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서울 송파구선별검사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박종민 기자높은 전파력과 면역 회피력에 '켄타우로스 변이'라는 별명이 붙은 BA.2.75가 2주 전 국내에 유입됐던 것으로 뒤늦게 파악되며 지역 사회에 이미 확산되고 있을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세부 변이 파악이 안 되는 신속항원검사 중심 진단 체계에서는 BA.2.75 등 세부 변이의 확산이 과소평가될 수 있어 PCR검사의 폭을 지금보다 더 늘릴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는 21일 국내 두 번째 BA.2.75 감염자가 나왔다고 밝혔다. 해당 변이 감염자는 충북에 거주하는 30대 외국인으로 지난 5일 인도에서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지 이틀 만인 7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후 감염 바이러스 종류를 확인하는 '전장 유전체 분석' 결과 지난 20일 BA.2.75에 의한 감염으로 확인됐다. 해당 감염자는 7일 간 재택치료를 마친 뒤 현재는 격리가 해제된 상태다. 방역당국이 현재까지 확인한 접촉자는 4명으로 역학조사가 진행 중이다.
앞서 국내 첫 BA.2.75 감염자는 지난 11일 확진된 뒤 14일 유전체 분석에서 해당 변이 감염으로 확인된 바 있다. 이 감염자는 해외여행 이력이 없는데도 감염돼 BA.2.75가 은밀히 지역사회에 퍼지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됐는데 실제 첫 확진자보다 앞서 감염된 사례가 확인되며 이미 국내에 확산하고 있을 개연성이 더 높아졌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과거 사례를 봐도 국내에서 발견이 되면 이미 전파가 이뤄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최초 (BA.2.75)감염자도 여행력이 없는 분이었는데 이미 다른 해외 입국자에 의해 감염됐을 테고 최소한 수도권에서는 이미 퍼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아마 상당히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BA.2.75는 원조 오미크론인 BA.1보다 전파력이 30% 이상 높은 BA.2에 비해서도 면역 회피능력과 감염력이 더 높은 방향으로 진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변이 발원국인 인도에서는 지난달 20일 기준 검출률이 7.9%에서 51.35%로 폭증하며 가파른 확산세를 나타내기도 했다. BA.5가 기승을 부리는 국내 유행 상황에 BA.2.75까지 가세할 경우 유행의 규모가 예측보다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지난 19일 인천공항 2터미널에 마련된 코로나19 검사센터에서 관광객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하지만 문제는 정작 BA.2.75가 실제로는 확산해도 신속항원검사 중심 코로나19 진단 체계로는 전파 속도가 과소평가될 수 밖에 없다는 데 있다. PCR 검사를 신속항원검사의 정확도 자체가 PCR 검사보다 떨어지는데다 무엇보다 감염 유무만 확인이 가능할 뿐 바이러스의 종을 확인하는 '전장 유전체 분석'이 불가하기 때문이다.
현재 PCR 무료 검사 대상은 60세 이상 고령자, 확진자 동거인, 해외입국자 등 일부로 제한돼있어 나머지는 분석을 위한 검체 체취 자체가 사실상 안 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방역당국이 지난 19일 발표한 세부 변이 검출률 발표에 BA.2.75의 추가 검출이 확인되지 않기도 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BA.2.75 등 세부 변이의 확산을 빠르게 파악하고 유행 확산을 줄이기 위해서 PCR 검사를 보다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늘 모든 확진자는 해외 입국자에게서 먼저 발견됐는데 BA.2.75가 지역사회에서 발견된 것 자체가 방역에 구멍이 뚫려있다는 방증"이라며 "지금 PCR 검사가 85만 건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10만 건 정도만 진행되고 있다. 과거와 달리 지금은 PCR 검사를 하러 대상자도 한참 멀리 보건소를 찾아가야 하는 만큼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종민 기자
유행 규모가 급격히 커지자 방역당국은 지난 20일 부랴부랴 임시선별검사소를 수도권 지역에 55개, 비수도권 지역에 15개를 설치하는 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여전히 PCR 무료 검사 대상은 그대로 60세 이상 고령자, 해외입국자 등 일부로 한정해 상당수는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빠른 검진이라는 장점을 가진 신속항원검사 체계는 기본적으로 유지하더라도 원하면 PCR검사도 받을 수 있게 검사 대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확진자가 30만명 이상이 나오는 상황 등에서는 검체를 다 처리하기 어려우니 신속항원검사를 이용할 수 밖에 없는 부분도 있다"며 "다만 최소한 PCR검사와 신속항원검사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할 필요는 있다. 현재는 신속항원검사로 모두 집중돼 향후 정확도 등 단점이 두드러지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유전자증폭(PCR) 검사 기준을 완화한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기존에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특정하는 유전자 2개 이상을 검출하고 증폭시켜 감염 여부를 판단하도록 했는데 지난 21일 심사 기준이 개정되며 이제 유전자 1개만 검출해도 허가가 가능하다. 검출 유전자 개수를 줄일 수록 변이 바이러스 검출 정확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어 현재 같은 변이 유행 상황에 맞지 않는 "거꾸로 가는 조치"라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