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단 선출로 후반기 국회 정상화의 물꼬가 트였다. 그러나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구성 문제를 놓고 여야 대립이 장기화되면서 원(院)구성 협상은 난항을 겪고 있다. 여야 모두 '민생경제'를 걱정하며 조속한 합의를 강조하고 있지만, 오는 17일 제헌절 이전까지 협상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제헌절 전 합의' 공감대…민생은 어디에
권성동(왼쪽)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박홍근(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실에서 김진표(가운데) 국회의장 주재로 회동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지난 12일 김진표 의장 주재로 열린 여야 회동에서 국민의힘 권성동·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오는 17일 제헌절 이전까지 21대 후반기 국회 원 구성을 마무리하자는데 공감대를 이뤘다. 이에 따라 여야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번 주까지 국회 상임위원회 배분 문제와 관련해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이날 회동에서는 소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처리 등과 관련한 사과를 서로 요구하며 갑론을박이 벌어졌는데 회의장 밖에까지 고성이 들릴 정도였다. 그나마 고물가·고금리·고환율로 허덕이는 민생을 의식했는지 '17일'이라는 협상 데드라인에만 원론적으로 합의했다. 여야 원내대표는 이날 회동 서두에 '민생경제가 어렵다는데 있어 여야가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여야 원내대표가 얼굴을 붉힌 채 회동이 끝난 상황에서 원론적 합의마저 지켜질 수 있을지 미지수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무리 늦어도 제헌절까지 원 구성 협상을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건데, 민주당이 계속해서 사개특위 구성과 관련해 기존 주장을 반복한다면 협상은 난망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여야 원내 기싸움?…사개특위 협상 난망
권성동(왼쪽 세번째)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박홍근(오른쪽 세번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실에서 김진표(가운데) 국회의장 주재로 회동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국민의힘은 사개특위와 원 구성 협상을 구분해서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 원내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국회 운영과 사개특위 등 원 구성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부분들은 별도로 다루는 '투트랙' 방식으로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시급한 민생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상임위 배분을 먼저 하고, 사개특위 등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부분은 추후에 다루면 된다는 것이다.
반면, 민주당은 '합의 이행'과 여당으로서의 '양보'를 강조하며 국민의힘을 몰아세우고 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12일 회동에서 "'약속 대 약속', '합의 대 합의' 이행을 통해 여야가 다시 손을 맞잡고 민생경제를 향해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21대 국회 후반기를 시작하는 첫 걸음"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사개특위 구성 내용 등이 담긴 박병석 전 의장의 중재안에 서명한 권성동 원내대표를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사개특위 문제가 여야 원내지도부의 향후 입지 문제와도 직결돼 있어 양측 모두 쉽게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당내 반대를 무릎 쓰고 검수완박을 추진한 박홍근 원내대표가 이를 보완하기 위한 사개특위 구성 문제를 매듭짓지 못한다면 향후 정치적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역시 사개특위 위원장을 여당 몫으로 하고 위원회를 여야 동수로 하는 안(案)을 제시하는 등, 민주당이 받기 힘든 안을 고집하고 있어 향후 협상 전망이 밝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