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제공우리금융지주 손태승 회장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에 책임이 있다며 중징계를 받은 것에 불복해 제기한 행정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했다.
서울고등법원 행정8-1부(이완희 신종오 신용호 부장판사)는 22일 손 회장이 금융감독원의 문책 경고 등 징계를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1심 판단을 유지했다.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승소하면서 손 회장의 연임 가도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DLF는 금리·환율·신용등급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DLS)에 투자하는 펀드인데, 지난 2019년 하반기 세계적으로 채권금리가 급락하면서 미국, 영국, 독일 채권금리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DLS와 이에 투자한 DLF에 대규모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020년 우리은행이 DLF를 불완전 판매했고 경영진이 내부통제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며 우리은행에 제재를 가했다. 이 과정에서 손 회장은 문책 경고를 받았다.
현행법은 금융사 임원이 금융당국으로부터 문책 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으면 연임과 금융권 취업을 제한하고 있다.
이에 손 회장은 같은 해 3월 금감원을 상대로 징계효력 정지 가처분신청과 징계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해 8월 1심에서 승소했다.
손 회장은 이날 항소심에서도 승소하면서 사법 리스크에서 일단 벗어날 수 있게 됐다.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데 연임에도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금감원의 제재가 정당했느냐를 두고도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사후 감독과 책임 묻기식의 제재로 금융 신상품 판매가 위축돼 오히려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는 주장이 금융권 내부에서 꾸준히 제기됐기 때문이다.
연합뉴스우리금융지주 측은 이날 항소심 판단과 관련해 금융소비자 보호를 더욱 강화하고 새정부 차원의 취약차주 지원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우리금융지주 측은 "이번 행정소송은 제재심 결과에 대한 법리적 확인 및 확정 절차로 1심 법원 판결에 이어 2심 법원의 판결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우리은행은 이번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그동안 고객 피해 보상과 함께 투자상품 내부통제 강화 및 판매절차 개선 등 금융소비자보호에 적극적으로 임해 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제는 복합위기 상황 등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금융회사들이 취약차주에 대한 지원 등 국가 경제에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감독당국과 긴밀한 소통과 정책협조로 금융산업의 신뢰회복과 고객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같은 DLF 불완전 판매 사안으로 금감원으로부터 문책 경고를 받은 하나금융지주 함영주 회장이 징계를 취소해달라고 낸 행정소송 1심에서 패해, 손 회장 역시 향후 사법리스크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졌다고 보기에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올해 3월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는 함 회장이 금융당국을 상대로 낸 중징계 취소 소송 1심 선고 공판에서 함 회장의 징계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우리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에 대한 1심 판결이 엇갈린 배경에는 불완전판매를 방지할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마련과 운용에 금융지주 수장들이 제역할을 했는지를 놓고 재판부의 판단이 달랐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금감원이 이날 우리금융지주에 대한 행정법원 항소심 판단에 상고할 지도 관심사다.
지난달 취임한 검찰 출신 이복현 금감원장은 취임 직후부터 규제 완화 필요성을 역설하면서도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역시 강조했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금융지주에 대한 재판이 대법원까지 가게되면 소송전은 내년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금감원은 이날 항소심에서 패소한 것과 관련해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상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금감원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2심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하며 판결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금융위 등과 협의해 향후 입장을 정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판결문 검토를 통해 금융지주사의 불완전판매 방지 내부 통제 방안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금융지주 수장의 관리감독 역할에 해당하는지 등을 파악한 뒤 금융위와 협의해 대응하겠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