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자원공사. 연합뉴스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전 장관(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8년 한국수자원공사(K-water)의 수익사업에 있어 유리한 법안을 처리해주고 정치후원금을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 경찰이 수자원공사를 압수수색 하며 강제수사에 돌입했다.
해당 의혹은 지난해 초 황 전 장관이 후보자 시절 당시 야당(국민의힘)으로부터 불거진 뒤 시민단체 고발로 수사가 시작됐는데, 1년여가 지나서야 수사를 본격화한 셈이다.
대선 국면에서 정중동 행보를 보였던 경찰은 최근 일부 미뤄놨던 수사에 대한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이중 전 정권 실세가 연루된 사안도 상당해 수사 향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경찰, 황희-수자원공사 '후원금 의혹' 강제수사 착수
11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황 전 장관 및 한국수자원공사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고발 건과 관련, 이달 초 수자원공사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현재는 사무실 컴퓨터, 휴대전화 등 압수물을 분석하는 단계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수자원공사를 압수수색한 것은 맞다"면서도 "수사가 진행 중이기에 구체적인 사안은 알려주긴 어렵다"라고 밝혔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전 장관. 윤창원 기자황 전 장관과 수자원공사 간의 대가성 정치후원금 의혹이 불거진 시점은 황 전 장관이 후보자 시절인 지난해 2월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황 전 장관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이었던 지난 2018년 3월, 피감기관인 수자원공사가 혁신산업 육성단지인 부산 스마트시티에 건물을 짓고 임대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법안은 2018년 7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며 이후 2019년, 2020년 수자원공사 사장실 직속 고위 간부가 법정 최고 한도액인 500만 원씩, 총 1천만 원의 대가성 정치후원금을 냈다는 게 의혹의 골자다.
시민단체 사법시험준비생모임은 지난해 2월 황 전 장관과 수자원공사 고위 간부인 A 실장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이후 고발 건은 서울 영등포경찰서로 이첩됐으며, 지난해 4월 서울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로 이송됐다.
고발 1년 3개월여 만에 본격화된 이번 수사의 핵심은 해당 후원금의 대가성과 공사 차원의 공금인지 여부 등으로 보인다.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는 문재인 정부의 혁신성장동력 사업으로 지난 2018년 초 세종 5-1 생활권과 부산 에코델타시티 일부가 대상 지역으로 선정됐다. 세종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부산의 경우 수자원공사가 주요 시행사로 참여하고 있다. 에코델타시티는 총 사업비가 5조 4천억 원 규모에 달한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스마트시티특별위원회 위원을 지낸 황 전 장관은 2018년 3월 스마트도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스마트도시건설사업의 사업시행자는 혁신성장진흥구역에서 창업 및 혁신성장의 지원 등을 목적으로 건축물 등을 직접 건축하거나 임대, 운영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수자원공사의 경우 법상 수자원개발 시설 및 인프라 개발 등으로 사업이 한정돼 있다. 건축물의 건축·임대·운영이 어렵기에 수자원공사에 특혜를 주는 법안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셈이다. 당시 국토위 전문위원은 개정안 검토보고서에 "한국수자원공사는 건축물의 건축·임대·운영이 제한돼 있으므로 토지에 건축물을 직접 건축하거나 임대·운영할 수는 없고 이를 민간에 공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스마트도시사업 관련 분야에서 창업을 하려는 자에게 창업시설 등을 저렴하게 공급·임대함으로써 창업지원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을 수도 있는 것으로 생각돤다"면서도 "다만 공공기관의 업무영역 확대는 제한적으로 허용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 바, 건축물의 범위를 공공필요성이 있는 창업지원시설 등으로 한정하도록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황희 "의혹 전혀 사실 아냐"…수공 "회사와 무관"
황 전 장관 측은 해당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하고 있다. 개정안 자체는 정부가 발표한 스마트시티 국가 시범도시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었을 뿐, 수자원공사에 혜택을 주기 위한 법안이 아니었다는 취지다. 또 국토위 전문위원 검토보고서와 관련해선 "개정안은 국가시범도시를 체계적으로 조성하기 위한 기반을 구축하려는 것으로, 타당한 입법이라고 (보고서에) 적시하고 있다"며 "보고서의 전체가 아닌 일부 표현을 가지고 법률 개정안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도한 것은 억지 주장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수자원공사 고위 간부 역시 개인적 친분 관계가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황 전 장관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전혀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고, 중요한 국가 행정이 500만 원 후원금이 오가서 결정됐다고 의혹을 제기하는 것 자체가 황당하다"며 "스마트시티가 세종과 부산으로 결정되는 것도 나는 반대한 사람"이라고 밝혔다.
수자원공사 역시 의혹과 관련 "직원의 개인적 차원에서 후원한 것으로 회사와는 무관하다"며 "해당 간부는 스마트시티 관런 업무도 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한편 스마트시티 에코델타시티 사업은 2020년 SPC 민간 부문 우선협상대상자로 '더 그랜드 컨소시엄'을 선정했지만 예비사업 협상 과정에서 포기했고, 2순위 협상 대상이었던 한국수력원자력 컨소시엄도 중간에 포기해 지난해 재공모에 나섰다. 현재는 공모 절차가 진행 중이다.
前정권 실세 연루 수사 속도…향방 주목
이번 수사는 전 정권 실세 현직 의원을 겨냥했다는 점에서 수사 향방이 주목되고 있다. 이밖에도 대선 이후 경찰이 수사를 본격화한 사건 중에는 전 정권 실세가 연루된 사안이 상당해 관심이 높아지는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 더불어민주당 통합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 및 공천장 수여식에서 인사말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앞서 경찰은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전 경기지사의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 지난 2일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경찰이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과 관련해 성남시청을 압수수색 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수사가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다.
이재명 전 대선 후보 배우자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역시 경찰은 지난 달 4일 경기도청과 별정직 5급 공무원 배모씨의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환매 중단으로 2560억원 상당 피해를 일으킨 디스커버리펀드 사태의 경우 경찰은 최근 장하원 디스커버리펀드자산운용 대표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한 바 있다. 장 대표는 장하성 중국대사의 친동생으로, 장 대사 역시 60억 원가량을 디스커버리펀드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 역시 투자 참여자다. 이에 따라 향후 수사가 전 정권 실세로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경찰 관계자는 "의혹이 있는 부분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뿐, 전 정권 실세 등 신분 부분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