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애 교육부 장관 후보자. 박종민 기자윤석열 대통령이 음주운전 이력에 '갑질 의혹'까지 있는 박순애 교육부 장관 후보자를 임명한 데 대해 국민의힘 내부에서 우려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물론, 예상치 못했다며 당황한 기색도 엿보인다.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을 받는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낙마에 대해 "잘한 결정"이라며 공식 환영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장관 후보자 2명에 대한 결단은 4일 오전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김승희 후보자에 대해 "참모들과 논의를 해보고 장관 후보자들이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신속하게 결론을 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김 후보자에 대해 "의혹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볼 때, 스스로 거취에 결단을 내려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언급하는 등 압박에 동참한 끝에 김 후보자는 결국 이날 오전 11시 30분쯤 "최종적으로 관리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을 받아들인다"며 사퇴했다.
대통령실 제공그러자 윤 대통령은 이날 정오쯤 박순애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했다. 지난 5월 26일 지명한 뒤 한 달 넘게 끌어왔던 장관 인선 국면을 1명 낙마와 1명 강행으로 마무리 지은 것이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박순애 후보자의 임명 배경에 대해 "국가교육위원회 구성도 하고 여러 일들이 기다리고 있어서 더 이상 기다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에서는 김승희 후보자의 낙마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다행스럽고 잘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도 "수사를 받게 될 인물을 어떻게 장관직에 앉히겠느냐"며 "리스크 하나는 떨쳐버린 셈"이라고 말했다.
다만, 박순애 교육부 장관의 임명 강행 결정에 대해서는 의문이 따르고 있다. 20년 전 일이라지만 만취 음주운전에도 선고 유예 처분을 받은 점이나 교수 시절 '갑질 의혹' 등 소명할 부분이 존재하는 데도 인사청문회 없이 임명됐기 때문이다. 당내에서는 "원구성 협상이 끝을 향해 가고 있고 여야가 국회 정상화에도 합의했기에 당연히 인사청문회를 거칠 줄 알았는데, 이렇게 갑자기 임명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미 민주당은 물론 교육계에서도 거센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박 장관은 이미 심각한 음주운전 전력이나 논문 표절, 갑질 행태에 대해 국민 공분이 있는 상황"이라며 "결국 박 장관을 살리기 위해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를 날린 사전 기획 속에서 강행된 것 아니냐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지난달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김승희)-교육부 장관 후보자(박순애) 검증 TF 합동회의에서 철저한 인사검증에 관해 발언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논평을 통해 "교육계에 보다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여론과, 백년대계 교육을 책임질 교육 수장을 기대하는 교육계의 바람을 짓밟는 일"이라고 비판했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박 부총리의 임명 과정에서 의혹들이 제기되고, 청문 절차 부재로 교육에 대한 소신, 비전을 확인하지 못한 것은 아쉽다"고 했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다'는 대통령실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면서도, "지지율이 지금 하락세인데 일반 국민들에게 예민한 이슈로 문제가 되고 있는 후보자를 임명한 게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우려된다(국민의힘 다선 의원)"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둘 중 한명을 고르라면 김승희 후보자 낙마가 낫긴 하지만, 국민들이 양자택일 선택지를 줬다고 보지 않는다"며 "국민들은 김 후보자가 안 된다면 박순애 후보자도 부적절하다고 판단할 것 같고 최소한 청문회는 열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원내 관계자도 "인사청문회를 거칠 경우 야당 공세에 재차 발목이 잡힐 수 있기 때문에 대통령실이 빠르게 변수를 줄여야겠다는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본다"면서도 "박 장관의 첫 국회 방문 때 청문회에 버금가는 난타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