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이후 전례 없는 정제마진 초강세가 이어지면서 국내 정유사들이 일제히 가동률을 최대 수준으로 끌어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정유사의 핵심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은 각국의 러시아 제재에 따른 공급 불안과 코로나19 일상 회복으로 인한 석유 수요 증가로 당분간 초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정유사들도 정제설비 가동률을 최대한 끌어올리며 모처럼 찾아온 석유 호황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이다.
SK이노베이션 SK에너지 울산 VRDS. 연합뉴스8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정유사인 SK에너지는 최근 정제시설(CDU) 가동률을 95% 이상으로 상향 조정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1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60%대에 머물던 SK에너지의 정제설비 가동률은 올해 1분기 정제마진 회복과 함께 83%까지 올랐고, 최근 정제마진이 역대 최대치까지 치솟자 가동률도 95% 이상으로 덩달아 뛰었다.
정제마진은 휘발유나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 각종 비용을 뺀 금액으로, 정유 업계에서는 정제마진 4~5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이달 첫째 주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전주(18.67달러)보다 1.37달러 상승한 배럴당 20.04달러를 기록했다. 정제마진은 지난 3월 넷째 주(13.87달러) 역대 최고치를 찍은 뒤 6주 연속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에쓰오일도 올해 1분기 정제설비 가동률을 99.6%까지 끌어올렸고, GS칼텍스 역시 최근 90%대 중반 이상의 가동률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쓰오일 제공
현대오일뱅크는 가동률을 90%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올렸다가 지난달 말부터 정제시설 정기보수에 들어가면서 가동률을 낮췄다.
정유사들은 통상 2~3개월 전에 원유 도입 선계약을 맺고 정제설비 가동률 조정 등 생산 계획을 확정하는데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조성된 정제마진 상승 국면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가동률을 적극적으로 상향 조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정유사들은 공격적인 가동률 조정에 힘입어 올해 1분기 호실적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SK에너지의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이 1조6491억원, 에쓰오일이 1조3320억원, 현대오일뱅크가 7045억원으로, 3사 모두 분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의 흑자를 냈다. 아직 1분기 경영실적 발표를 하지 않은 GS칼텍스 역시 국제유가와 정제마진 동반 상승의 영향으로 호실적을 달성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선 정제마진 초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 세계적인 경유 재고 부족 사태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까지 러시아산 원유 금수 조치에 나서면서 석유제품의 공급 불안이 커진데다 수요 측면에서도 국제선 항공기 운항 재개와 여름 휴가철 '드라이빙 시즌' 돌입 영향으로 연료유 소비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지정학적 이슈에 따른 유가 변동성이 큰 상황이지만, 석유제품 공급 부족과 수요 회복에 힘입어 당분간 정제마진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