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이미지 제공뇌출혈 증세를 보인 만 3세 입양아에게 수면제를 먹여 가족 여행에 데려가는 등 방치해 결국 숨지게 한 30대 양부모가 항소심에서도 1심과 같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광주고등법원 제2-2형사부(성충용·이수영·박정훈 판사)는 3일 아동학대치사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모(34)씨와 아내 조모(38·여)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검찰 측과 피고인 측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과 같은 징역 3년과 5년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뇌출혈 증세를 보인 아이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한 돌이킬 수 없는 범죄를 저질렀다"면서도 "아이에게 폭행을 가해 사망의 직접적 원인이 됐다는 증거가 부족하고, 아이를 입양해 경제적 이익을 취했다고 볼만한 사정도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제반 양형 조건들을 모두 고려하면 원심의 형은 적절한 범위에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덧붙였다.
김 씨 부부는 지난 2019년 4월 뇌출혈 증세를 보이는 입양아 A(3)군을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김 씨 부부는 자녀 두 명을 두고 있었지만 지난 2015년과 2016년 A군 등 2명을 입양했다.
A군은 2019년 4월 13일 갑자기 고열과 발작 등 뇌출혈 증세를 보였다. 하지만 김 씨 부부는 다음 날인 14일 음식도 잘 먹지 못하는 A군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친자식의 생일을 축하해주기 위해 가족 여행까지 떠난 것으로 조사됐다.
A군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차량 뒷자석에 눕혀 숙소로 이동했고, 오후 4시 40분쯤 숙소에 도착한 뒤 여전히 의식이 저하돼 있는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호텔 객실에 방치했다.
이날 오후 8시 30분쯤이 돼서야 A군이 무호흡 상태인 것을 발견하고 119에 신고했고, 병원으로 옮겼지만 A군은 2시간 뒤 숨졌다.
수사기관의 조사 과정에서 이들 부부는 과거 자녀들에게 다수의 학대 행각을 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특히 신체적 학대는 유독 입양한 아이들에게만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광주지법 1심 재판부는 A군의 양부모가 뇌출혈 증세를 보이는 A군을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수면제를 먹이는 등 방치해 숨지게 한 한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들 부부가 직접적 상해를 가해 뇌출혈의 원인이 됐는지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로 판단, 형을 감경했다.
1심 재판부는 "혈액에서 졸피뎀 성분이 높은 농도로 검출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입양아가 스스로 약을 먹은 게 아니라 투여받은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피고인들은 여행을 떠나기 전날 뇌출혈 증세를 인터넷으로 검색한 점 등을 비춰 보면 뇌출혈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응급 처치가 필요하다는 것도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고 판시했다.
1심 재판부는 "뇌출혈로 상태가 위중함을 알면서도 28시간 이상 피해자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임의로 졸피뎀을 먹이고 차량에 태워 여행을 떠나는 등 유기·방임해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다만 "A군의 심각한 머리 부위의 손상이 피고인의 직접적인 폭행으로 발생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피고인들이 A군을 방임하는 가운데 놀이과정에서 발생했거나 다른 사고 등으로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A군의 안타까운 죽음이 지난해 11월 광주지법 1심 판결 이후 세상에 뒤늦게 알려진 이후 항소심 판결에서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는 시민 100여명의 탄원서가 잇따라 재판부에 제출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