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금융감독·규제나 시장조사 전문가이기 때문에 아주 적임자라고 평가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작심한 듯 한 말이다. 이복현 전 북부지검 부장검사가 신임 금감원장에 발탁된 것과 관련해 '검찰 편중 인사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였다.
윤 대통령은 8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윤석열 정부의 검찰 편중 인사 비판에 거침없이 발언을 쏟아냈다.
윤 대통령은 이복현 신임 원장에 대해 "경제학과 회계학을 전공한 사람이고, 오랜 세월 금융수사 활동 과정에서 금감원과의 협업 경험이 많은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금감원이나 공정거래위원회와 같은 곳은 규제·감독기관이고 적법한 절차와 법적 기준을 가지고 예측 가능하게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법 집행을 다루는 사람들이 역량을 발휘하기에 아주 적절한 자리라고 생각해왔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과거에는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출신들이 아주 도배되지 않았나"라고 반문하면서 "미국과 같은 선진국을 보면 '거번먼트 어토니'(government attorney: 정부의 법률 대리인)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정·관계에 폭넓게 진출하고 있다. 그게 법치국가 아니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검찰 편중 인사라는 지적에 윤 대통령이 직접 길게 설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통령실은 그동안 "언론의 지적을 잘 듣고 있다"고만 밝히며 말을 아껴왔는데,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서 논란을 돌파하는 모양새다.
이런 행보에는 '능력 중심'이라는 윤석열 정부의 인사 원칙과 검찰에 대한 신뢰가 배경에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이 이복현 원장 인선 배경에 대해 인물과 경험, 해당 공직의 특성을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공정거래위원장 유력 후보로 거론됐다가 후보군에서 제외된 검찰 출신 강수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 대해서도 '검찰 출신이어서 제외된 것은 아니'라는 해명을 내놓고 있다.
윤 대통령은 '검찰 편중 인사라는 지적 때문에 강 교수가 후보군에서 제외된 것이냐'는 질문에 "전혀 아니"라고 잘라 말했고,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강 교수가 어떤 이유와 과정을 거쳐서 그렇게 됐는지는 설명드리기 어렵다"고만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 편중 인사 논란이 진정될지는 미지수다. 이복현 원장 외에도 최근 조상준 전 서울고검 차장검사가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에, 박성근 전 광주지검 순천지청장이 국무총리 비서실장에 각각 인선되면서 대통령실과 정부 요직에 검찰 인사들이 늘어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비롯해 현재까지 알려진 검찰 출신 인사만 13명에 이른다.
비판의 핵심은 '왜 능력자들은 항상 검찰 출신인가'에 대한 부분이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각계각층의 유능한 사람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모범을 보여야 하는 게 대통령의 의무"라며 "'실용'을 얘기하기에 공감했었는데, 지금은 자기와 손발이 맞고 신뢰하는 사람만 앉히겠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