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동연 경기지사 후보와 국민의힘 김은혜 경기지사 후보. 연합뉴스6.1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인 경기도에서 무소속 강용석 후보가 약진하자 보수 단일화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표가 아쉬운 박빙 승부 속, 강 후보가 강성 보수층의 지지를 흡수하고 있기 때문인데, 현재 국민의힘 내에서는 단일화에 부정적인 여론이 우세하지만, 선거가 다가올수록 압력이 거세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CBS 노컷뉴스가 (주)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경기도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1명에게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유선 및 무선 ARS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김동연 후보 지지율은 43.5%, 김은혜 후보 지지율은 42.8%였다.
중부일보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데일리리서치가 경기도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5일부터 6일까지 이틀간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p)에서도, 김은혜 후보가 44.8%, 더불어민주당 김동연 후보가 41.0%를 얻었다. 두 조사 모두에서 양강 후보의 지지율이 오차범위 내 초접전 상태다.
국민의힘 복당이 불허된 강용석 변호사가 지난달 25일 서울시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검수완박' 법안의 국회의장 중재안에 여야가 합의한 것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무소속 강용석 후보의 지지율은 데일리리서치 조사에서는 10.1%, (주)조원씨앤아이 조사에서는 5.2%였다. 5~10%라는 유의미한 지지율을 얻고 있는 상황으로, 김은혜 후보와 강 후보의 지지율을 합치면 김동연 후보보다 우위에 서게 된다.
여기에 강 후보가 케이블TV 방송사를 상대로 "자신이 제외된 토론회 개최는 부당하다"는 취지로 제기한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이 9일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수원지법 민사31부(김세윤 부장판사)는 "채권자(강 후보)는 올해 4월 27일부터 5월 3일까지 5회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5.6%의 평균 지지율을 얻어 채무자(SK브로드밴드) 측이 설정한 후보자 초청 기준을 충족했다고 보인다"고 판단했다. 결국 이날 오후 9시부터 송출될 예정이던 토론회는 방송하지 못하게 됐고, 재판부가 "알 권리 침해"를 명시한 만큼 추후 토론회에서는 강 후보의 모습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강 후보는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를 운영하며, 강성 보수층 중심의 지지세를 확보하고 있는데, 김은혜 후보와 일정 부분 지지층이 겹친다. 토론 참여 등으로 강 후보의 입지가 더 굳어진다면 '집토끼 이탈'에 대한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지난 6일 강용석 경기도지사 예비후보가 수원지법을 찾아 김은혜·김동연 양자토론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결국 자연스럽게 '보수 단일화' 구도가 그려지는 상황인데, 강 후보 측이 전향적인 것과 달리 김은혜 후보 측에서는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김 후보 측 관계자는 "어떤 취지에서 단일화 여론이 나오는지 알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단일화는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자력으로 승리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강 후보의 '극우 이미지' 때문에 단일화로 인한 득보다 더 실이 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보수 단일화가 될 경우, 국민의힘 지지층의 표 분산을 확실히 막을 수 있다는 장점은 생기지만, 중도층의 반감을 살 수 있다는 취지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경기도 선거는 현재도 만만치 않은 것이 사실인데, 강 후보와 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오히려 진보층과 중도층이 결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단일화 명분과 논의 자체가 가져올 피로감에 대한 걱정도 있다. 아나운서에 대한 성희롱 발언으로 제명됐던 강 후보는 지난달 7일 복당을 신청했지만, 최고위원회의에서 부결됐다. 강 후보와 단일화 논의를 한다는 자체가 최고위 결정과 배치되는 요소인데, 선거 이후 강 후보의 복당·지위 문제 등이 공개적으로 논의될 경우 선거에 이로울 것이 없다는 판단이다. 김 후보 측 관계자는 "단일화와 관련해서는 일체 논의되지 않고 있다"며 "추후에도 단일화라는 모양새를 취할 이유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강 후보의 상승세가 유지되고, 경기지사 선거가 계속 혼전 양상을 보일 경우, 단일화 카드가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강 후보가 꾸준히 두 자릿수 지지율을 유지하며 완주했을 때, 결과를 장담하기 힘들다"며 "선거가 다가올수록 단일화 요구를 무시할 수만은 없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