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방송인 송해가 세상을 떠났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2·3호실에 마련됐다. 사진공동취재단'일요일의 남자'라는 별명으로 사랑받은 '국민 MC' 송해(본명 송복희)가 8일 세상을 떠났다. KBS1 '전국노래자랑'을 34년 동안 진행하며 늘 대중 곁에 있었던 그의 죽음에 조문 이틀째인 9일도 조문객 발길이 계속되고 있다.
방송인 전원주는 조문 후 취재진과 만나 "선생님은 (저를) 예뻐해 주시고 힘들어도 참아라 참아라 하셨다. 이번 수요일에도 공연하기로 했는데 돌아가시고 나니까 공연이고 뭐고 귀찮아졌다. 선생님은 좋은 일도 많이 하시고 인정도 많으시고 어려운 사람들을 많이 생각해 주셨던 분"이라고 말했다.
전원주에 따르면, 고인은 만 원짜리로 현금을 가지고 다니며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눠주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원주도 그러고 살아라' '쓰고 살아라' 하셨다. 돈 꺼낼 때마다 선생님 얼굴이 떠오른다. 좋은 데 가시길 바라고, 앞으로 (고인을) 마음에 의지하고 살려고 한다"라고 부연했다.
전원주는 "송해 선생님 사진 나올 때마다 따뜻하게 살아야겠다, 조금 쓰고(베풀고) 살아야겠다 싶다"라며 "선생님께 '99세까지 88하게 살라'고 했다가 혼난 적이 있다. 선생님 100세 넘어서도 살 거라고 생각했는데 억지로는 안 되더라. 좋은 데 가서 내려다보시고 우리 많이 응원해 주시기 바란다"라고 밝혔다.
가수 이박사는 "저희 애기 엄마가 종로에서 횟집 했는데 가게 와서 오징어회 많이 드셨다. 그래서 더 정이 갔다"라고 말문을 연 후, "후배들을 위해서, 문화예술을 위해서 아주 노력하는 분이다. 최고의 명인이신데, 본인께서도 (하늘에서) 편안하시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고인과의 추억도 꺼냈다. 이박사는 "몇 년 전에 해남에 공연 간 적이 있는데 (선생님이) 두 시간 동안 마이크 잡고 노래하시는데 십대 같으셨다. '선생님 저희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하니 '그래, 열심히 해야 해'라고 하셨다"라며 "미리 현장에 도착해 그 지역 역사, 예술, 유래를 다 공부하셨던 기억이 난다"라고 돌아봤다.
이박사는 "우리나라 예술인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분 많지만 송해 선생님께서는 앞으로도 대한민국 최고의 예술인으로, 길을 터주신 것 같다. 8차선, 16차선으로 길 내주신 건데 후배들에게도 근면 성실하고 솔선수범하라고 가르쳐주셨을 것 같다"라며 "코로나 전에 같이 공연을 해서인지 아직까지 선생님이 어른거린다. 아무쪼록 편안하시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전국노래자랑' 진행 당시 고인의 모습. KBS 제공가수 태진아는 "영정 사진 보니까 편하게 잘 가신 것 같다"면서도 "실감은 안 난다"라고 털어놨다. 태진아는 "개인적으로는 제게 아버님 같은 분이다. 아귀찜을 좋아하셨던 기억이 난다"라며 "정말 따뜻하고 자상하신 분이었다. 편안하게 잘 계셨으면 좋겠다"라고 바랐다.
배우 이순재는 "분야는 다르지만 희극, MC, '전국노래자랑'으로 상징적인 분이고 대중문화의 핵"이라며 "아마 (고인의) 마지막 소원이 '전국노래자랑' 다시 하시는 게 아니었을까 하는 상황이다. 그러지 못하고 가셔서 아쉽다"라고 말했다.
고인이 향후 어떻게 기억될 것 같냐는 질문에 이순재는 "우리나라 최고의 연예인, 상징적 존재로 남지 않으실까. 우리나라의 명실공히 최장수 연예인이고, 평생 동안 이 분야를 위해 헌신하시고 (자기 일을) 끝까지 마무리하신 분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자신을 '전국노래자랑' 출신이라고 밝힌 가수 박상철은 "'전국노래자랑' 갈 때마다 선생님 뵙고 공연도 많이 하고 해외 나가면 식사도 하고 소주 한 잔도 했었다"라며 "송해 선생님 뵙고 오랜 시간 동안 같이하면서 단 한 번도 역정 내는 모습을 못 봤다"라고 기억했다.
박상철은 "(송해가) 80대이셨을 때부터 (제가) 그런 얘기를 많이 한 것 같다. 기네스북에 꼭 올라가야 한다고. (실제로) 기네스북에 올라가서 정말 기쁜 마음이었는데, 좀 더 오랜 시간 동안 100세 이상까지 우리 곁에 계시길 하는 바람이었는데 (돌아가셔서) 아쉽다"라고 전했다.
방송인 임성훈은 "송해 선배님은 지금 아마 전 세계인을 상대로 '천국노래자랑'을 하고 계실 것"이라며 "언제나 제가 존경하는 선배님이셨고, 후배 입장에서 쫓아가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영역에 계신 분이었다. 정말 대단한 분이었다는 걸 부인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임성훈은 "100세가 되셨을 때 '전국노래자랑' 진행하시는 걸 축하드리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라며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어주신 선배님을 영원히 기억하겠다. 다시 한번 고인의 명복을 빈다"라고 덧붙였다.
1927년생인 송해는 '바다 해'자를 예명 삼아 1955년 창공악극단을 통해 연예계에 데뷔, 1988년에 전국노래자랑 진행자를 맡아 34년 동안 방송을 이끌었다. 발인은 10일. 사진공동취재단가수 박진도는 "오래 사실 줄 알았는데 갑자기 이렇게…"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박진도는 "제가 처음 '전국노래자랑' 무대 섰을 때 항상 긴장 많이 했는데, 마음에 따뜻한 위안을 주시고 제게 농담도 자주 하셨다. 제 곡 '유리벽 사랑' 소개하실 때면 '유리를 깨고 나가면 사랑을 만나지 않느냐'고 농담하셨다"라고 설명했다.
박진도는 "연예계 제일 원로로서 오래 장수하셨고, 한 프로를 오랫동안 이끌어오셨고… 외국도 그렇지만 연예계 큰 어르신이 돌아가시면 큰 별이 졌다고 하지 않나. 많은 대중이 함께 슬퍼해 주시고 송해 선생님 길이길이 잊지 않고 기억되길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송해는 8일 서울 강남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빈소는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2·3호실에 차려졌다. 조문 이틀째인 9일 최불암, 전현무, 이찬원, 김숙, 임성훈, 이미자, 이순재, 전원주, 박진도, 박상철, 유민상, 문세윤, 김민경, 홍윤화, 김수영, 김태원, 이박사, 태진아, 조원진 전 국회의원 등이 조문했다.
장례는 대한민국코미디언협회장으로 사흘 동안 치러진다. 장례위원장은 엄영수(개명 전 엄용수) 코미디언협회장이 맡았다. 석현, 김학래, 이용식, 최양락, 유재석, 강호동, 이수근, 김구라와 KBS 김성규 희극인실장, MBC 고명환 희극인실장, SBS 정삼식 희극인실장 등이 장례위원을 맡았다. 영결식은 오는 10일 오전 4시 30분, 발인은 오전 5시 엄수된다. 장지는 대구 달성군 송해공원이다.
한편, 윤석열 정부는 한국 대중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 공적을 기려 1등급에 해당하는 금관문화훈장을 송해에게 수여했다. 송해는 34년 동안 '전국노래자랑'을 진행한 '최고령 MC'(95세) 기네스 세계기록에 오르는 등 전 국민에게 오랫동안 사랑받은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