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대해 여야가 박병석 국회의장이 제시한 중재안을 양측이 수용한 지난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실에서 열린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문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황진환 기자국민의힘이 사실상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관련 여야 합의안을 사흘 만에 뒤집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가 서명하고 의총의 추인까지 받은 합의안을 재논의하는 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의중이 작용했다는 설이 제기되면서, 그 내막에 관심이 쏠린다.
국민의힘 최고위원회는 25일 오전 회의에서 검수완박 관련 여야 합의안에 대해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준석 대표는 "
중재안에 대해 국민들의 우려를 확인하고 재논의하자는 게 최고위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했고, 권 원내대표도 "중대 범죄에 대해 국민들이 (여야가) 야합한 것 아니냐는 오해를 만든 건 정치인들의 책임이다. 더불어민주당도 열린 마음으로 재논의에 응해달라"고 했다.
지난 22일 민주당 박홍근‧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박병석 국회의장이 제시한 검수완박 중재안에 합의했지만, 바로 다음날부터 야권 내부의 거센 반발이 일면서 논란이 됐다. 특히
윤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한동훈 법무장관 후보자가 지난 23일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드러낸 것을 두고 윤 당선인이 의중이 실린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의원총회 추인을 거친 후 원내대표 서명까지 완료된 합의안이 사흘 만에 뒤집힌 초유의 사태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선 뒷말이 무성하다. 윤 당선인과 권 원내대표의 사전 교감 여부 등을 두고 △
당선인 패싱(passing) △당선인 승인설 △의사소통 미흡 등 크게 3가지 설이 당 안팎에서 돌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황진환 기자첫 번째는 권 원내대표의 '윤 당선인 패싱설'이다. 검찰 출신으로 당 사법개혁특위원장을 역임하는 등 검찰개혁 이슈를 오랫동안 다뤄본 권 원내대표가 사실상 자신에게 모든 권한이 위임됐다고 판단, 독자적으로 민주당과 전격 합의를 진행했다는 것이다. 당내 율사 출신 중진의원은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 사퇴 당시 언급한 게 '검수완박 부패완판(검찰 수사권이 완전 박탈되면 부패가 완전 판치게 된다)'인데, 그게 바뀔 리가 있겠냐"고 했다.
두 번째는 윤 당선인의 승인설이다.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 출신인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권 원내대표 입장에서 이같은 중차대한 법안을 두고 윤 당선인의 사전 승인 없이 협상을 진행했을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다. 윤 당선인이
권 원내대표의 보고를 받은 후 민주당과의 협상을 승인했지만, 검찰과 보수층의 반발이 예상보다 거세지자 전략적인 회군을 택했다는 설이다. 이 과정에서 윤 당선인의 책임론을 피하기 위해 권 원내대표가 '총대'를 메고 전면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해당 법안 관련 윤 당선인과의 사전 소통 여부에 대해
"사전에 다 상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협상이 시기상 좀 빨랐다는 지적은 모르겠지만 내용 면에선 많이 얻어낸 편"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오른쪽),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연합뉴스세 번째는 이른바 의사소통 미흡설이다. 윤 당선인과 권 원내대표 사이에 해당 법안 관련 보고와 피드백 과정에서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해 발생한 참사라는 것이다. 권 원내대표가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검찰 개혁 관련 법안이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란 점을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란 점에서 윤 당선인에게 협상 관련 보고를 했지만, 세부 내용에 대한 피드백을 받는 과정에서 오해가 발생했다는 추측이다. 실제로 여야가 치열한
협상을 벌이던 지난 22일 당시 윤 당선인은 부산 지역 행보를 소화 중이었다. 지역 행보로 인해 현장에서 구체적인 협상 내용까지 챙기지 못한 윤 당선인은 여야 합의가 발표된 이후 검찰 수사권의 과도한 축소 등을 문제 삼으며 격노했다는 전언이다. 인수위 한 핵심 관계자는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국회 논의 사항을 모두 당선인에게 미주알고주알 알릴수 없고 참모를 통해 보고가 들어갔을 텐데 이 과정에서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수위 측 또다른 관계자도 통화에서 "
권 원내대표가 이런 중요한 법안 논의를 패싱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중간에 의사소통이 잘 안 되면서 현 사태가 벌어졌지만, 결과적으론 권 원내대표가 좀 더 세심하게 챙겼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각종 설이 난무하는 가운데
당내에선 '의사소통 미흡설'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한 중진의원은 "이정도 사안을 당선인 측과 소통 없이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민주당이 꼼수를 동원하며 검수완박을 추진하면서 여론도 악화되고 있었는데 권 원내대표가 첫 성과를 내기 위해 너무 조급하게 협상을 진행했다"고 지적했다. 당내 한 관계자도 "지금은 모든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에 사실 여부를 떠나서 권 원내대표가 책임을 지고 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가 윤 당선인 측과의 교감 여부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는 와중에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윤 당선인은 '검수완박 부패완판'이라고 사퇴 당시 말했던 것과 생각에 전혀 변함이 없다"고 했다. 윤 당선인이 보수층의 반발과 일반 여론을 감안해 협상안 재검토 쪽에 확실한 의중을 실으면서 협상을 주도했던 권 원내대표 입장에선 리더십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