄 혐의를 찾아낸 경우다. 만약 검찰의 보완수사 권한이 사라진 상황이었다면 실체적 진실이 드러나기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의 시각이다.

    지금은 경찰이 발견하지 못한 혐의를 법률 전문가인 검찰이 찾아내는 긍정 효과가 있지만, 보완 수사 자체가 없어질 경우 이것도 불가능하다. 여죄를 밝혀낼 하나의 동력 자체가 사라지는 셈이다.  

    국가기관이 문제 삼아도 경찰 무혐의 결론 바뀌지 않아

    다수의 공익 변호사들은 이런 시스템 아래서 일반 시민 개인이 경찰 수사가 잘못됐을 경우 바로 잡을 수 있는 기회는 사실상 없는 것이나 다름 없다고 주장한다.

    현재는 경찰이 사건을 송치하지 않고 종결해버려도 고소·고발인이 이의신청을 하면 사건을 검찰에게 넘기도록 규정하고 있어 검찰 차원의 수사가 가능하다. 경찰의 불송치 결정을 받은 고소·고발인이 검찰 단계에서 다시 한번 다퉈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개정안에 따라 수사권이 없어지는 검찰은 이의신청 사건을 다시 경찰에 넘겨 보완 수사를 요청해야 한다. 경찰 수사에 불만이 있어 이의 신청을 했는데 불송치 결정을 내린 경찰에게 다시 판단을 받는 것이다. 물론 경찰은 앞서와 똑같은 결론을 올려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 검찰이 경찰수사가 더 보완되지 않으면 기소가 불가능하다고 확신하게 되면 사건은 검찰과 경찰 사이를 무한왕복하는 기막힌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사례2: 국토부 의뢰에도 경찰은 무혐의… 검찰 재수사로 혐의 드러나
    국토교통부는 지난 2020년 12월 경기도 수원에서 주택법 위반 의혹 사건이 있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이듬해 7월 '혐의 없음' 결정을 내렸고 이에 검찰이 재수사를 요청했지만 다시 '혐의 없음' 결정을 내렸다.
    이에 검찰은 그해 8월 직접 수사에 나섰고 청약통장, 분양권 불법 매매 등으로 이들이 지난 2018년부터 77억 원의 이득을 챙긴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이들을 주택법 위반 및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국가기관인 국토부의 의뢰에도 경찰은 무혐의 결론을 내렸지만 검찰 단계에서 실체적 진실이 드러난 사건이다.

    국가기관의 수사의뢰는 개인보다 더 구체적인 정황과 증거가 있는 경우가 태반이다. 하지만 국토부의 재수사 의뢰에도 경찰의 판단은 바뀌지 않았다.  국가기관마저 이런 상황에서 범죄 피해자 개인이 검수완박 하에서 경찰의 무혐의 불송치 결정을 뒤집을 방법은 많지 않아 보인다.

    장애인과 아동 형사 피해자 변호 전문가인 김예원 변호사는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경찰 결정에 불복할 수단이 없어지는 것이다. 피해자가 '한 번만 더 들여다 봐주세요', '다시 판단해주세요'라고 말할 구제 수단이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앞서 검찰의 수사 지휘권을 폐지할 때 낙관적으로 얘기했던 분들이 '억울한 사람은 이의신청을 통해서 구제 받을 수 있다'라고 했는데, 제도를 1년 돌려보니 전체 불송치 사건 중에 이의신청을 한 것은 5.6%에 불과하고, 그중에서도 불과 1%만 기소됐다"라며 "이의신청 제도는 지금도 사실상 죽은 제도인데, 이제는 그마저도 없애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찰의 영장 오류도 잡아내기 힘들어…영장에 의한 인권침해 우려

    개정안 200조 2와 201조도 눈에 띈다. 검사가 체포·구속영장을 직접 청구할 수 있는 권한을 삭제하면서 영장은 경찰의 신청을 통해서만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수사를 못하는 검찰 입장에선 경찰의 영장 신청 자료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데, 영장 적합성을 제대로 판단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아래 사례3 같은 상황이 벌어졌어도 경찰이 신청한 영장이 그대로 청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소리다.
     사례3 : 무고한 시민에 체포영장 신청한 경찰… 검찰 수사로 진범 잡아
    지난 2015년 10월, 경남 창원 무학산에서 등산객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에 경찰은 6개월 간 9000명의 경력을 동원해 수사를 진행했고, 약초꾼 A씨의 동선이 이상하다며 출석을 요구했지만 A씨가 불응하자 체포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검찰은 증거 부족 등을 이유로 경찰의 신청을 거부하고 피해 여성의 옷 등 17점을 대검찰청 과학수사과에 보내 재감정하도록 했다.
    그 결과 대검찰청에 있던 범죄자 유전자 데이터베이스에 있던 B씨의 유전자를 피해자 장갑에서 발견해 진범을 잡아냈다. 
    개정안 198조 2도 논란이다. 적법하지 않은 절차로 경찰에 의해 체포, 구속된 것으로 의심된다면 기존에 검찰이 석방할 수 있었지만 개정안에선 요구로 제한했다. 경찰이 언제나 거부할 수 있는 것이다. 무고한 피고인의 인권을 위협할 수 있는 조항이다. 불과 12년 전인 2010년, 서울 양천경찰서에서는 경찰들이 피의자의 입을 테이프로 막고 폭행, 날개꺾기 등의 고문한 사실이 드러나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일기도 했다.

    경찰 범죄에 대한 검찰 수사가 가로 막힐 가능성도 농후하다.  검수완박 법안은 경찰과 공수처 검사 비위 사건만은 검찰의 직접수사가 가능하도록 남겨놨다. 하지만 검찰이 경찰의 직무 범죄를 발견하더라도 강제 수사에 나서려면 경찰의 영장 신청이 먼저 있어야 한다. 신속하고 원활한 증거 압수가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지금도 일에 치이는 경찰… 모든 사건 문제 없이 처리 가능할까?

    변호사들이 가장 우려하는 지점은 수사에서 손을 떼게 되는 검찰로 인해 수사를 전담하게 되는 경찰의 업무 과중, 이에 따른 '수사 지연'이다. 이들은 지난해 이뤄진 '1차 검경 수사권 조정'을 통해 검수완박 이후의 상황이 어느 정도 예견된다고 말한다.

    형사소송법 개정안 237조에 따르면 고소 또는 고발도 경찰에만 할 수 있게 된다.

    기존에는 검찰로도 고소·고발이 가능했지만 수사권이 사라지면서 경찰로 일원화된다. 국민 입장에선 고소·고발 창구 하나가 사라지는 것이다. 특히 검찰이 강점을 보였던 경제·부패·공직자 대형 범죄 등도 업무가 몰리게 될 경찰이 수사 키를 잡게 된다.

    신철규 변호사는 통화에서 "경찰은 지금도 업무가 과중해 굉장히 힘들어하는 상황"이라고 전제한 뒤 "법조인인 검찰 시각에서 볼 때 증거가 더 발견되는 경우가 분명히 있다"며 검찰 직접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예원 변호사 역시  "검경이 나름 분업해서 일하던 시스템 자체가 무너졌다. 경찰에 모든 사건을 몰아 일을 할 수 없는 구조를 만들게 되면 일 자체를 할 수 없게 된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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