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5의 빠른 확산과 함께 코로나19 하반기 재유행이 예상보다 일찍 시작됐지만 정작 방역당국은 '재유행 대비' 명목으로 축소했던 '격리자 지원' 재확대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 당장 내달부터 하루 수십만명 확진자가 예상되는 가운데 줄어든 지원이 '아프면 쉴 권리'의 위축은 물론 감염자들을 숨게 해 유행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BA.5에 BA.275까지 가세…더 빠르고 커질 재유행
황진환 기자
올해 3월 말 오미크론 대유행이 한풀 꺾인 뒤 확진자가 수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갈 때만 해도 백신 접종과 대규모 감염으로 확보된 면역 등을 고려하면 하반기 재유행 시점은 여름 이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예로 질병관리청은 지난 4월 여러 민간 분석가들과 함께 분석 결과 재유행 정점 시점을 11월, 확진자 규모는 16~17만명 정도로 예측한 바 있다.
하지만 전파력과 면역 회피력이 기존 변이들보다 빠른 오미크론 하위변이 BA.5가 급속도로 영향력을 확대하며 재유행은 이미 시작됐고 유행 규모 예측도 바뀌었다. 질병청은 8월 말 20만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고, 다른 분석기관도 정점은 8~9월, 확진자는 20만~30만명까지 발생할 것이라고 본다.
심지어 최근 지금껏 등장한 변이 중 가장 전파력이 높을 것으로 추정되는 BA.2.75 감염 사례까지 나오며 전문가들은 유행 속도와 규모가 이보다도 더 커질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BA.5랑 BA.2.75가 동시에 유행하는데 방역은 오미크론이 유행했던 올해 2~4월보다 더 후퇴했다. 확진자가 최대 62만명까지 갔던 3월보다 꼭 나으리라는 보장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재유행 대비' 지원 축소했지만…재유행 시작에도 확대 논의 없어
박종민 기자이처럼 최소 '오미크론 대유행' 이후 역대 두 번째 규모의 유행이 예정된 셈이지만 앞서 축소된 확진자 격리 지원을 다시 확대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아직 (격리 지원 확대를) 검토하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감염 시 격리 의무에 따라 전 국민에게 지급되던 생활지원비는 지난 11일부터는 가구당 소득이 기준중위소득 100% 이하인 경우만 지급되고 있다. 기준중위소득이란 전 국민을 100명이라고 가정하고 소득순으로 줄 세울 때 가운데인 50번째 사람의 소득규모를 말한다. 즉 지원대상이 대략 절반으로 축소된 셈이다.
모든 중소기업에 정부가 지원하던 유급휴가비도 마찬가지로 같은 날부터 축소돼 현재는 30명 미만 사업장만이 대상이 된다. 중소기업 전체 종사자의 75.3%에 해당하는 수치로 24.7%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대략 1만3000원 정도의 재택치료비 일부도 환자 부담으로 바뀐 상황이다.
"아파도 제대로 못 쉴 우려…숨은 감염자 늘어 유행 커질 수도"
황진환 기자
당초 방역당국이 이처럼 곳곳이 '지원 사각지대'가 될 우려를 무릅쓰고 지원을 축소한 근거는 하반기 재유행 대비다. 쉽게 말해 유행 규모가 줄어든 만큼 이때 재정 여력을 확보해야 다시 유행이 찾아왔을 때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미 재유행이 시작됐고, 규모도 더 커질 것이 확실시됨에도 재유행 대비를 명목으로 축소했던 지원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특히 지원 대상에서 배제된 환자들이 맘 편히 쉴 수 없게 돼 아프면 쉴 권리가 위축될 소지가 큰 데다 생계 등을 이유로 코로나19 검사를 회피해 숨은 확진자가 더 늘어나는 점도 우려스러운 지점이다. 이전과 달리 해외입국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진단 검사 의무가 해제된 만큼 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감염이 돼도 검사를 안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격리지원을 최소한 기존 수준으로 다시 복귀시킬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가 젊은 연령층에게서는 덜 해도 생각보다 혹독하게 아픈 사람들이 많다. 이럴 때 잘 쉬어야 회복이 빨리 되고 혹시 모르는 중환자 발생 위험도 줄일 수 있다"며 "특히 50, 60대 이상은 쉬지 못하고 일을 하면 중환자 발생이 많아지기 때문에 적정한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검사를 안 받는 분들이 생기면 그분들의 위험도가 우선 높아지고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에 대한 전파가 계속 일어날 수 밖에 없다"며 "그러면 유행을 점점 빠르게 촉진할 가능성이 있고 이 과정에서 다른 고위험군에게 전파된다면 그건 치명률과도 관련이 된다. (격리 지원은) 개인에 대한 지원 목적도 있지만 전체 유행을 조절하는데도 상당히 효과가 있다"고 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CBS 라디오<한판승부>에서 "30인 이상이라도 영세한 기업이 되게 많고 아프더라도 병가를 안 주는 데도 많다. 이러면 코로나에 감염돼도 병가 안 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며 "이런 상황이 숨겨진 감염자를 많이 만들면 유행을 촉진할 수 있다. 격리지원금은 적어도 법적격리가 해제되는 시점까지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