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복판 마지막 남은 '금싸라기땅'이라고 불리는 용산정비창 부지 개발이 10년 만에 다시 추진된다. 서울시는 일대를 서울 시내 첫 '입지규제최소구역'으로 지정해 용적률 1500%를 뛰어넘는 초고층 건물이 들어서도록 할 계획이다. 사진은 26일 용산정비창의 모습. 박종민 기자여의도공원의 2배에 달하는 용산정비창 부지가 '스마트 국제 업무지구'로 재탄생한다. 서울시 최초로 법적 상한 용적률 1500%를 뛰어넘는 초고등 건물이 허용되고 일자리와 주거, 문화 기능이 갖춰진 직주 혼합의 융복합 국제도시가 목표다.
전문가들은 용산 민족공원 개발과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이은 국제업무지구 개발 계획이 '겹호재'로 작용하며 용산 집값이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청사진'을 구체화 하기 위한 세부 계획안이 아직 나오지 않았고, 이런 계획이 현실화되기까지는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집값 단기 급등에 따른 시장 불안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주택 1만호→6천호…'국제업무지구' 기능 회복에 방점
용산국제업무지구 조성 조감도. 서울시 제공서울시는 26일 용산정비창 일대를 '국제업무지구'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 최초로 '입지규제최소구역'(비욘드 조닝)을 적용해 용적률 1500% 이상 초고밀개발을 추진하는 내용 등을 담은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구상' 계획을 밝혔다.
서울시는 평균 용적률 1800% 이상의 초고밀 복합 개발을 성공시킨 '뉴욕 허드슨야드' 사례를 벤치마킹해 용산정비창 일대를 역대 첫 '입지규제최소구역'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고밀개발에 따른 유동인구 집중과 교통난을 해소하기 위해 전체 부지 대비 도로·공원·학교 등 기반시설율은 40% 수준으로 정했다. 문재인정부 시절인 2020년 제시한 '공공주택 1만호 공급'은 사실상 폐기해 주택 공급량은 6천호로 줄이고 대신 민간에 일부 부지를 매각해 민간 브랜드 단지도 공급하기로 했다.
개발 방식도 바꾼다. 민간 PFV(프로젝트금융회사)에 부지를 통매각했다가 금융위기 여파로 무산된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공공기관인 코레일과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공동사업시행자로 나선다. 공공이 약 5조원의 재원을 투입해 부지 기반 시설과 녹지 등 인프라를 앞서 구축한 뒤 구역을 나눠 민간에 매각한다는 계획이다.
클릭하거나 확대하면 원본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공원조성·대통령실이전 발표 후 집값 껑충…용산 정비창 개발, 파급력 더 커"
용산국제업무지구 내부 입체보행네트워크(왼쪽)와 용산 '모빌리티 허브' 조성(오른쪽) 구상. 서울시 제공전문가들은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구상 발표로 용산에 '겹호재'가 더해졌다고 평가하고 있다. 민족공원 조성과 이촌동과 보광동 일대의 대규모 정비사업, 대통령 집무실 이전 외에도 미개발지였던 용산정비창 국제업무지구 개발 재계가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 민간 중심 개발을 공공과 민간 합동 개발로 전환하면서 사업 안정성을 확보한 부분이 '용산정비창 개발이 되겠냐'는 의구심을 '이번에는 개발이 되겠다'는 기대감으로 바꿀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번 발표가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을 두고는 온도차가 있다. 용산의 호재가 이어지고 있고, 지역 가치 상승에 따른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지만 집값 변동폭과 집값 상승 시기에 대해서는 다소 차이가 있는 것. 금리 인상 흐름과 경기 침체 우려, 집값 고점 인식 등에 따른 거래 절벽이 이어지는 만큼 이번 구상 발표로 시장이 불안해지더라도 용산 등 국지적인 지역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6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기자설명회에서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구상을 발표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재건축·재개발 전문가인 투미부동산컨설팅 김제경 소장은 "용산민족공원 조성이 발표됐을 때도 일주일 만에 재개발 물건을 기준으로 가격이 2억~3억원씩 뛰었고,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 결정됐을 때도 비슷한 수준으로 가격이 올랐는데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 구상은 이를 뛰어넘는 수준의 호재"라며 "과거 추진됐다가 무산된 민간 주도 개발 방식에서 공공과 민간이 함께 개발하는 청사진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용산정비창 개발에 대한 일각의 의구심을 기대감으로 바꿀 것이고 용산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이은형 연구위원은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계획은 지역 개발호재로 지역가치로 연결되지만 발표된 내용만 보면 개발 계획이 구체화됐다고 평가하기 어렵고, 따라서 사업 진행에 소요되는 시간이 얼마나 될지,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될지 아직은 평가하기 어렵다"며 "사업이 계획대로 순탄하게 진행되더라도 국제업무지구가 현실화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는 만큼 용산 집값도 사업 진행 상황에 맞춰서 점진적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6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기자설명회에서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구상을 발표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직방 빅데이터랩 함영진 랩장은 "가용부지의 총량이 크고 코레일 등 공공기관이 공동사업시행자로 나서며 경기 위축 등의 외부 요인에 덜 민감한 사업 안전성을 확보했고, 전체 부지의 70%가 업무나 상업지구로 지어질 예정이라 강북 도심 내 자족 기능 역할이 기대되고 다용도 복합개발을 통해 서울 도심의 엥커 역할이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이어 "30% 미만의 주거용지에 대해 향후 전매 등 투기적 가수요를 막고 고급화 전략 외에도 다양한 도시 소득 계층이 유기적 정주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KB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이번 발표는 '밑그림'에 가까운 방향 제시이고 업무시설과 주거시설 조성은 서울시 계획안 대로 조성된다면 잘 될 가능성이 크지만 상업시설을 어떻게 활성화 할지가 이번 개발의 관건이 될 것"이라며 "서부이촌동과 청파동, 원효로 등 용산정비창 서부 쪽으로 투자수요가 형성될 가능성도 있지만 금리 인상 기조와 경기 침체 우려 등 최근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눈치보기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