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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경찰청장은 행안장관의 부하가 아니다



칼럼

    [칼럼]경찰청장은 행안장관의 부하가 아니다

    1991년 경찰법으로 명시된 경찰의 독립성
    검찰 수사지휘권 폐지하며 경찰통제 강화는 이율배반
    대통령 측근의 경찰통제는 권력 예속으로 비쳐져
    국회 입법 거치지 않고 정부 시행령 추진도 문제
    검찰총장과 경찰청장은 장관들의 부하가 아니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가운데)이 9일 오후 김창룡 경찰청장(오른쪽)과 면담을 위해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을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가운데)이 9일 오후 김창룡 경찰청장(오른쪽)과 면담을 위해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을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언론사에 입사한 이후 경찰 출입기자를 10년 가까이 했지만 행정안전부(옛 내무부)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다.
     
    일선 경찰서와 서울경찰청, 경찰청까지 출입했지만 행안부 출입기자는 이른바 '상원'이라고 불리는 고참 선배들의 출입처였다.
     
    경찰청이 행정안전부의 외청이지만 기본적으로 일선 경찰 출입기자들이 행안부를 취재해야할 사안이 거의 없었다. 
     
    행안부가 경찰청의 상급 기관이지만 직접적인 업무 연관성이 적다. 치안과 수사, 민생 등 경찰 고유 업무에 행안부의 개입이 필요없기 때문이다.
     
    경찰청장은 대통령이 지명하지만 나머지 경찰 인사는 경찰청장의 권한으로 이루어져왔다.
     
    상급기관인 행안 장관과의 협의는 형식적이고 의례적인 절차다.
     

    검찰수사권 재조정(검수완박)으로 경찰의 권한이 상대적으로 강해졌다.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자연스레 생겨났다.
     
    윤석열 대통령이 행안부 장관에 고등학교와 대학 후배인 이상민 장관을 임명할 때부터 경찰 통제의 그림이 그려졌다는 해석이 많다.
     
    이상민 행안 장관 지시로 꾸려진 '경찰 제도개선 자문위원회'는 4차례 회의를 걸쳐 행안부에 경찰을 통제할 조직을 설치하는게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 결과가 경찰국이다.
     
    행안부 장관의 사무에 치안을 포함시키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행안부 경찰국은 검찰의 인사와 예산을 총괄하는 법무부 검찰국과 유사한 기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경찰 내부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경찰 내부망인 '소통활력소'와 각 지역 경찰직장협의회 등에서 성명이 분출하고 있다.
     
    연합뉴스연합뉴스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현 경찰 수뇌부를 성토하는 목소리도 터졌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장악 시도로 드러난 혼란이 윤석열 정부에서는 경찰장악 시도로 옮겨진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은 검찰총장 시절인 지난 2020년 10월 추미애 법무장관을 향해 "검찰총장은 법무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며 추 장관의 검찰에 대한 수사지휘권 발동이 부당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검찰의 독립성에 대한 강한 소신에서 나온 발언이었고 이런 소신이 윤석열 대통령을 만든 원천이 됐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은 필수적이지만 경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은 필요없다'는 모순된 상황으로 가고 있다.
     
    검찰 독립성 확보를 위해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검찰의 독자적 예산 편성권을 부여하는 마당에 경찰에 대해서는 '민주적 통제'를 내세워 경찰국을 신설하는 것은 이율배반이라는 지적이 많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무회의에 앞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무회의에 앞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특히, 이런 과정이 국회 입법을 통하지 않고 정부 시행령으로 진행되는 것은 나중에라도 정권에 부담이 될 수 있다.
     
    경찰국 신설이 경찰을 정권에 예속시키는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를 가벼이 봐서는 안된다.
     
    행안장관의 경찰통제가 중앙권력 강화로 가는 것은 자치경찰 강화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과도 배치된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최근 경찰인사를 앞두고 치안정감 승진자 6명을 개별 면담했다. 이전에 없던 일이다.
     
    이 장관은 나아가 "(차기 경찰청장 후보 면접도) 필요하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역대급으로 강한 행안장관의 위세다.
     
    경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은 1991년 경찰법을 근거로 치안본부가 경찰청으로 승격하면서 명문화됐다. 경찰 인사와 예산의 독립성이 유지된 것도 이에 근거한다.
     
    행안장관이 경찰 고위직에 대한 인사 제청권을 갖고 있는데도 실질적으로 행사하지 않은 배경이기도 하다.
     
    행안장관이 굳이 경찰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하려면 기존 관행인 '밀실 논의' 보다 경찰청장과 공식적으로 논의하는 인사위원회를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
     
    검찰총장이 법무장관의 부하가 아니듯이 경찰청장이 행안장관의 부하가 돼서는 안된다.
     
    '검찰 위에 한동훈 법무장관이 있고 경찰 위에 이상민 행안장관이 있다'는 말이 윤석열 정부의 검경 통제 검색 목록에 뜨지 않기를 바란다.
     
    검찰의 독립성만큼 경찰의 독립성이 중요하다는 점은 몇 번을 강조해서라도 지켜져야할 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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