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지. 연합뉴스"자꾸 스코어가 머릿속을 스쳐가더라고요."
3타 차로 앞선 채 시작한 마지막 4라운드. 3년 8개월 동안 우승이 없었던 전인지(28)이기에 부담감이 컸다. "스코어를 생각하지 말자"고 다짐했지만, 쉽지 않았다. 게다가 렉시 톰프슨(미국)에게 역전까지 허용했다. 하지만 메이저 대회의 전인지는 강했다.
전인지는 27일(한국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베세즈다의 콩그레셔널 컨트리클럽(파72·6831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대회 KPMG 여자 PGA 챔피언십 마지막 4라운드에서 3타를 잃고도 최종 5언더파 정상에 올랐다.
전인지는 "전반에 내 생각 만큼 경기가 풀리지 않아서 답답하기도 했고, 많은 생각이 머리에 오갔다. 지난 4년 동안 우승이 없었기 때문에 나를 끝까지 믿고 응원해준 팬, 스폰서에 우승으로 보답하고 싶었다. 그런 생각들이 너무 강해 압박이 많았던 것 같다"면서 "후반에는 '하고자 하는 것은 어떻게 과정을 즐기느냐에 따라 쫓아오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플레이해 우승까지 하게 됐다"고 활짝 웃었다.
15번 홀(파4)까지 톰프슨에 2타 차로 뒤졌다. 16번 홀(파5)에서 전인지가 버디, 톰프슨이 보기를 범해 동률이 됐고, 17번 홀(파4) 톰프슨의 보기로 전인지가 다시 선두로 올라섰다. 마지막 18번 홀(파4)은 전인지와 톰프슨 모두 파였다.
전인지는 "사실 경기 시작하기 전 '스코어를 생각하지 말자'는 것이 목표 중 하나였는데 자꾸 스코어가 머릿속을 스쳐가더라"면서 "17번 홀에서는 이민지(호주) 선수가 잘 끝내 놓은 것을 확인했다. 마지막 홀이 어렵기 때문에 톰프슨에게도 기회가 있을 수 있고, 나도 타수를 잃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어쩔 수 없었다"고 18번 홀에서의 심정을 털어놓았다.
이어 "마지막 티샷을 앞두고 '나도 사람이니 불안한 것은 당연하다. 반응하지 말고, 가고자 하는 목표만 생각하자'는 마음이었다. 세컨드 샷이 디봇이라서 라이가 어렵기는 했는데, '아직 퍼트에서 기회가 남았으니까'라는 생각으로 집중했다"고 덧붙였다.
전인지. 연합뉴스2018년 10월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이후 3년 8개월 만의 우승. 전인지는 챔피언 퍼트를 성공시킨 뒤 눈물을 흘렸다.
전인지는 "그냥 '해냈다'라는 생각, '끝냈다'라는 생각 때문에…"라면서 "솔직히 안 울려고 했다. 지난 대회에서 너무 많이 울어서 이번 대회도 울면 너무 울보 같다고 생각했다. 나이가 들면서 눈물이 많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LPGA 투어 통산 3번째 메이저 대회 우승이다. 통산 4승 중 3승이 메이저 우승이다. 한국과 일본 투어를 포함하면 15승 중 8승을 메이저 대회에서 챙겼다. '메이저 퀸'다운 성적표다.
전인지는 "메이저 코스에 오면 너무 관리가 잘 돼 있고, 많은 분이 노력을 쏟는 골프장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플레이가 쉽지 않고, 도전 정신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면서 "그런 것들이 재미를 느끼게 하고, 도전하면서 플레이하게 된다. 그래서 좋은 성적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물론 메이저 대회니까 더 많은 집중력을 발휘한 것도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계속해서 "메이저 3승을 했으니 또 다른 목표가 하나 더 생겼다고 생각한다. 계속해서 이루고자 하는 것, 내 앞에 놓여진 새로운 목표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