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유퀴즈' 캡처출연 소식이 나왔을 때부터 논란이 됐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 출연 건이 여전히 시끄럽다. 프로그램 성격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정치인 출연을 고사해 오던 '유퀴즈'가 윤 당선인을 출연시킨 것이 바람직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계속되는 가운데, MC 유재석을 겨냥한 발언도 등장했다.
현근택 더불어민주당 전 선대위 대변인은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MC 유재석의 책임론을 꺼냈다. 현 전 대변인은 유재석 소속사 안테나가 악성 게시글에 합의 없는 법적 조처를 하겠다는 소식을 언급하며 "악성 댓글에 법적조치를 취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국민 MC로 존경을 받는 분이라면, 그 이전에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것에 답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썼다.
그는 "제작진으로부터 유재석이 (정치인 출연에) 상당히 부담감을 느낀다는 답변을 받았고, 우리도 더는 제안을 진행하지 않았다"라는 김부겸 총리실 관계자의 말, "프로그램 진행자(유재석)가 본인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에 정치인 출연을 극도로 조심스러워한다며 거절했다"라는 이재명 전 지사 비서관의 말을 거론한 후 "거절 이유로 '진행자가 싫어한다'는 것을 제시한 것은 사실인 것으로 보입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는 제작진이 '진행자는 출연자 섭외에 관여하지 않았다'라고 밝힌 것과도 배치되는 것입니다. 제작진이 거절하기 위하여 진행자 핑계를 댄 것이라도 해도 믿을 사람이 있을까요? 유재석씨에게 묻고 싶습니다. 정치인 출연을 자제하려고 했던 것이 맞는가요? 윤석열 당선인은 정치인이 아닌가요? 문재인 대통령, 김부겸 총리, 이재명 지사가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국민 MC라면 이 정도 질문에는 답을 하고 법적조치를 취해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유퀴즈' MC 유재석. '유퀴즈' 캡처언론시민단체인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같은 날 성명을 내어 정치권은 더 이상 '유퀴즈'에 개입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민언련은 "윤석열 당선자 출연을 진행자도 몰랐을 정도로 비밀리에 추진된 사실과 출연자 선정 원칙을 둘러싼 청와대 관계자와의 공방에 이어 담당 연출자들이 퇴사한다는 소식까지 들려와 '윤석열 출연' 파장은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라며 "이번 사태가 검사 출신 강호성 CJ ENM 대표이사와 윤석열 당선자의 친분에서 비롯됐을 것이라는 시청자들의 의심은 검사 인맥을 매개로 한 권력과 언론미디어 유착이 새 정부에서 노골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예사로이 넘길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시사 토크쇼나 공익적인 목적을 위한 예능 출연을 넘어, 정치인이 직무와 별 연관성도 없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나와 '소탈한 이미지' 만들기로 당사자의 정치적 공과를 희석시키려는 시도는 근절되어야 마땅하다. 방송을 활용한 이미지 정치는 유권자들의 합리적인 선택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정치를 공적 담론의 생산보다 사생활과 결부된 '재미'로만 소비하게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공론장을 오염시키고 우리 사회 민주주의 역량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는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지난 수년간 제작진과 출연진, 시청자들이 함께 가꿔온 좋은 예능 프로그램이 하루아침에 권언유착의 희생양으로 망가진 현실을 보고도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 강구에 무심하다면, 지지율과 시청률의 동반 몰락과 함께 정권과 재벌 미디어에 대한 시민의 신뢰 상실만 초래할 것"이라며 "정치권은 방송 개입에 손을 떼고 정치의 본분에 충실하라. 방송사들은 제작 자율성 침해와 이미지 정치의 악용을 막을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정치인들의 무분별한 예능 출연을 중단하라"라고 밝혔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tvN 인기 예능 '유퀴즈'에 출연한다는 소식이 지난 13일 전해졌다. '유퀴즈'는 "길 위에서 만나는 우리네 이웃의 삶, 저마다 써 내려간 인생 드라마의 주연들, 어쩌면 당신의 이야기"라는 소개 문구에서 알 수 있듯 평범한 시민부터 전문 직업인, 연예인, 스포츠 스타 등이 출연해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들려준 프로그램이다. 이런 '유퀴즈'에 현직 대통령 당선인이 출연하는 것이 프로그램 성격과 어긋나며, 나아가 윤 당선인의 '이미지 메이킹'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시청자 게시판에 윤 당선인 출연분 방송을 반대하는 글이 쏟아지고 급기야 프로그램 폐지 주장까지 나왔으나, CJ ENM은 '유퀴즈'를 지난 20일 정상방송했다. 자신이 민트초코를 좋아하는 '민초파'라거나, 검사 시절 밥총무를 했다는 등 윤 당선인과 관련된 지엽적인 이야기가 주를 이뤄 방송 후에도 비판이 제기됐다.
여기에 과거 '유퀴즈'가 정치인 출연을 부담스러워해 문재인 대통령, 김부겸 총리 등의 출연 제안을 거절했다는 주장이 등장해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CJ ENM은 처음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가, 청와대 탁현민 의전비서관이 거짓말이라고 재반박하자 사실 확인 중이라며 말을 바꾸고는 이렇다 할 입장 없이 장기간 침묵을 지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