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준 기자.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충청권의 권력 지형은 현격하게 변화됐다. 지난 7회 지방선거와 비교해보면 광역자치단체장과 기초단체장, 광역의원 모두 더불어민주당에서 국민의힘으로 쏠리면서 새정부에 대한 기대감과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안정론이 표심을 흔든 것으로 분석된다.
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국민의힘 이장우 당선인은 대전 5개 자치구 가운데 4곳에서 민주당 허태정 후보를 앞섰다.
이 가운데 가장 뼈아픈 곳은 서구다. 그동안 대전 서구는 전통적인 진보성향 민심이 강한 곳으로 국회의장과 법무부장관을 역임한 국회의원 2명이 버티고 있는 명실상부 대전의 정치 1번지이다. 지난 7회 지방선거에서도 당시 민주당 허태정 후보가 5만표 이상의 차이를 보이며 보수후보를 따돌렸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서구표심이 확연하게 달라졌다. 민주당 허 후보는 9만 3천여표, 국민의힘 이 당선인은 9만 7천여표를 획득, 4000여표 차이가 났다.
서구를 중심으로 한 표심 변화는 기초단체장과 광역의원 선거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4년 전 민주당이 싹쓸이 했던 지역을 국민의힘으로 물들이게 했다.
반면 세종은 집행부에 대한 정권교체와 이를 견제, 감시하는 의회를 균형감 있게 여야로 나눠놨다. 국민의힘 최민호 당선인이 집행부 수장으로 등극했지만 세종시의회의 다수당은 민주당이 거머쥐게 된 것이다. 세종지역 유권자들은 이번 선거에서 교차투표를 선택, 시장은 국민의힘으로, 세종시의회는 민주당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집행부의 독주를 막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김태흠 충남도지사 당선인. 인상준 기자.충남지역 표심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기대감은 물론 윤 대통령이 직접 선택한 국민의힘 김태흠 후보가 현직 도지사를 물리쳤다는 점에서 국정 운영의 안정론에 표심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득표율을 보면 충남 전체 유권자의 절반 가량이 모여 있는 천안과 아산에서 민주당 양승조 후보의 득표율이 김 당선인을 압도하지 못했다. 앞서 김 당선인이 충남지사 후보로 선출됐을 때만 해도 천안아산 출신이 아니라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 예상됐다. 상대인 양 후보가 천안에서만 내리 4선이 당선됐을 정도로 정치적 기반이 탄탄했기 때문이다. 실제 4년전 지방선거에서 양 후보는 천안에서만 10만여표 넘는 격차를 보이며 2위 후보를 따돌렸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달랐다. 천안 유권자들이 천안 출신이 아닌 김 당선인에게 표를 던졌다. 불당동 등 진보표심이 강한 천안 서북구에서 김 당선인은 4000여표 밖에 뒤쳐지지 않았고, 동남구에서는 4000여표 가량 앞섰다.
김 당선인의 천안에서의 약진은 러닝메이트였던 박상돈 천안시장 당선인의 역할도 한몫했지만 김 당선인이 줄기차게 강조해온 '힘쎈 도지사'에 대한 지역민들의 열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기간 '충청의 아들'이라고 강조하며 충청 표심을 자극해온 만큼 최측근으로 분류된 김 당선인에 대한 지지 역시 윤 대통령의 기대감에서 시작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충남 전체 기초단체장 선거를 놓고 봐도 15곳 중 12곳을 국민의힘이 승리하면서 사실상 충남에서의 표심은 '윤풍'이 강하게 작용해 4년전과는 정반대의 정치지형을 만들었다.
최호택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는 "그동안 광역단체장, 국회의원, 기초단체장 등 모두 민주당 소속이었지만 유권자들이 느끼기에 지역 현안이 제대로 해결된 게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충청의 아들이라고 하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국정운영의 안정론에 유권자들이 지지를 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