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대형 마트 채소코너 모습. 황진환 기자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올해 1분기 4인가족 식비가 두 자릿수 가까운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농산물 가격도 1년전에 비해 일부 품목이 1.6배 오르는 등 급등했다.
26일 연합뉴스의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4인가구가 지출한 식비(식료품+식대)는 월평균 106만6902원으로, 1년 전(97만2286원)보다 9.7% 증가했다.
장을 볼 때 지출하는 식료품·비주류 음료 구입비(58만773원)가 4.3% 증가했고, 외식비로 지출하는 식대(48만6129원)는 17.0%나 폭등했다.
이는 최근 먹거리 물가를 중심으로 소비자물가가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1~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3.8% 올랐는데, 특히 외식 물가가 6.1% 급등한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 시내 한 식당에 가격 인상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농축수산물과 가공식품 가격 상승에 따른 재료비 인상이 누적된 가운데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외식 수요까지 늘어난 영향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등에 따르면 열무 도매가격은 이달 24일 4㎏당 평균 1만3280원으로, 1년 전(평균 8384원) 대비 1.6배 비싸졌다. 같은 기간 감자(20㎏) 도매가격은 4만480원으로 71.1%, 양파(15㎏)의 도매가격은 2만2160원으로 110.4% 각각 1년 전보다 올라갔다.
소비자물가 상승세는 2분기 들어 점점 더 심화하고 있다. 올해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5.4% 상승해, 2008년 8월(5.6%) 이후 13년 9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3월 4%대에 진입한 데 이어 5월에는 5%대까지 치솟았다.
이 가운데 외식 물가는 7.4% 올라 1998년 3월(7.6%) 이후 24년 2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가계 살림살이가 1분기보다 팍팍해진 셈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발표한 '물가안정 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에서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주요 생산국의 수출 제한 등으로 국제 식량 가격의 상승세가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특히 가공식품과 외식 가격은 하방 경직성이 커 물가 오름세가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으며, 관련 지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저소득층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