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서울 명동의 한 굿즈 매장에 진열된 방탄소년단 사진. 황진환 기자방탄소년단(BTS) 화보 제작을 빌미로 110억 원대 불법 투자를 받은 일당이 나란히 징역형을 받았다. 특히 주범의 경우 투자금 중 50억여 원을 유흥비와 생활비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진재경 부장판사)는 유사수신 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고모(59)씨에게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고 8일 밝혔다.
함께 재판을 받은 공범 3명은 각각 징역 6개월에서 징역 1년을 받았다. 다만 이들 중 2명은 3년간 형의 집행을 유예 받았다. 이들이 몸담은 모 투자회사 역시 벌금 2천만 원을 받았다.
이들은 지난 2018년 3월부터 2020년까지 "BTS 화보 제작 사업에 투자하면 원금 보장은 물론 연 20%의 수익금을 지급하겠다"며 70여 명에게서 110억 원 상당의 투자금을 유치한 혐의다.
'유사수신'은 인‧허가 또는 등록‧신고 없이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행위다.
주범인 고씨는 제주시에 투자회사 사무실을 차린 뒤 중간모집책을 활용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대상은 주로 가족과 직장 동료다. 이들에게 BTS 화보 샘플을 보여주며 투자하도록 했다.
고씨는 이른바 '돌려막기' 식으로 투자금을 사용했다. 실제로 화보 제작 자체가 없었다. 고씨는 투자금 중 58억 원을 가로챈 뒤 빚을 갚거나 유흥비와 생활비에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제주지방법원. 고상현 기자
재판부는 "고씨가 범행을 주도했고 피해자만 수십 명이다. 편취 금액 역시 58억 원으로 많다. 이 중 지금까지 회복되지 않은 피해액만 15억 원에 이른다.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다만 "선고에 앞서 고씨가 다른 사건으로 징역 2년 6개월을 받고 형이 확정됐다. 형사소송법에 따라 이 사건과 함께 재판받을 경우 처벌의 형평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공범 3명에 대해선 "유사수신 행위는 기만성이 없다 하더라도 선량한 피해자들이 돈을 돌려받지 못하는 등 중대한 범죄다. 다만 범행 가담 정도가 가벼운 점을 고려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