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가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한 금통위 결정과 관련해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한국은행이 가파른 물가 상승세를 잡기 위해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6일 "앞으로 수개월 간 물가를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할 것"이라며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시사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26일 오전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현재 1.50%인 기준금리를 1.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코로나19 정상화 국면에서 한은은 지난해 8월을 시작으로 같은해 11월과 올해 1월, 4월, 그리고 이날까지 약 9개월동안 0.25%포인트씩 다섯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특히 금통위가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은 14년 9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날 한은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상 결정은 무엇보다 치솟는 물가를 고려한 결정이었다. 물가 오름세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통화 정책도 당분간 물가에 중점을 두고 운용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은은 이날 함께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기존의 3.1%에서 4.5%로 대폭 상향 전망했다. 경제성장률은 지난 2월 전망치였던 3.0%를 하회하는 2.7%로 전망했다. 국내 방역조치 완화, 정부 추경 등의 상방 조치와 함께 우크라이나 사태와 주요국 금리인상 가속, 중국의 봉쇄 조치 등 하방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금통위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현재까지는 성장보다는 물가의 부정적 파급 효과가 더 크게 예상돼서 이를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라면서 올해 말과 내년 초까지 4%대 물가 상승률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사태 등 글로벌 공급망의 교란 요인이 정상화된다고 가정하면, 앞으로 5~7월, 수개월은 5%가 넘는 물가상승률이 거의 확정되다시피 한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면서 "3월 초까지만 해도 (물가가) 상반기에 높아지고 하반기에는 낮아질 것으로 봤지만, (물가 정점이) 중반기를 넘어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물가 상승에 맞춰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이 추가로 더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이 총재는 물가가 오르는데 성장은 둔화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에 대해서는 "물가가 오르고 성장률도 둔화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면서 "아직 2.4, 2.7%의 성장률은 잠재성장률보다 높고 2% 아래로 떨어지는데도 완충 지역이 있어서 현재로서는 스태그플레이션보다는 물가 위험을 더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를 중립 금리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물가상승률이 높아서 실질 이자율은 중립 금리보다 낮은 수준임은 분명하다"면서 "저희(중앙은행)의 우선적인 일은 일단 중립 금리 수준에 수렴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한은과 금통위가 생각하는 중립 금리 수준을 밝히지는 않았다. 현재 시장에서는 한국의 중립 금리를 연 2.25~2.50%로 추정하고 있다.
이 총재는 연속적인 금리인상으로 취약계층의 이자 부담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한은이 실기해서 인플레이션이 확산되면 실질임금이 하락하고 금융 불안정이 커지는 등의 결과가 나타나게 된다. 그러면 취약계층이 중장기적으로 더 큰 피해를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정책 공조를 통해 대응하고 통화정책은 물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더 안정적인 성장기반을 다질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추가 조정 시기와 속도 등은 대외리스크 요인 전개상황, 새로 입수되는 경제지표 특히 성장과 물가상승률의 변화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