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6일 밤 구속영장이 기각돼 서울동부구치소에서 나와 귀가하고 있다. 연합뉴스문재인 정부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에서 산하 공기업 기관장들의 사퇴를 종용하는 등 혐의를 받는 백운규 전 장관의 구속영장이 15일 오후 기각됐다. 검찰은 문재인 정부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고발장 접수 3년 만에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이며 문재인 정부를 겨냥해 수사를 이어왔지만 백 전 장관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수사에 급제동이 걸린 양상이다.
15일 서울동부지법 신용우 부장판사는 5가지 이유를 들어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은 백 전 장관의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은 이뤄진 부분이 있지만 일부 혐의에 대해선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봤다. 또 피의자가 현재 별건으로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 점, 피의자의 지위·태도 등에 비추어 도망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더불어 백 전 장관이 구속돼 수사받게 되면 피의자의 방어권 행사에 지대한 영향이 있을 것으로 봤다.
백 전 장관은 13개 산하기관장의 사직서를 요구하고 산하기관의 후임 기관장 임명 관련 부당 지시를 내린 혐의를 받는다. 또 다른 산하기관이 후임 기관장을 임명하기 전 시행한 내부 인사를 취소하라고 지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에 검찰은 백 전 장관이 2017년에서 1년 동안 임기가 남은 산업부 산하 13개 기관장의 사표를 요구한 혐의 등(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을 적용해 지난 13일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문재인 정부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6일 밤 구속영장이 기각돼 서울동부구치소에서 나와 차를 타고 귀가하고 있다. 연합뉴스지난 15일 오전 10시10분부터 3시간가량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뒤 서울동부구치소에서 대기하던 백 전 장관은 발표 직후 곧바로 풀려났다. 백 전 장관은 영장심사를 앞두고 취재진에게 "장관 재임 시 법이 정한 규정에 따라 일을 진행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후 구속영장이 기각 되자 백 전 장관은 "현명한 판결을 해주신 재판장님께 감사하다"며 "앞으로 있을 재판에도 충실하게 임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원은 백 전 장관의 혐의가 대체로 소명됐다고 판단하면서도 구속영장은 기각했다. 이는 일부 다툼의 여지가 있고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는 만큼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재판을 받게 하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백 전 장관은 대전지검에서 월성 1호기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으로 수사받은 때에 이어 이번에도 구속을 피했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 청와대를 향한 검찰 수사는 일단 제동이 걸린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검찰은 이 사건에 연루 의혹을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조사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검찰은 당시 청와대 인사수석실 행정관을 지낸 박 의원이 청와대와 산업부 사이의 '연결 고리'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고 그와 참고인 조사 일정을 조율 중이었다. 지난 3월 검찰이 산업부를 압수수색할 때 박 의원의 관여 정황을 보여주는 산업부 직원들의 이메일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은 당시 산업부 등 부처 인사 업무를 담당했으며 검찰은 박 의원이 청와대 윗선도 사직서 제출 종용에 관여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한편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2019년 1월 탈원전 정책 추진 과정에서 "한국전력공사 산하 발전소 4곳 사장에게 산업부 국장이 사퇴를 종용했다"는 블랙리스트 의혹을 제기하며 서울동부지검에 백 전 장관 등 5명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발했다.
이에 백 전 장관 포함, 산업부 당시 차관 등 공무원 5명이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당했다. 검찰은 고발이 이뤄진지 약 3년만인 올해 3월부터 본격적인 수사를 이어오고 있다.
서울동부지검은 지난 9일 백 전 장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지난달 19일에는 백 전 장관의 자택과 한양대 공과대학 연구실 등을 압수수색해 이메일 등의 자료를 확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