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해경이 피격 해수부 공무원 A씨에 대해 자진월북 증거가 없다고 발표한 가운데 피살 공무원 배우자(오른쪽)가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윤석열 대통령에 보내는 아들의 감사편지를 대독하며 눈물 흘리고 있다. 황진환 기자북한의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조사 결과가 2년 만에 뒤집히면서 유가족 측이 "조작된 수사였다"며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유가족 측이 과거 수사와 관련한 진술도 새롭게 공개하면서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피살 공무원의 아내, 형 등 유족은 17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첫 번째 수사 결과에 대해 "누군가의 지시에 의해 월북 프레임을 만들려고 조작된 수사를 한 것"이라며 "전 정권의 국정농단"이라고 주장했다.
해수부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어업지도원 이대준씨는 2020년 9월 서해상 표류 중 북한군 총격에 사망한 뒤 시신이 불태워졌다. 당시 해경은 군 당국의 첩보와 이씨에게 도박 빚이 있다는 점을 바탕으로 이씨가 자진 월북했다가 변을 당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해양경찰청은 16일 이씨가 자진하여 월북했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없다고 당초 입장을 번복했다.
지난 16일 해경이 피격 해수부 공무원 A씨에 대해 자진월북 증거가 없다고 발표한 가운데 김기윤 변호사가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무궁화 10호 직원들의 진술 조서를 공개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유가족 법률대리인 김기윤 변호사는 "당시 해경 진술 조서를 보면 한 직원이 '월북을 하려면 방수복을 입고 바닷물에 들어갔어야 하는데, 이대준씨 방에는 방수복이 그대로 있는 걸 확인했다'고 말했다"며 "그러나 해경은 그 부분을 빼고 월북이라고 발표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때 직원들이 (방수복 없이) 물에 빠지면 저체온증으로 3시간 만에 사망한다는 말도 했으나 이 내용 역시 빠졌다"며 "월북이라는 방향과 다르니까, 이걸 맞추기 위해서 증거를 대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또 이씨가 피살 전 월북을 하려는 징후가 없었다고 직원들이 진술한 내용도 발견했다고 전했다. 진술 중 "오늘 뉴스에서 이씨가 월북했다는 보도를 보고 터무니없는 말이라 깜짝 놀랐다", "이씨가 월북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북한과 관련한 언급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등 내용이 있었지만 월북으로 결론 냈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에서 지침을 내린 것을 확인했다"며 "이 지침 때문에 정당한 공무 집행(사건 조사)이 방해받았고, 결국 월북이라고 발표됐다"고 밝혔다. 이씨의 친형 이래진씨는 "국방부와 해경이 월북을 하려다 피격당했다고 발표한 것이 서훈 전 안보실장의 지시에 따른 것인지 알기 위해 서 전 실장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감사원도 해경과 국방부 등을 상대로 감사를 해 당시 정부부처가 이씨에 대해 월북 시도로 단정한 경위 등 이 사건 처리의 적법성과 적정성을 따져보기로 했다. 감사원은 이날 "감사원 특별조사국 소속 감사 인력을 투입해 해양경찰청과 국방부 등 사건 관련 기관을 대상으로 즉시 자료 수집을 실시하고, 자료수집 내용을 정리해 본 감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