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배우 특별전 '설경구는 설경구다' 포스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공"설경구 배우는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는 한국 영화의 대체 불가능한 얼굴이다." _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모은영 프로그래머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가 대체 불가 배우 설경구의 29년 연기 세계를 집중 조명한다.
BIFAN은 전도연, 정우성, 김혜수에 이어 3년 만에 재개하는 배우 특별전 배우로 설경구를 선정해 '설경구는 설경구다'(THE ACTOR, SEOL KYUNG GU)를 개최한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그만의 얼굴과 세계를 만들어온 배우 설경구의 지난 행보를 돌아보고 한국영화와 사회에 어떤 특별한 의미를 만들어왔는지 살펴본다.
8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길주로 고려호텔에서 열린 제26회 BIFAN 배우 특별전 '설경구는 설경구다' 기자회견에는 모은영 프로그래머의 사회로 배우 설경구와 정지영 조직위원장이 특별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설경구는 BIFAN 배우 특별전의 네 번째 주인공이 된 소감에 관해 "연기를 시작한 지 올해가 햇수로 30년이 됐다"며 "잘 버텼다는 생각이 특별하게 와 닿더라. 30년이란 시간이 중간 점검하고 갈 수 있는 특별한 시간으로 생각해도 되겠다 싶어서 BIFAN 관계자분들께 감사한 마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영화 '박하사탕' 속 배우 설경구. CGV아트하우스·㈜신도필림 제공 설경구의 인생작 '박하사탕'
설경구는 뮤지컬 '지하철 1호선' 등을 거쳐 '꽃잎'(1996)으로 영화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러브스토리'(1996) '처녀들의 저녁식사'(1998) '유령'(1999) 등에 단역으로 출연하며 자신의 존재를 알린 그는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2000)으로 제36회 백상예술대상 영화 부문 신인연기상 등 10개의 상을 휩쓸며 스타덤에 올랐다.
설경구는 "내가 생각하는 숙제는 결국 연기인데, 영원히 못 풀 거란 걸 알면서 풀어가야 하는 숙제라고 알고 있다"면서 연기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밝혔다. 그는 자신의 연기 인생 30년을 "굴곡이 많았던 것 같다"면서 "그래서 '잘 버텼다'라고 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설경구는 특별전을 계기로 앞으로 자신이 무슨 역할을 하며 어떤 작품을 해야 할지에 대한 생각이 더 깊어졌다고 했다. 그렇기에 이번 특별전이 연기 인생을 한 번 정도 되짚고 가는 느낌이 되길 바랐다.
영화 '오아시스' '공공의 적' '실미도' '감시자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자산어보' 속 설경구의 모습. 각 배급사 제공이번 특별전에서는 '박하사탕' '오아시스' '공공의 적' '실미도' '감시자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자산어보' 등 배우가 직접 선택한 7편의 대표작을 만날 수 있다. 작품과 배우 설경구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메가토크도 마련돼 있다.
여러 작품 중에서도 설경구는 '박하사탕'을 대표작으로 꼽은 이유에 관해 "작품 하나하나 할 때 한 가지 감정으로 하는 게 아니고 오만감정을 다 들여 한 작품이 만들어진다. 그런데 '박하사탕'만큼 말초신경까지 다 끌어와야 하는 작품이 없었다"며 "모든 끌어올 수 있는 것, 도움받아야 할 것들을 다 끌어와야 한 건 '박하사탕' 밖에 없어서 앞으로도 인생작은 '박하사탕'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하사탕' 외에도 자신의 이름 대신 '박하사탕'으로 불렸던 그를 '설경구'로 불리게 한 '공공의 적', 설경구에게 '천만' 수식어를 붙여준 '실미도', 촬영하는 과정이 힐링이었다는 '자산어보' 등 하나하나가 설경구에게 중요하고 소중한 작품이다.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배우 특별전 '설경구는 설경구다' 포스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공 설경구는 나이를 잘 먹어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
개봉을 앞둔 영화 '소년들'을 통해 설경구와 처음 작업했다는 정지영 감독은 설경구를 "대한민국 연기자에 변화를 가져온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정 감독은 "연기를 공부해서, 연극을 통해 나온 스타로서는 최초의 연기자 아닌가 싶다. 그 이후 연극배우 출신들이 상당히 많이 나왔다. 설경구를 보면서 그들이 '나도 영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열심히 했던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그런 측면에서 설경구는 한국 영화 연기사의 중요한 배우다. 그런 촉매 역할을 한 배우"라고 설명했다.
또한 정 감독은 "설경구는 30년 뒤 틀림없이 회고전을 할 할 거라고 장담한다. 실제로 감독 입장에서 설경구라는 배우는 여기가 써도, 저기다 써도 될 거 같다"며 "대부분의 연기자는 그 사람이 가진 외적 조건 등 캐스팅에 여러 가지 조건을 달게 되는데, 설경구는 송강호가 한 역할을 해도 잘할 거 같고, 최민식이 한 역할을 해도 잘할 거 같다. 그래서 나이를 먹어도 끊임없이 감독들이 찾는 배우가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배우 특별전 '설경구는 설경구다'의 주인공 설경구.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공설경구는 최근 '자산어보'(2021)로 제42회 청룡영화상·한국영화제작가협회상을 포함한 5개의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품에 안았고, '킹메이커'(2022)로 올해 백상예술대상 영화 부문 최우수연기상을 받는 등 29년 동안 최고의 배우임을 입증했다. 그런 그는 어떤 배우로 남고 싶은지 묻자 '나이를 잘 먹어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답했다.
"전 나이를 잘 먹어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몸 관리, 얼굴 관리를 하면서 나이를 잘 먹는 게 아니고 여러모로 '저 사람 나이 잘 먹고 있구나'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지금부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작품 선택도 그럴 거 같고, 배우로서도 나이를 잘 먹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한테는 더 중요한 나이들이 계속 올 거 같아서 더 나이를 잘 먹어야겠다는 의미인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