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재건축 사업지인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단지가 공사 중단 사태에 직면했다. 박종민 기자국내 최대 정비사업으로 꼽히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포레온) 사업이 조합과 시공사업단 사이 갈등으로 사상 초유의 공사 중단 사태를 맞은 가운데, 서울시가 중재에 나섰지만 협상참가자를 두고 양측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둔촌주공 조합과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은 이르면 이번주 중 서울시가 마련한 공식 협상 자리에 참석할 예정이다.
앞서 서울시는 공사비 증액을 두고 강 대 강 대치를 이어온 양측 사이에서 약 10차례 중재에 나섰지만 양측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며 지난달 중재에서 사실상 손을 뗐었다. 하지만 양측의 갈등이 장기전 양상을 보이고 이에 따른 조합원들의 피해와 서울 공급 가뭄 심화 등이 우려되자 서울시는 조합과 시공단에 다시 중재 의사를 밝혔다. 이에 조합과 시공단 모두 협상 테이블이 마련되면 참석에 나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협상의 출발점인 협상참여자를 두고도 양측은 다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시공단 협상 참여자와 관련해 조합은 '본사 임원 이상의 책임자'를 요구하고 있지만 시공단은 '현장소장이 시공단의 대리인'이라며 맞서고 있다.
이와 관련해 조합 강정원 자문위원(계약법률TF팀장)은 "지금까지 (조합과 시공단 간) 협상자리에 조합은 (책임자인) 조합장이 나갔지만 시공단은 현장소장이 나오고 본사 사업본부장이나 대표 등이 나오지 않는다"며 본사 임원 등이 협상에 직접 참여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시공단은 "현장소장 등에 의사결정 권한을 위임했고 개별 사업과 관련해 본사 임원 등이 (조합 등과) 협상에 참여한 적이 없는데 자꾸 이를 요구하는 것은 다른 의도(시간끌기)가 있다고 의심할 수 밖에 없다"고 맞서고 있다.
협상참가자 선정부터 난항을 겪으면서 양측이 서울시의 중재로 사태 해결의 물꼬를 트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역대 최대 재건축 사업지인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단지가 공사 중단 사태에 직면했다. 박종민 기자
한편 양측은 2020년 6월 시공단과 전임 조합 집행부가 체결한 공사비 증액 계약을 두고 갈등을 빚어왔다. 해당 계약은 당초 1만 1106가구였던 규모를 1만 2032가구로 늘리고, 상가 공사까지 포함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변경하면서 2조 6708억 원이던 공사비를 2020년 3조 2294억 원으로 5586억 원 증액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에 대해 현 조합 집행부는 전임 조합 집행부가 일반분양가 예상금액을 부풀리고 공사비 증액 의결을 한만큼 해당 공사비 증액 계약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며 지난달 서울동부지법에 공사비 증액 계약에 대한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16일 총회를 열어 문제의 공사비 증액 계약 의결을 취소했다.
반면 시공단은 '당시 계약이 조합 총회 의결을 거쳤고 관할 구청의 인가까지 받은만큼 문제가 없는데 조합이 공사의 근거가 되는 계약을 계속 부정하고 있다'고 맞서오다가 지난 15일 0시부터 공사 현장에서 모든 인력과 장비를 모두 철수하고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다.
공사 중단 직전 조합은 고급화 공사(특화 공사, 마감재 공사 등)에 조합의 요청을 적극 수용하는 것을 전제로 공사비 증액 등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시공단은 추가 공사 지연 방지를 위한 감리단의 자재 승인 근거 자료를 제공하고 공기 연장에 따른 추가 공사비 기발생 손실분 협의 등을 함께 논의하자고 역제안 했지만 이후 조합이 이를 사실상 거부하면서 결국 공사가 중단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