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 취임식을 하루 앞둔 9일 국회 본관 앞에 마련된 취임식장에서 취임식 준비 관계자들이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윤석열 대통령은 10일 국회에서 '다시, 대한민국! 새로운 국민의 나라'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취임식을 한다.
핵심 키워드는 '국민'과 '소통' 그리고 '어린이의 꿈'이다. 국민 곁에서 소통하며 새로운 대한민국을 열겠다는 의지와 올해 어린이날 제정 100주년을 맞이해 어린이들이 꿈꾸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뜻이 담겼다.
국민 곁을 지나 다시 국민 속으로
윤 대통령 측이 섬세하게 신경을 쓴 부분은 윤 대통령의 동선과 취임식 무대·단상이다.
윤 대통령과 배우자 김건희 여사는 취임식 본행사가 시작하는 이날 오전 10시 50쯤 국회 정문 앞에 등장한다. 이때 윤 대통령 내외는 대구 어린이 변정준(10) 군과 광주 어린이 이서영(6) 양으로부터 꽃을 전달 받는다. 지역주의를 해소하고 동서의 화합을 상징하는 의미다.
이후 윤 대통령 내외는 직접 걸어 국회의사당 앞에 마련된 연설 무대까지 180m를 걸어가게 된다. 역대 대통령들은 무대까지 차를 타고 이동했던 것과 다른 행보다. 이때 좌우 마련된 국민초청석을 지난다. 지역과 성별, 직업, 세대, 정치 성향 등을 아우르는 일반 국민들과 국내외 초청 귀빈 등 4만1천명이 양측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윤 대통령 내외가 중앙 통로를 걷게 되는 셈이다. 국민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담긴 것으로, 윤 대통령 내외는 국민들과 악수를 하거나 셀카를 함께 찍는 등 적극적인 소통 행보를 보일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5일 어린이날 100주년을 맞아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자택에서 어린이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당선인 대변인실 제공윤 대통령 내외는 또 '국민 희망 대표' 20명과 함께 무대 위에 오른다. 불운의 사고로 왼팔을 잃었지만 불굴의 의지로 피트니스 선수가 된 김나윤 씨와 '오징어 게임'에서 '깐부 할아버지'로 널리 이름을 알린 영화배우 오영수 씨, 천안함 생존자 전환수 씨, 탈북 주민 이은영 씨 등이 국민 희망 대표로 초청을 받았다. 국민으로부터 위임 받은 대통령의 권한을 국민과 함께 하고자 하는 뜻이다.
윤 대통령이 취임연설을 하게 될 무대는 이례적으로 돌출 형식으로 준비됐다. 마찬가지로 윤 대통령이 국민과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 가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장치다.
사라진 '카 퍼레이드'…통합과 국민 눈높이 맞춰
'국기에 대한 경례' 식순도 이전 정부와 차별점을 보인다. 통상적으로 사회자가 맹세문을 읽는 것과 달리, 천안함생존장병전우회장 전준영 씨를 비롯해 군인·경찰·소방관 대표 등 4명이 '국민 영웅' 자격으로 국기에 대한 맹세문을 낭독한다.
애국가는 연광철 성악가가 부른다. 청주공고와 청주음대를 졸업한 그는 지역 음대와 동양인이란 편견과 차별을 깨고 유학길에 올라 2018년 독일 정부가 수여하는 카머젱거(궁전가수) 칭호를 받은 성악가다.
연광철 성악가와 함께 레인보우 합창단도 무대에 오른다. 국내 최초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로 구성된 레인보우 합창단의 애국가 제창을 통해 통합과 화합의 의미를 강조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약 13분간 취임사를 할 예정이다. 애초 취임사는 25분 정도로 알려졌지만 '국정 철학'을 육성으로 전달하는 것이 좋겠다는 대통령의 뜻에 따라 참모진과의 토론 과정 등을 통해 수정을 거듭하며 축소됐다. 자유·시장·인권·공정·연대의 가치를 기반으로 윤석열 정부 슬로건인 '다시 대한민국, 새로운 국민의 나라'를 만들겠다는 내용이 담긴다고 박주선 대통령취임준비위원장은 밝혔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도 "기존의 취임사에서 보여지듯 정치, 경제, 문화 이런 식의 나열이 아니라 자유와 공정 등을 강조한 내용이 다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직접 연설할 취임사가 전통 한지 등 전통형식으로 제작된 점도 눈길을 끈다. 윤 대통령 측은 "한국 고유의 문화를 존중하려는 대통령의 의지 그리고 '전통문화의 계승, 발전과 민족 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한다'는 헌법 정신을 구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청와대 개방 선포식 역시 이전에서 볼 수 없었던 부분이다. 윤 대통령이 청와대를 국민 품으로 돌려드리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전달했던 만큼 청와대 문이 개방되는 모습 등 청와대 개방 현장이 무대에 설치된 스크린을 통해 이원 생중계된다.
청와대. 박종민 기자취임식은 문재인 대통령 내외를 환송한 뒤 윤 대통령 내외가 다시 국회 출구로 걸어가는 것으로 끝이 난다. 이때 역대 대통령들이 했던 '카 퍼레이드'는 없다. 국민 소통과 국민 눈높이를 중시하는 윤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동선과 방식이다.
"어린이가 꿈꾸는 미래가 곧 대한민국의 미래"
또 눈길을 사로잡는 부분은 무대 후면에 설치된 그림이다. '꿈꾸는 미래가 곧 대한민국의 미래'라는 주제로 제작된 작품으로, 실제 어린이들이 그린 그림이 배치됐다.
'미래'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좌측부터 미래 우주, 미래 해양, 미래 하늘, 미래 용산, 자연, 미래 도시(IT), 대한민국·통일, 미래의 꿈과 희망 등 소주제에 따라 그림들이 나열돼 있다.
오전 10시부터 시작되는 식전 행사에서도 어린이와 관련된 행사들이 이어진다. '꿈의 비상'이란 주제로 어린이가 자유롭게 상상한 대한민국의 미래 모습이 담긴 영상과 '우리의 꿈을 위해'란 주제로 어린이 뮤지컬 공연(다니엘라, 웃는아이 공연단)이 있을 예정이다.
이어 전국 각지에서 모인 어린이와 청소년 치어리딩 연합팀이 '꿈고 도전을 응원하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몸짓'이란 주제로 공연을 한다.
이밖에 2009년 창단한 장애인 하모니카 연주단 대구카톨릭대 맑은소리하모니카 앙상블의 공연과 서울예술대의 수어 공연, 청년무용가의 등이 준비돼 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통합의 의미를 담은 것이다.
취임식이 끝난 후 윤 대통령은 용산 집무실 인근 경로당과 어린이 공원을 방문할 계획이다. 이후 외국 사절단과 접견하고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리는 경축행사와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외빈초청 만찬에 참석한다.
클릭하거나 확대하면 원본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