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58)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친 여동생을 18대 국회의원 시절 자신의 정치자금 후원회 회계 책임자로 고용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공적 정치 자금인 후원금 관리를 자신의 가족에게 맡긴 것이어서 적절성 논란이 예상된다.
국회의원 원희룡 후원회 회계 장부
2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의원실이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받은 2008년~2012년 사이 '원희룡 국회의원 후원회 회계 자료'에 따르면, 원 후보자의 동생 원모(47)씨는 2008~2010년 사이 '국회의원 원희룡 후원회'에서 사무 업무를, 2011~12년에는 회계 책임자로 일했다.
그 대가로 원씨는 인건비와 설상여금, 교통비 등 명목으로 2008~2012년 5년 간 1억 300여만원을 받았다. 구체적으로 인건비 명목으로는 매달 200~230여만원씩을 줬다. 특히 원 후보자는 인건비에 더해 2011년과 2012년 설과 추석 명절에 100여만원씩의 상여금을 주는 등 80~100만원씩의 명절 상여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모두 정치 후원금에서 나간 돈이다.
국회의원 원희룡 후원회 회계장부 지출부현재 국회의원 후원회에 자신의 친인척을 고용하면 안 된다는 법은 없다. 하지만 공적 목적으로 쓰도록 한 정치자금 관리를 가족에게 맡기고, 그 돈으로 월급까지 줬다는 점에서 적절성 문제가 제기된다.
후원회 회계책임자는 기부 받은 정치자금을 투명하게 관리하기 위해 정치자금법상 지정하게 된 자리다. 쉽게 말해 정치자금의 회계장부 수입·지출의 상세내역 기재를 자신의 친 여동생에게 맡긴 셈이다.
과거 민주당에서도 비슷한 사례로 '가족 채용' 논란이 된 바 있다. 지난 2016년 민주당 한 의원은 자신의 친 오빠를 후원회 회계 책임자로 등록하고, 인건비 명목으로 2천 700여만원을 지급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해당 의원은 당시 딸과 친동생을 각각 인턴 비서와 5급 비서관으로 채용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그 이후 친인척에 대한 국회 보좌진 채용이 금지됐지만 후원회 관련 친인척 제한 규정은 아직 없는 상태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연합뉴스민주당 천 의원은 "원희룡 후보자가 과거 친동생을 국회의원 후원회 직원으로 채용하고 인건비까지 지급하는 등 부적절한 관행을 답습한 사실이 드러났다"면서 "원 후보자의 공직 윤리 의식이 의심되는 만큼 자질과 도덕성을 철저하게 검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 후보자 측은 "원 후보자의 여동생이 후원회에서 일한 사실이 있다"면서도 "개인 후원회 직원은 공무원이 아니다. 공무원인 보좌관을 채용한 것이 아니라, 국회의원 당시 개인 후원회 직원으로 채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