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정책'에 투표해 주세요".윤석열 정부 국민제안 10개 투표 현황. 국민제안 화면 캡처
윤석열 정부가 '오디션'을 시작했다. 이름하여 '국민제안 TOP 10'이다. 국민들이 제안한 내용 중 심사를 거쳐 선정된 안건을 모은 투표다. 이 중 '좋아요'를 제일 많이 받은 TOP 3를 선정해 실제 국정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21일 오후 4시 기준 제안 정책 중 1위는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다. '좋아요' 수가 5275개로, 2위 '반려견 물림사고 견주 처벌 강화 및 안락사' 제안(1683건)보다 3배 넘게 많은 '엄지척'을 받았다.
하지만 1위에 오른 제안을 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코로나 거리두기와 고물가를 온몸으로 버티고 있는 골목상권 자영업자들은 "대형마트 규제가 해제되면 우리는 다 죽는다"고 나섰다.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황진환 기자마트에서 일하는 이들도 마찬가지다. 10년 동안 지킨 휴일을 하루 아침에 뺏기게 생긴 근로자들의 분노는 상상을 초월한다.
마트노조 이마트지부 홍현애 서울본부장은 "저 뿐만 아니라 동료들 모두 화가 머리 끝까지 났다"고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매월 둘째, 넷째 정기 휴무가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혈압이 상승했습니다. 누구 마음대로 건드려. 미친 거 아니에요? 국민 제안이라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걸 가지고 나온 윤석열 정부에 울화가 치밀어요".그는 "마트 노동자들이 피땀으로 얻은 결과물에 똥물을 끼얹은 정부를 규탄한다"며 "가족과 시간을 보낼 수 없던 10년 전으로 돌아가야 한다니 아찔하다"고 말했다.
홈플러스일반노조 이수경 여성국장도 "정부 제안에 일부 국민들은 찬성하겠지만 마트 노동자는 휴식권도 박탈되고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없어진다"며 "윤석열 정부가 유통 재벌과 친하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는데 이 개악을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말했다.
마트산업노조가 21일 오후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반대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조혜령 기자불안에 떠는 직원들이 뭐라도 해야 한다는 조급함도 크다는 게 정민정 마트노조 위원장의 설명이다.
"뭐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 대통령실에 팩스를 보내자, 1인 시위를 하자 등등 여러 방안이 논의되고 있어요".
의무휴업 폐지는 유통가의 숙원이었다. 지난 2012년 전통시장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시작된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는 올해로 10년째 접어들었다. 마트측은 코로나로 이커머스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10년 전 제도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미 유통시장 환경이 이커머스 중심으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대결 구도보다는 온-오프라인 대결 프레임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게 대형마트측의 입장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실효성 없는 일방적인 대형마트 규제보다는 소비자 편익과 진정한 재래시장과의 상생을 위해 정책과 제도를 유연하게 개선해 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형마트가 의무휴업일에도 온라인 배송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기로 하고 산업통상자원부와 협의를 진행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