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국내 한 소셜커머스 플랫폼 웹페이지에서 '구찌'를 검색한 결과, 상위 노출된 상품 이미지 일부. 소셜커머스 웹페이지 캡처구찌, 루이비통 같은 해외명품 브랜드의 지갑이나 가방을 사려면 백화점에서는 통상 수백만 원에 이르는 돈을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일부 온라인 쇼핑사이트에서는 입점 판매자들이 '정품'이라고 주장하는 해외명품 브랜드 제품을 반값도 안 되는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30일 국내 한 소셜커머스 플랫폼 웹페이지에서 '구찌'를 검색하자 10만 원에서 20만 원대에 판매 중인 지갑과 가방 등이 상위 노출되고 있다. 그중
인기순 1위인 '구찌 오피디아 GG 카드 케이스 지갑'은 해외 구매대행에 무료배송으로 14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구찌 공식 온라인 스토어에는 동일 제품이 75만 원에 올라와있다. 구찌 공식 온라인 스토어에 기재된 '구찌 오피디아 GG 카드 케이스 지갑'의 상품정보. 국내 소셜커머스 플랫폼에 오픈마켓 형태로 입점한 한 판매자는 '정품'이라고 주장하는 동일 상품을 약 5분의 1 수준 가격에 팔며 공식 스토어의 일부 상품정보(빨간 박스)를 똑같이 기재하고 있다. 구찌 공식 온라인 스토어 홈페이지 캡처
소셜커머스에 올라온 해당 상품 페이지에는 공식 스토어의 상품정보 일부와 똑같이 표기돼있다. 차이가 나는 것은 어떤 부분인지 짚어봤다.
공식 스토어에서는 제조자, 제조국, 수입자 등을 공개한다. 하지만 소셜커머스 입점 판매자(이하 소셜 판매자)는 공식적으로 기재하지 않고 있다. 다만 지난달 31일 한 고객이 댓글 문의 게시판을 통해
"어디서 구매해서 배송해주시는 거죠? 구매 영수증 오나요?"라고 묻자
"이탈리아 발송입니다, 영수증 동봉합니다"라고 답했다.
공식 스토어는 또 A/S 접수처의 전화번호와 이메일 주소, 품질보증기준에 따른 2년의 보증 기간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소셜 판매자는 이 역시 고객 문의가 들어오자 답변하는 식으로만 안내하고 있다.
지난 11일에 "국내 백화점 AS 가능한가요?"라고 묻는 고객에게 가능하다고 답했으며, 이어 20일에도 같은 내용의 문의에
"해외 구매대행이니까 국내 AS신청하면 서비스 비용을 지불해야 돼요. 꼭 필요하면 저희 연락주시면 무료로 제공해드립니다"라고 답변을 달았다.
고객들이 가장 많이 묻는 것은 '정품' 여부였다. 이에 소셜 판매자는 '정품이 맞다'고 답했다.
박순장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처장은 30일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이탈리아에서 들여온다고 해도 현지에서 정품이 아닌 가짜를 가져올 수도 있다"며
"정품이 아닌 걸 정품이라고 하면 표시광고 위반에 사기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위조품인 경우에도 백화점 내 해당 브랜드 매장에서 AS가 가능한지 묻자 박 사무처장은 "안 된다"고 답했다.
네이버 지식인 웹페이지 캡처지난 4월 네이버 지식인에는 한 소셜커머스에서 해외명품 브랜드 '버버리' 제품을 구매하면 '중국어 보증서'가 동봉돼 온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는 공식 보증서 형태와는 전혀 다르다.
네이버 지식인 웹페이지 캡처지난해 10월에도 소셜커머스에서 판매하는 명품의 정품 여부를 묻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에 공유된 판매처 링크에 접속해보니 현재 판매자 홈에는 아무런 상품이 올라 있지 않다.
이 판매업체를 전국 통신판매업체 정보 사이트 '위세브'에서 검색해보니 '폐업' 상태로 조회됐다. 판매자는 'JIN**'라는 중국 이름을 쓰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한 소셜커머스 플랫폼에서 구찌 제품을 위주로 판매 중인 입점업체의 정보를 확인해보니 오픈마켓 해외사업자로 등록돼있으며 판매자는 'Zhan**'이라는 중국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소셜커머스 웹페이지 캡처소셜커머스 업체는 사실 '통신판매업자'로서 최종 판매 책임을 지는 주체다. 자사MD들이 상품을 선별하고 큐레이션해 고객에게 직접 제안하는 형태다. 반면, 옥션, 지마켓, 11번가 등 오픈마켓은 '통신판매중개업자'로 직접 판매가 아니라 판매자들을 입점시켜 중개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쿠팡, 티몬, 위메프 등 기존 소셜커머스 기업들이 직매입 사업에 더해 오픈마켓 사업을 도입하면서 하이브리드 형태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오픈마켓은 '짝퉁 판매' 논란이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는데, 직매입 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개별 판매업자에게 책임을 전가할 수 있는 구조다. 이 때문에 온라인상에서의 위조상품 판매를 특정 업체만의 문제로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소비자단체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최근 특허청의 2019~2021년 '플랫폼별 위조상품 적발 및 유통 건수' 통계자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 쿠팡의 위조상품 적발·유통 건수가 총 9만 6898건에 달했다. 같은 기간 위메프 6만 6374건, 인터파크 2만 3022건, 지마켓 9017건, 11번가 7578건 등으로 나타났다.
쿠팡 누리집서 적발된 위조상품은 가방·지갑 등 잡화가 5만 3522건(55.2%)으로 가장 많고, 이어 의류가 2만 9250건(30.2%), 가전·디지털 제품이 9470건(9.8%)으로 그 뒤를 이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제공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
55.2%를 차지한 잡화의 경우 대부분 샤넬, 구찌, 발렌시아가 등 고가 명품을 모방한 모조품이고, 30.2%를 차지한 의류 역시 마르지엘라, 톰브라운 등 명품 브랜드의 짝퉁 상품"이라며 "소비자로서는 진품과 가품을 구분하기 어려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박순장 사무처장은 "현재 위조품 판매자를 처벌할 수 있는 근거는 상표법 제230조의 '상표권 또는 전용사용권의 침해를 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는 규정뿐"이라며 "상표법을 세분화하고 처벌도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은 짝퉁 판매의 장을 열어주는 오픈마켓 운영 쪽은 '중개자'라는 이유로 빠져나가고, 장에 들어와서 판매한 쪽도 이득 챙기고 폐업해서 상호를 바꾸는 식으로 반복하는 경우가 있어요. 사실 소비자들은 '플랫폼'을 보고 들어와서 사는 건데, 업체들이 오픈마켓에 들어오는 판매자를 엄격하게 등록하고 자정해야 하는데 미약하죠."
즉, 플랫폼 사업자도 위조품 판매에 책임을 지도록 제도가 정비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일부 소셜커머스 및 오픈마켓 업체들은 가품에 대한 보상 체계를 마련해뒀다. 그러나 소비자들 사이에선 '유명무실'하다는 말이 나온다. 가품 보상 대상에 제한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협력 판매업자에 한해, 일부 명품 브랜드에 한해 가능하다는 조건이 대표적이다.
가품 신고 과정에서 소비자가 직접 가품 근거 자료를 제시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여기에 '해당 제품 매장 직원 의견, 또는 사설 감정업체의 견해만으로 위조품 판정 및 보상 불가', '상표권자, 감정단속권한을 부여 받은 대리인, 수사기관의 감정 소견에 한해 보상 진행'이라는 전제를 두기도 한다.
소비자들은 답답한 마음에 오픈마켓을 통해 위조품 구매한 뒤 온라인상에서 보상 가능 여부를 묻는 글을 올리기도 하지만, 각 업체별 보상 제한 규정과 복잡한 진위여부 판정 절차를 알고서 포기하는 경우가 다반사인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