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k> 1967 Oil on canvas 162 x 130 cm / Courtesy of Yoo Youngkuk Art Foundation / 국제갤러리 제공"바라볼 때마다 변하는 것이 산이다. 결국 산은 내 앞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는 것이다"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유영국 20주기 기념전 '컬러 오브 유영국'(Colors of Yoo Youngkuk)이 서울 삼청동 국제갤러리 전관(K1·K2·K3)에서 8월 21일까지 열린다. 회화 68점, 드로잉 21점, 작가의 활동 기록을 담은 아카이브 등 유영국의 작품 세계를 망라한다.
유영국(1916~2002)의 작품은 절제된 조형 미학의 정수를 보여준다. 강렬한 원색과 점, 선, 면, 형 등 기하학적 요소를 합쳐 만들어낸 자연 추상이 일품이다. "그림은 시각예술이니까 색이 필요하고, 색채는 균형과 하모니를 이루도록 구성돼야 한다"는 그의 색채론이 담겨 있다. '풍경 없이 풍경을 볼 수 있다'는 평가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K1은 유영국의 대표작과 초기작을 중심으로 구성했다. 작가의 색채 실험과 조형 언어를 간결하게 파악할 수 있다.
<Work> 1969 Oil on canvas 136 x 136 cm / Courtesy of Yoo Youngkuk Art Foundation / 국제갤러리 제공K3는 이번 전시의 핵심이다. 유영국이 작가로서 절정기였던 60년대 후반~70년대 초 작품을 소개한다. 해뱡 전후와 한국전쟁 기간 동안 고향 경북 울진에서 한 가족의 가장으로, 선주로, 양조장 경영인으로 살아가던 유영국은 64년 전업 작가가 됐다. 그 대신 생업을 책임진 아내 덕분에 각종 미술단체 활동을 일체 중단하고 작업에만 열중했다. 이 시기 회화는 대작이 많다. 군청색, 파란색, 초록색을 주로 써서 기하학적 추상을 완성했다. 유영국의 넘치는 열정 덕분일까. 산과 바다에서 뿜어내는 에너지가 관람객을 압도한다.
<Work> 1992 Oil on canvas 60 x 73 cm / Courtesy of Yoo Youngkuk Art Foundation / 국제갤러리 제공K2는 70년대부터 90년대까지 작품을 전시한다. 화가로서 완숙기에 접어든 이 시기 작품은 강렬하고 원초적이며 서사적이다. 유영국은 70년대 후반부터 심장박동기를 달고 생활했지만 회화 작업을 멈추지 않았다. 오랜 투병생활이 초연함을 가져다 줬을까. 전성기 시절 작품과 비교했을 때 사이즈는 작아졌지만 작품 분위기가 한결 평화롭고 서정적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경주 남산 불국사를 소재로 한 사진 콜라주 연작과 유영국의 가족사와 생애사를 엿볼 수 있는 일상 사진 아카이브를 볼 수 있다.
관람객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또 다른 작품이 있다. K2 2층 입구에 걸린 '워크'(Work·1977). 생전 과묵한 로맨티스트로 불렸던 유영국이 아내 김기순(102) 여사를 생각하며 그린 작품이다. 남편이 작업을 시작하면 끝날 때까지 가만히 옆을 지켰다는 아내는 전시 첫날 갤러리를 다녀갔다.
<Work> 1977 Oil on canvas 32 x 41 cm Courtesy of Yoo Youngkuk Art Foundation / 국제갤러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