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자신과 말다툼을 하던 여자친구를 폭행해 숨지게 한 30대 남성. 연합뉴스여자친구를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 이른바 '마포 데이트 폭행' 사건의 가해자가 1심 재판부의 징역 7년 선고에 불복해 항소한 2심 재판에서 "사인은 (폭행이 아닌) 구호 과정에서 발생했다"라는 주장을 이어갔다.
하지만 증인으로 출석한 국내 법의학계 권위자 이정빈 가천대학교 의대 석좌교수는 "구호 과정에서 사인이 발생했을 가능성은 없다"라는 소견을 내놓았다.
서울고등법원 형사6-3부의 심리로 11일 열린 항소심 공판에서 가해자 A씨 측은 지난 재판과 마찬가지로 피해자의 사인인 '뇌 지주막하 출혈'이 구호 조치 과정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앞서 피해자는 A씨로부터 네 차례에 걸쳐 폭행 당해 의식을 잃었고 병원 이송 23일 만에 숨졌다. 당시 사인은 척추동맥 파열로 인한 뇌 지주막하 출혈로 밝혀졌다.
이날 재판에서도 A씨 변호인은 폭행 이후 A씨가 의식을 잃은 피해자를 구호하는 과정에서 머리를 두 차례 땅에 떨어뜨렸는데, 이 과정에서 사인인 뇌 지주막하 출혈이 발생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구호 과정에서 피해자 머리가 바닥에 떨어지면서 충격이 있었는데 (사망) 원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항소심 공판의 증인으로 나선 국내 법의학계 권위자인 이정빈 가천대학교 의대 석좌교수는 "그럴 가능성이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 교수는 "피해자는 1차와 2차, 3차 폭행 때도 움직이고 4차 폭행 시작할 때도 움직였는데, 4차 폭행 중에 푹하고 벽에 기댄 채 흘러내리듯이 쓰러졌다"라며 "이때 아마도 척추동맥이 나간 것으로 보이고, 그래서 과신전·과굴절이 있는 것으로 봤다"라고 설명했다.
A씨 측이 주장한 구호 조치 과정에서 머리를 바닥에 떨어뜨려 사인이 발생했을 가능성에 대해서 이 교수는 "머리에는 지주막이 있고 그 위에 경막이 있는데, 외부에서 칠 경우 경막하 출혈이 발생하고 (타격 강도가) 더 심하면 지주막 출혈도 온다"라며 "그런데 외부에서 쳐서 지주막하 출혈만 있는 경우는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쉽게 말해 머리를 땅에 부딪혀 후두부와 측두부를 다쳤다고 해서 척추동맥 파열과 뇌 지주막하 출혈이 발생할 수 없다는 것이다.
변호인 측이 "피해자 사인이 두부에 가해진 충격이 아니라, 순간 혈압 상승 등으로 발생한 것은 고려할 필요가 없는가"라고도 되물었지만, 이 교수는 "전혀 없다"라고 밝혔다.
구호 조치 과정에서 사인이 발생했다는 A씨 측 주장을 강하게 반박한 이정빈 교수는 "어찌 됐든 척추동맥이 찢어졌을 정도면 과신전·과굴절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에 대한 증인 신문을 진행한 재판부는 "다음 달 8일 피해자 아버지에 대한 증인 신문을 진행한 뒤 변론을 종결하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