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운데)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소상공인 손실보상 등에 관련된 2차 추경 편성을 다루는 당정 협의에 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국민의힘이 11일 여당으로서의 첫 행보로 정부와 '방역지원금 최소 600만원 지원'에 합의하며 소상공인 표심을 다잡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지 하루가 채 안 돼 당정협의를 가동하며 여당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한 것이다. 윤 대통령의 선거공약이던 '온전한 손실보상'은 '소상공인‧자영업자 370만 명에게 최소 600만원 지급'으로 구체화돼 추경안에 반영됐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추경에서 미비했던 부분에 우리 당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전달하겠다"며 집권여당으로서의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이날 당정협의는 윤 대통령이 취임한 지 24시간이 지나기도 전 초고속으로 가동됐다. 첫 당정협의는 대개 상견례 차원에서 이뤄지는데 비해 추경안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나온 것 또한 이례적인데, 다분히 지방선거를 의식했다고 보는 시각이 크다. 대선 뒤 3개월 만에 치러지는 6‧1 지방선거에 윤석열 정부 초반 국정 동력이 좌우될 수 있는 만큼 인수위 차원에서의 공약후퇴 논란을 진화하며 빠르게 당정협의 카드를 썼다는 것이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당정협의는 윤석열 정부 이름으로 추경을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는 차원"이라며 "민주당도 선거를 앞두고 협조를 안 하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 통합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이 인사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본격적인 선거 체제로 돌입하면서 '이재명 때리기'를 비롯한 민주당을 향한 공세도 치열해졌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이재명 전 경기지사의 인천 계양을 출마는 검찰 수사로부터의 도망"이라며 강력히 비판했다. 이재명 후보의 출마가 수사를 피하기 위한 '방탄용 출마'라는 프레임을 부각시키는 전략이다. 국민의힘 고위관계자는 "대선을 출마했던 사람이 국회의원 선거에 나왔으니 도지사가 이장선거에 나올 꼴 아니냐"며 "계양은 쉽지 않은 지역이지만 이재명 후보가 가진 각종 의혹을 강조하면서 공세를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소야대라는 한계 속에 민주당의 '발목잡기' 프레임도 십분 활용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전날 1호 안건으로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제출했는데, 여야 이견은 여전히 좁혀지지 않은 상태다. 여야 합의로 인준 표결을 진행하게 돼도 여소야대 속에 결과를 장담하긴 힘들다. 한 초선 의원은 "한덕수 총리 후보자는 참여정부에서 총리를 했던 사람인데 비준을 안 해주는 걸 국민들은 민주당의 몽니로밖에 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민주당이 무리수를 두면서 발목 잡는 모습으로 비춰지는 게 지방선거 국면에서 나쁘진 않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을 마친 뒤 나서며 환호하는 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다만 윤 대통령의 내각 후보자에 대한 임명 강행 수순이 지방선거 표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당에서도 윤 대통령에게 국민 여론을 들어 우려를 전달했지만, 대통령의 강행 의지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국민의힘 의원은 "청문회에서 결정적인 한 방은 없었지만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을 전달했다"며 "대통령이 올바른 결단을 내리길 기대할 뿐"이라고 말했다. 당내 관계자 또한 "민주당이 한동훈 청문회를 거치며 헛발질을 하면서 정호영 이슈가 묻힌 감이 있다"면서도 "정호영 후보자 정도는 쳐내야 여야 협치에도 명분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