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라디오 <김덕기의 아침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00~07:30)
■ 진행 : 김덕기 앵커
황진환 기자
◇ 김덕기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의 큰 기대를 안고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오늘, 5년 여정의 마침표를 찍습니다. 당시 촛불 시위엔 이념도, 지역도, 그리고 남·녀라는 편 가르기도 없었고 모두가 비정상의 정상화를 외쳤을 뿐인데요.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 우리 사회는 이른바 '조국 사태'를 겪으며 둘로 쪼개졌고 결과적으로 5년 만에 정권교체가 이뤄졌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걸어온 길에 대해 청와대 취재 기자와 정리해 볼까하는데요. 조은정 기자 나와 있습니다.
오늘까지가 청와대에서 대통령이 국정을 보는 마지막날인데. 현재 청와대의 분위기 어떻습니까.
◆ 조은정 >이제 정말 마지막이 실감이 난다고 할까요.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으로 청와대를 내일부터 전면 개방하기 때문에 오늘이 청와대 역사의 마지막 날입니다.
지난주부터 짐들도 속속 빠지고 있습니다. 기자실이 있는 춘추관의 경우에 서랍이나 커피머신까지도 지난주 다 나갔구요. 춘추관이 관광객들 기념품을 파는 공간이 된다는 소문도 있더라구요. 청와대 안에서도 인터넷선도 다 끊겨서 참모들이 수기로 보고를 하고 있는데요. 청와대 시대가 저물고, 모든게 바뀌었다는게 실감나는 그런 한주가 될 것 같습니다.
연합뉴스◇ 김덕기 >지난 6일, 한국갤럽이 조사한 문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주 국정지지도를 보면 40%가 넘습니다. 이례적인 높은 지지율인데. 또, 역설적으로 5년만에 정권교체가 이뤄졌잖아요. 오래 지켜본 입장에서 이런 현상을 어떻게 보세요.
◆ 조은정 >대선 이후 뿐 아니라 대선기간에도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40% 밑으로 떨어진 적이 제 기억엔 없습니다. 역대 어느 정부보다 높았습니다. 문 대통령 후반 임기의 2년반은 코로나19 정국과 겹쳤었잖아요. 스스로도 위기극복의 정부라고도 정의를 했습니다. 평가는 엇갈릴 수 있겠지만 방역을 통해서 코로나19의 큰 고비들을 넘겼다는 점, 또 경제 분야의 여러 지표에서 선방했다는 점, 게이트로 불리는 가족이나 측근들의 비리가 없었다는 점 등에서 국민들이 평가를 보내는거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정권교체의 과업을 이뤄내는데 결국 실패했어요. 그것도 자신이 발탁해 키운 윤석열 검찰총장이 자리를 박차고 나와 상대당에서 선거를 이겼습니다. 문 대통령 입장에선 뼈아픈 부분입니다.
문 대통령이 윤 당선인에 대해 지난해 신년 기자회견때와 대선이 끝난뒤에 했던 두 발언들이 기억이 남거든요. 한번 같이 들어보시죠.
연합뉴스인서트 >
"윤석열 총장에 대해서는 한마디로 말씀드리면 그냥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다. 그 분이 정치를 염두에 두고 총장직을 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2021년 1월 신년기자회견)
"결과적으로 다른 당의 후보가 돼서 대통령이 된 것은 아니러니한 일이 됐죠. 그분의 발탁이 문제였나, 우리 편으로 잘 했었어야 됐나. 잘 모르겠습니다" (2022년 4월 대담)
최근 손석희 전 앵커 대담에서 본인은 대선 때 "링 위에 올라가보지도 못했다"고 했지만, 사실 조국 사태에 이어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총장 갈등을 방치하다시피 한 것도 문 대통령이거든요. 개인적으로는, 저는 대선 이후 심정적으로 힘들었는데요. 국민들이 정권교체를 택했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는데, 청와대나 민주당 안에서 성찰이나 반성은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문 대통령이 당선인과 인수위 기간 내내 거의 싸우다시피하면서 대립각을 세우는걸 보면서 출입기자로서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이미 경기는 끝났고 링 위에서 내려와야 할 타이밍에 본격적으로 시작된 싸움의 의미는 뭘까. 과연 국민을 위한 걸까 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 김덕기 > 청와대를 취재하며 가장 큰 위기는 언제였다고 보세요?
◆ 조은정 > 영광의 순간도 위기의 순간도 많았는데요. 2020년 7월 부동산 문제가 청와대로 번졌을 때가 기억에 강하게 남습니다. 노영민 당시 비서실장이 청와대 참모들의 다주택자들에게 주택을 처분하라고 하면서 정작 자신은 지역구인 청주 대신 강남집을 남기면서 비판이 쏠렸는데요. 결국 부동산과 관련해선 대통령이 여러번 사과를 했었죠.
또 그해 12월 추미애 법무부 장관 주도로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를 추진했지만, 법원이 징계 효력 정지를 하면서 윤 총장 편을 들었습니다. 징계에 실패를 한건데요. 그날이 크리스마스 이브날로 기억하는데, 대통령이 결국 대국민 사과를 했습니다. 그때부터 윤 총장에 대한 정치적 기대가 쏠렸죠. 조국 사태부터 시작된 오랜 갈등의 연장선이었는데, 만약 대통령이 좀더 일찍, 좀더 적극 중재를 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종종 듭니다.
◇ 김덕기 > 그런 위기 때마다 문 대통령의 리더십은 어떠했습니까?
◆ 조은정 >문 대통령은 앞장서 중재하거나 드러나는 정치를 하는 스타일은 아닙니다. 본인의 견해가 있더라도 국회나 민심의 흐름을 끝까지 지켜보고 판단하는 스타일입니다. 그런 면에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 스타일과 정반대에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조국 사태 때에는 한참 뒤에야 조 전 장관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말해 많은 이들이 당황했구요. 이른바 추-윤 갈등이 극에 달했을 때도 대통령은 법원 결론이 날 때까진 침묵을 지켰었죠. 최근 검수완박 법안 추진 과정에서도 청와대는 대체로 뒤로 빠져 있었습니다.
이런 문재인 리더십은 장단점이 있습니다. 대통령이 민감한 사안에 말을 아끼고 권한을 쓰는걸 최소화했다는 건, 힘의 분산이라는 측면에서 분명 긍정적인 면이 있었습니다. 반면에 양당 정치의 폐해가 심해지면서 정치가 국민을 갈라치기하고, 세대나 성별의 혐오 정치가 만연했던 상황에서도 대통령은 종종 침묵했습니다. 때론 방조로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그런 면에서 대통령이 전체 국민을 보고 모두를 아우르는 리더십을 발휘했으면 어땠을까. 그런 면은 좀 안타까운 것 같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내외 귀향을 이틀 앞둔 지난 8일 문 대통령 사저가 위치한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에 시민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김덕기 >잊혀지고 싶다는 문 대통령의 꿈이 가능할까요?
◆ 조은정 >여러 면에서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일단 다음 정부에서 문재인 정부를 소환해 적폐청산의 칼을 들이댈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40% 지지율로 마감한 첫 대통령인만큼 앞으로 영향력도 이어질겁니다. 문 대통령 자신도 최근 발언을 보면 대중들에게 잊혀지는 삶을 바라지는 않는 것 같고요. 자연스럽게 살겠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쌓아올린 역사가 있는 만큼, 대북관계에서 역할이 있지 않을까 기대도 해봅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9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내 현충탑 참배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덕기 > 임기 마지막 날인 오늘, 문 대통령의 일정은 어떻게 됩니까?
◆ 조은정 >문 대통령은 오늘 아침 현충원 참배 뒤 오전 10시 퇴임 연설을 진행합니다. 오후엔 싱가포르 대통령, 중국 부주석과 접견을 하고요. 오후 6시 모든 일과가 끝나면 김정숙 여사와 청와대 정문을 걸어나와 시민들에게 인사를 할 예정입니다. 밖에서 하룻밤을 묵고 내일 윤석열 당선인의 취임식에 참석한 뒤 KTX를 타고 양산으로 내려갑니다. 저를 비롯한 많은 청와대 기자들도 양산에 동행취재해서 문 대통령의 마지막을 함께 지켜볼 예정입니다.
네, 지금까지 마지막 춘추관 출입기자인 조은정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