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로 수색 중인 경찰.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황진환 기자경찰이 부산 시약산 살인사건을 1년 2개월이 지나도록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하면서 결국 사건은 장기미제로 남게 됐다.
부산 서부경찰서는 오는 30일까지 시약산 살인사건 관련 새로운 단서를 찾지 못하면 전담팀을 해체하고 사건을 부산경찰청 미제사건수사팀으로 넘길 예정이다.
그동안 경찰은 용의자 특정을 위해 서부서 강력팀 인원을 주축으로, 부산청 미제사건수사팀에서 파견된 프로파일러 등과 함께 전담팀을 꾸려 사건을 수사해 왔다.
전담팀은 지난 1년여 동안 인근 폐쇄회로(CC)TV 100여개, 차량 블랙박스 50여개를 분석했고 A씨 이웃이나 원한·채무 관계에 있는 1400여 세대를 탐문 조사했지만, 이렇다 할 단서를 찾지 못했다.
부산 서부경찰서 관계자는 "산에서 새벽 시간대에 발생한 사건인 데다 현장 주변에 CCTV가 없어 수사가 어려운 상태"라며 "인근에서 택시를 타고 내린 사람들까지 모두 확인했는데도 단서가 나오는 게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목격자를 찾습니다'라는 현수막을 현장 주변 곳곳에 걸어두고 있지만, 현재까지 유의미한 제보나 목격자는 전혀 없는 상태다.
시약산 살인사건은 지난해 4월 3일 오전 6시쯤 부산 서구 서대신동 시약산 내 체육공원 입구에서 A(70대)씨가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당시 A씨는 흉기로 얼굴과 목 등에 수십 차례 찔려 피를 흘리는 상태였으며, 등산객이 발견해 신고했지만 A씨는 결국 과다출혈로 숨졌다.
A씨는 오전 5시쯤 사건 현장에서 200m가량 떨어진 자택을 나와 산으로 향하는 모습이 CCTV에 마지막으로 찍혔고, 오전 5시 30분에서 6시 사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A씨 몸에 난 상처 등을 바탕으로 우발적 범행에 무게를 두고 있다.
만약 계획범죄라면 한 번에 치명상을 줄 만한 흉기로 곧바로 급소를 노렸을 텐데, 범인은 길이 7cm, 넓이 2~3cm 정도의 짧은 흉기로 A씨의 얼굴과 상체 등을 수십 차례 공격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아직 범행에 사용된 흉기는 발견하지 못했지만, 사건 초기 피해자가 가지고 있던 등산용 스틱에서 제3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DNA를 검출했다.
이를 바탕으로 A씨 주변 인물과 사건 발생 장소 인근 500여 세대와 이사 간 110여 세대 등을 조사했지만 일치하는 DNA는 끝내 나오지 않았다.
부산에서 장기미제 사건이 나오는 건 지난 2010년 '부산진구 모텔 여주인 살인사건' 이후 12년 만이다.
경찰은 전담팀은 해체하지만, 미제사건수사팀에서 용의자 특정을 위한 수사를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미제수사팀은 사건 초기부터 전담팀에 파견돼 수사해 왔고, 지금도 계속 수사하고 있다. 앞으로도 현장 탐문이나 피해자 주변인 접촉 등 활동을 계속할 예정"이라며 "서부서 역시 전담팀이 사라져도 수사를 완전히 중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