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연합뉴스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최근까지 고문으로 몸담았던 법무법인이 복지부와 산하 기관을 상대로 한 행정소송을 수십 건 대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후보자는 20대 국회의원 시절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제약회사 사외이사 경력에 대해 '식약처장은 행정처분·인허가를 하는 자리'라며 강하게 문제를 삼았었다.
김 후보자 속한 행정소송팀, 복지부 상대 소송 맡아
2일 CBS노컷뉴스 취재결과, 김 후보자가 고문을 지낸 법무법인 '클라스'가 지금까지 업계와 의사 등이 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 47건을 대리했다. 소송건수는 선고 기준이며, 심급별(1심·2심·3심)로 별도로 집계했다. 1심 선고가 나기 전의 사건은 포함되지 않아 전체 건수는 더 많아질 수 있다.
지난 2018년 3월 법무법인 등록을 한 클라스에서 김 후보자는 2020년 7월부터 후보자로 임명되기 직전인 지난 5월까지 대략 1년 11개월 간 일했다.
김 후보자가 고문으로 있던 시기 행정소송은 47건 가운데 27건이나 된다. 이 기간에 김 후보자가 받은 고문료는 1억 6천만원이다.
이와 별개로 클라스는 복지부 산하 국민건강보험공단을 대상으로 한 행정소송도 17건 맡았고, 김 후보자 재임기간에는 13건에 대해 선고가 이뤄졌다.
윤창원 기자김 후보자는 복지부 전신인 보건사회부 보건연구관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해 박근혜 정부에서 식약처장을 지냈다. 지유한국당 비례대표로 20대 국회에 입성해 복지부와 산하기관을 피감기관으로 둔 보건복지위에서 활동했다.
자신이 고문으로 재임했던 법무법인이 국가, 그것도 본인이 수장이 될 복지부를 대상으로 한 소송에 대거 참여했다는 점에서 '이해충돌'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특히, 김 후보자의 당시 업무에는 '바이오, 제약, 헬스케어 입법지원 및 법제 컨설팅' 뿐아니라 행정소송도 포함됐다. 김 후보자 역시 행정소송팀 소속이었다.
변호사가 아닌 이유로 수 십건의 행정소송에 김 후보자가 이름을 올리지는 않았지만, 직.간접적으로 관여했을 개연성이 크다.
해당 홈페이지 캡처클라스 홈페이지는
행정소송팀을 "법원장, 행정 관련 부장판사 출신의 변호사들과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의 장‧차관급 고위공무원 출신 전문가들로 구성돼 기업활동 중 발생하는
행정기관의 각종 인허가, 과징금, 영업정지 등의 처분으로 인한 분쟁들과 공무원의 징계, 병역, 도시정비 관련 업무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행정처분 전 의견 제출단계부터 행정심판, 행정소송 절차에 이르기까지 고객의 권리와 이익을 보호 보장하기 위한 종합적인 법률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식약처장 제약社 사외이사 경력 문제 삼더니…내로남불?
이는 김 후보자가 국회의원 시절 식약처장에게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며 강하게 문제 삼았던 부분과 일치한다.
지난 2019년 3월13일 국회 보건복지위 전체회에서 김 후보자는 이의경 당시 처장에게 제약회사 사외이사 경력을 언급하며 "제약회사와 밀접한 관계를 맺으면서
본인이 행정처분·인허가도 해야되는 식약처장의 위치에 있으면…중립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의혹이 있다"고 지적했다.
클라스에서 맡은 사건들은 요양기관 업무정지 처분취소, 요양급여 비용 환수 처분취소, 의사면허자격정지처분취소,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 취소 등 복지부장관의 행정처분.인허가와 관련된 소송이 대부분이다.
김 후보자는 말대로라면 법무법인 행정소송팀으로 일한 본인도 공정성에 의구심을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