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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북 단정 못해" 文정부 입장 뒤집은 尹…野 "교묘하게 사실 호도"

대통령실

    "월북 단정 못해" 文정부 입장 뒤집은 尹…野 "교묘하게 사실 호도"

    핵심요약

    윤석열 정부는 2020년 발생했던 서해 공무원 북한군 피살 사건과 관련해 "월북 의도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문재인 정부에서 해당 공무원이 "월북을 시도한 것"으로 판단했던 입장을 완전히 뒤집은 겁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수차례 진상을 밝히겠다는 약속을 지킨 셈입니다. 하지만 야당은 특별히 사실관계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입장만 바꾼 것이라며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복심 윤건영 의원은 "교묘하게 사실관계를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아울러 백운규 전 산자부 장관과 이재명 의원에 대한 검찰 수사도 본격화되면서 정치권 신구 갈등도 커지는 형국입니다.

    윤형진 국방부 국방정책실 정책기획과장이 16일 오후 인천 연수구 인천해양경찰서에서 2020년 9월 21일 발생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최종 수사 결과와 관련해 추가 설명을 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윤형진 국방부 국방정책실 정책기획과장이 16일 오후 인천 연수구 인천해양경찰서에서 2020년 9월 21일 발생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최종 수사 결과와 관련해 추가 설명을 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윤석열 정부가 과거 서해 공무원 북한군 피살 사건과 관련해 '월북 의도를 입증할 수 없다'고 문재인 전 정부와 전혀 다른 입장을 취하면서 신구(新舊)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올랐다.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은 16일 오전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정보공개청구 소송의 항소를 전격 취하했다. 2020년 9월 24일 연평도 해역에서 실종된 이후 북방한계선 인근 북측에서 서해상 표류 중 북한군 총격에 사망한 뒤 시신이 불태워진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공무원 이모씨에 대해 월북 시도로 단정한 것은 잘못됐다는 판단에서다.
     
    사건 발생 3일 후 당시 문재인 정부에서 국방부와 해경은 이씨가 월북을 시도한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이때 유족들은 이같은 결론에 반발했고, 이후 당시 상황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라며 국가안보실 등을 상대로 정보공개청구를 하면서 유족 측과 국가안보실 간 소송전이 벌어졌다. 이씨의 유족들은 정보공개청구 소송을 진행해 1심에서 승소했으나, 문재인 정부 안보실이 항소했다.
     
    대통령실은 "신구 갈등이 아니라 유족의 진상규명 요구에 대해 정부가 응답한 것"이라는 입장이다.대통령실 관계자는 "우리 국민이 북한에서 무자비하게 피살당했는데, 명확하지 않은 정황을 들어 '월북 프레임'을 씌운 것이 과연 합당한가"라며 "이번 발표는 이씨가 '월북을 했다, 안 했다'가 아니라 어느 것도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을 알리는 차원"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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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이씨의 유족들과 만나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국민의 알권리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인 지난 1월 27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의 자료를 모두 공개하고, 북한에 의해 죽임을 당한 고인의 명예를 되찾아 드리겠다"며 "저 윤석열은 약속드린다. 우리 국민의 억울한 죽음의 진실을 반드시 밝히겠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우리 국민이 북한군에게 피살됐음에도 유족의 진상규명 요구에 국가가 제대로 응하지 않은 건 잘못"이라면서 "과거의 부당한 조치를 시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도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국방부는 해양경찰청의 수사 종결과 연계해 관련 내용을 다시 한 번 분석한 결과, 실종 공무원의 자진 월북을 입증할 수 없으며, 북한군이 우리 국민을 총격으로 살해하고 시신을 불태운 정황이 있었다는 것을 명확하게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기자단 질의응답에서 피살된 공무원이 월북을 시도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함으로써 국민들께 혼선을 드렸고, 보안 관계상 모든 것을 공개하지 못함으로 인해 보다 많은 사실을 알려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해경도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종합적인 수사를 진행했으나 월북 의도를 인정할 만한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며 "유족이 제기한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에 대한 항소를 취하하고, 정보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의 입장은 과거 정부에서 북한군에 피살된 이씨가 월북한 것으로 추정되는 정황들, 예를 들어 도박빚이 있었고,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으며, 선박에 이씨의 슬리퍼 등이 남아 있었던 정황들로 과연 이씨의 월북 의도를 단정할 수 있느냐에 대한 문제제기다.
     
    그러나 국가안보실이 항소를 취하해도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자료들이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돼 최장 15년간 열람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박상춘 인천해양경찰서장이 16일 오후 인천 연수구 인천해양경찰서에서 2020년 9월 21일 발생한 서해 피격 공무원 관련 수사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박상춘 인천해양경찰서장이 16일 오후 인천 연수구 인천해양경찰서에서 2020년 9월 21일 발생한 서해 피격 공무원 관련 수사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결국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알기 위해선 문재인 정부 청와대와 군 당국의 대응 과정이 총체적으로 담겨 있는 '대통령기록물'을 살펴봐야 한다. 하지만 관련 대통령기록물은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 서울고등법원장의 영장 발부, 이관한 문재인 전 대통령 측의 해제가 있어야 열람이 가능하다.

    이에 대해 당시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과거에 조사했던 사실 관계에서 새롭게 추가된 사실이나 정황이 없는 상태에서 '이씨의 월북 추정'에 대한 입장과 해석만 달라졌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포문을 연 사람은 민주당 윤건영 의원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오랜기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았다.
     
    윤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해경을 포함한 우리 정부는 당시 다각도로 첩보를 분석하고 수사를 벌인 결과 월북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던 것"이라며 "사건 발생 지역이 북측 수역이었다는 물리적 한계 속에서 군과 해경, 정보기관의 다양한 첩보와 수사를 근거로 한 종합적 판단"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문재인 정부가 이러한 '판단'을 내리게 된 데에는 비공개 자산인 군(軍)특수정보(SI)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 특수정보는 윤석열 정부가 오늘 항소를 취하한 정보공개청구 소송 과정에서 법원이 이미 비공개로 결정하였던 것"이라면서 "오늘 해경의 발표는 명확한 증거도 내놓지 못한 채 어정쩡한 결론을 내려, 오히려 교묘하게 사실관계를 호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신구' 갈등은 비단 서해공무원 피살 사건뿐만 아니라 전 정권 인사와 이재명 의원에 대한 검찰 수사와 관련해서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민주당은 '기획수사', '정치보복'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검찰이 청구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자, 민주당 박재호 비상대책위원은 "당연한 결과"라며 "검찰의 행태가 구태스럽다"고 비판했다.

    윤창원 기자윤창원 기자 
    이재명 의원에 대한 검찰 수사도 본격화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의혹 수사팀은 이 의원을 '피의자'로 특정하고 관련자들 불러 조사까지 마친 상태다.
     
    이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을 이용한 정치보복, 정치탄압이 시작된듯"이라며 "정치보복, 사법살인 기도 중단하기 바란다"고 반발했다.
     
    민주당 우상호 비대위원장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 쪽으로는 문재인 전 정권 관련 수사를, 다른 한 쪽으로는 이재명 의원을 수사하고 있고, 그 중심에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있다"며 "경제와 민생 문제를 돌파하기 어려우니까 수사국면으로 바꾸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야당의 '정치 보복' 반발에 대해 "중대한 범죄 수사를 보복이라고 부른다면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검찰과 경찰은 부패범죄를 제대로 수사하라고 국민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것"이라며 "누구도 법 위에 있을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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